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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66) 초지일관

[우리 말에 마음쓰기 660] 초지일관의 자세, 초지일관 일류대학, 그저 초지일관

등록|2009.06.05 13:05 수정|2009.06.05 13:05
ㄱ. 초지일관의 자세

.. 자신의 삶을 완성하고자 하는 초지일관의 자세가 그의 모든 행동의 밑거름이었을 것이다 ..  《피우진-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삼인,2006) 244쪽

"자신(自身)의 삶"은 "자기 삶"이나 "내 삶"으로 다듬습니다. '완성(完成)하고자'는 '마무르고자'나 '꽃피우고자'나 로 손봅니다. '자세(姿勢)'는 '매무새'나 '몸가짐'으로 손질하고, "그의 모든 행동(行動)의 밑거름이었을 것이다"는 "그가 하는 모든 일에 밑거름이 되었다"나 "그가 하는 모든 일에 밑거름이었다"로 손질해 줍니다.

 ┌ 초지일관(初志一貫) : 처음에 세운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감
 │   - 신념 하나로 평생을 초지일관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
 ├ 초지일관의 자세가
 │→ 처음 뜻을 고이 지키는 몸가짐이
 │→ 꿋꿋한 몸가짐이
 │→ 당찬 마음가짐이
 │→ 한결같이 곧은 매무새가
 │→ 늘 흔들림없는 모습이
 └ …

처음 세운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은 "첫마음이 끝마음이 되도록" 애쓰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흔들림없이 곧게 살아가는" 사람이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슬기롭게 견디어 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꿋꿋하고 꼿꼿하고 떳떳하고 다부지고 당차"게 제 삶을 꾸립니다. "힘이 있고 씩씩하고 힘차"게 이웃들과 어깨동무를 합니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그지없이 "올바르고 한결같고 곧"은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 언제나 "든든한 기둥"이 되기도 하고 "튼튼한 밑돌"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 신념 하나로 평생을 초지일관 산다는 게
 │
 │→ 믿음 하나로 온삶을 한결같이 산다는 일이
 │→ 믿음 하나로 언제나 한마음으로 산다는 일이
 └ …

처음 세운 뜻을 고운 믿음으로 다스리기란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아마, 퍽 어려운 듯합니다. 그런데, 왜 어렵다고 할 만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좋아서 세운 뜻이라 한다면 어려움이 닥치건 손쉬웁게 헤쳐나가건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잘될 때에만 웃을 수 있겠습니까. 안될 때에도 웃어야지요. 잘되는 일만 받아들이겠습니까. 안 되는 일도 받아들여야지요.

무엇을 더 바라거나 얻으려는 매무새라면 '첫마음'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남보다 더 바라거나 얻으려는 몸가짐이라면 '처음처럼'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첫마음이 끝마음이 되도록 다스리고, 처음을 마지막과 같이 보듬는 일이란, 언제나 반갑고 달가이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기쁠 땐 기쁨으로, 슬플 땐 슬픔으로, 홀가분할 때에는 홀가분함으로, 벅찰 때에는 벅참으로 꾸리는 삶이 바로 우리네 첫마음이요 끝마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물결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지키는 내 삶이니까요. 이런저런 바람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가꾸는 내 넋이요 내 넋을 담은 말이요 내 넋을 펼치는 글이니까요.

ㄴ. 초지일관 일류대학

.. 지난해에도 2차 대학에는 지원도 안 하고, 초지일관 일류대학 일류학과에 진학하겠다는 대학생들이었읍니다 ..  《성내운-다시, 선생님께》(배영사,1977) 154쪽

'진학(進學)하겠다는'은 그대로 둘 수 있습니다만, '가겠다는'이나 '붙겠다는'이나 '시험 치겠다는'으로 풀어내면 한결 낫습니다.

 ┌ 초지일관 일류대학에 진학하겠다는
 │
 │→ 처음부터 일류대학에 붙겠다는
 │→ 그저 일류대학에만 마음쏟겠다는
 │→ 그예 일류대학 시험만 생각하겠다는
 │→ 오로지 일류대학 붙기만을 생각하겠다는
 └ …

한 군데에만 마음을 두고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 뜻은 아주 단단합니다. 야무지다고 할 수 있고 다부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꺾을 수 없습니다. 바위처럼 단단합니다. 흔들림이 없고 거침이 없습니다. 어느 누가 이들을 막을 수 있을까요. 어느 물살이 이들을 휩쓸어 갈 수 있을까요.

오로지 한길을, 오직 외길을 걷겠다고 하는 이들입니다. 그저 앞만 보고 걷는 이들, 그예 앞날 하나에만 목숨을 거는 이들입니다.

ㄷ. 그저 초지일관해야

.. 죽음도 삶의 마지막 부분일 뿐 삶과 동떨어진 괴물이 아니다. 그저 초지일관해야 한다 ..  《김점선-점선뎐》(詩作,2009) 289쪽

"삶의 마지막 부분(部分)일"은 "삶에서 마지막 자리일"이나 "삶에서 마지막일"로 다듬습니다. '괴물(怪物)'은 그대로 두면 될 테지만, 우리는 우리 깜냥대로 '도깨비'라 해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그저 초지일관해야
 │
 │→ 그저 처음과 같아야
 │→ 그저 처음과 마찬가지여야
 │→ 그저 한마음을 고이 지켜야
 │→ 그저 마음을 고이 추슬러야
 └ …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술 가운데 '처음처럼'이 있습니다. 신영복 님 글씨에서 따 온 술이름인데, 사람들이 이 술을 한 병 마시고 두 병 마시는 가운데 저절로 '처음처럼'이라는 말마디가 고이 스며듭니다. '진로'를 마실 때에는 '진로'라는 말마디가 스며들지만, '참이슬'을 마실 때에는 '참이슬'이라는 말마디가 스며듭니다.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알파벳 이름으로 된 'cass'며 'hite'며 'max'며 'OB'며 하는 술이름은, 이런 알파벳 말마디가 우리 삶으로 스며들도록 살며시 잡아끕니다. 우리는 누구나 우리 둘레에서 늘 부대끼고 스치고 만나는 삶자락으로 말마디를 가꾸고 돌보고 추스르고 갈고닦습니다.

 ┌ 그저 한결같아야
 ├ 그저 첫마음이어야
 ├ 그저 처음처럼이어야
 └ …

술 '처음처럼'을 마시는 분들이 모두 '처음처럼'이라는 매무새를 갖추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말마디는 오래도록 마음과 머리에 새겨집니다. 어느 날 반짝하고 빛이 날 수 있고, 어느 날이 되건 말건 빛이 아예 안 날 수 있습니다만, 고이 스며들어 잠자는 가운데 우리 마음을 지켜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작 술이름 하나 갖고?'라 한다면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술이름을 비롯해 책이름, 출판사이름, 사람이름, 일터이름, 영화이름, 밥이름, 밥집이름, 빵이름, …… 온갖 이름이 한동아리가 되어 한결 슬기로움을 빛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싶습니다. 그저 돈벌이만을 헤아리는 겉치레 이름이 아니라, 열 해 백 해 즈믄 해를 고이 이어갈 만한 깊이와 너비를 두루 품은 이름으로 다독여 주면 얼마나 반가우랴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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