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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 벗은 탁주도 못마시게 되어 어쩔꼬 !

[금정산 다시 오르기 (3)] 파리봉이 아닌 '파류봉'에 올라

등록|2009.06.07 13:43 수정|2009.06.07 13:43

코끼리형상의파류봉(파리봉), 낙동강 물을 다 마셔버리겠다 ? ⓒ 김찬순


깊은 슬픔이 있을 때, 산을 오르자 !

깊은 슬픔이 있을 때, 가볍게 산책을 하면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을 때가 있다. 더구나 높은 산을 오르면 그 깊은 슬픔은 훨씬 가벼워 지는 것을 경험한다. 요즘은 사회적 분위기 탓일까 산을 좋아해서 한 주도 빠짐 없이 만나서 산을 오르던 산벗들도 우울증을 앓은 이가 있어 몇 주 동안 산을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몇 몇 산벗에게 전화를 걸어 금정산행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리봉 ⓒ 김찬순


부산시민에게 금정산이 없다면 상상만 해도 지옥이다. 금정산은 하루 산행 코스로 최적의 등산코스다. 그리고 금정산의 산행은 참 다양하다. 금강공원과 만덕고개, 북쪽 범어사, 외송, 서쪽 호로, 동쪽 두실의 6개 산행기점으로 보면, 금강공원~동문~북문~범어사에 이르는 주능선코스로 연결 된다. 이 산행 코스는 직장 생활을 하는 '산벗'들의 단골 등산 코스이다. 더구나 동문까지 시내 버스가 운행된다. 버스를 타고 동문에서 북문을 거쳐 범어사로 내려오는 이 코스가 그리고 일반적인 금정산 산행 코스다. 

금정산돌계단길 ⓒ 김찬순


금정산 파리봉 맞아 ? 파류봉 맞아 ?

금정산은 기암거석(奇岩巨石)으로 불리우는 산이다. 울창한 숲이 산록(山麓)을 덮었다. 오늘은 등산 목표를 파리봉으로 잡았다. 이 파리봉은 산악 동호인 사이에서는 파래봉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그러나 정식 명칭은 파리봉도 파래봉도 아닌 파류봉이다. 파류봉으로 오르는 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잦지 않아 능선이 깨끗하다. 그러나 파류봉은 조심해야 한다. 바위지대이기 때문에 미끄러지면 큰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다. 

금정산성 남문 ⓒ 김찬순


코끼리가 낙동강 물을 다 마시면 어쩔꼬 ?

금정산 파류봉(파리봉)은 불교의 7보 중의 하나인 수정이다. 산정의 바위는 기암괴석이 수정 같이 생겨 아침 햇발을 받으면 영롱한 유리알처럼 빛나는 기적을 이룬다고 한다. 수정처럼 빛나는 이 파류봉의 생김새가 마치 코끼리가 낙동강 물을 마시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산봉우리를 불명으로 '파리봉'이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이름은 어디까지나 불명이고, 정식 명칭은 파류봉인데 정식명칭보다는 파리봉으로 많이 불리어서 그런지 파리봉이 시적으로 들린다.

파리봉 ⓒ 김찬순


산은 올라오는 자에게만 정복된다 ?

산행의 즐거움에는 역시 먹는 즐거움을 뺄 수 없다. 아니 탁주 한 병 나누어 마시는 즐거움이 산행의 노독을 풀어준다. 그런데 신문지 밥상을 차리고 점심을 먹으면서 가지고 온 탁주를 한잔 나누어 마시며 오손도손 얘기 나누는데, " 그 화명동 산벗은 이제 탁주 한 잔도 못 마시게 되었다네. 병원에 지금 입원 중이라네... ", "아니 왜 ? 무슨 병인데 ?" , "간암이래...." 그러니까 산벗이 말한 그는 평생 샐러리맨 생활하다가 조기 명퇴 당한 친구이다. 겉으로는 늘 웃었지만 엄청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다. 간암은 술보다는 스트레스에 오는 병이라고 한다.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다.

리봉 ⓒ 김찬순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인생은 정말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때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일이 너무 많은 것같다. 참으로 봄처럼 짧은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다. 젊은 날 나는 정말 술을 과하게 마셨다. 그리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 이제 뒤늦은 몸관리를 한다.

이 높은 정상에 올라오니 앓아 누운 산벗의 심경이 내 마음 같고, 문득 '두보'의 '등고'의 시도 떠오른다. 두보 역시 말년에 몸의 질병으로 고생하였다고 한다. 그 질병과 투병하면서 두보는 말년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산벗도 자신에게 다가온 질병을 잘 이겨내리라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금정산파리봉 올라 ⓒ 김찬순


파리봉수정이란 뜻... ⓒ 김찬순


풍고천고원소애(風急天高猿嘯哀)
바람세고 하늘높아 원숭이 울음 애절하고
저청사백조비회 (渚淸沙白鳥飛廻)
물이맑아 모래희고 물새가 빙빙나네
무변낙녹소소하(無邊落木蕭蕭下)
사방의 낙엽은 쓸쓸히 떨어지고
부진장강곤곤래(不盡長江滾滾來)
끝없는 장강은 도도히 흐른네.
만리추수상작객(萬里愁秋常作客)
타향만리 나그네 노상 가을이 서러워
백년다병독등대(百年多病獨登臺)
평생 병많은몸 외로이 올랐네
간난고한번상빈(艱難苦恨繁霜鬢)
가난에 시달리고 백발된것 한스러운데
노도신정탁주배(潦倒新停濁酒杯)
노쇠한 요즈음 탁주마저 못들게 되었네.
등고(登高) -'두보'


물이 풍부하고돌이 흔한 금정산 ⓒ 김찬순


금정산 주요 산행 코스
제 1 코스 (8km, 3시간 30분소요) 부산대 → 고별대→ 동문 → 부채바위 → 북문 → 금정산 /제 2 코스 (7km, 2시간 소요) 동래 → 만덕고개 → 석불사 → 상계봉/  제 3 코스 (6km, 2시간 소요) 금강공원 → 남문 → 상계봉/ 제 4 코스 (6km, 2시간 소요) 부산대 → 동문 → 상계봉 / 제 5코스 (6.5km) 범어사 → 북문 → 동문 /제 6코스 식물원 → 동문 → 북문 → 범어사 / 제 7코스 (8km, 2시간 40분 소요) 중리(산성마을) - 국청사 - 북문 - 고당봉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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