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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218) 상시적

― '상시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다듬기

등록|2009.06.07 18:23 수정|2009.06.07 18:23

- 상시적으로 고용해야

..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상시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쓰고 마음대로 부려먹고 계약해지 하고요 ..  《권성현,김순천,진재연 엮음-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후마니타스,2008) 189쪽

 '비정상적(非正常的)으로'는 '비뚤어지게'나 '그릇되게'나 '잘못된 길로'로 다듬습니다. '고용(雇用)해야'는 '써야'나 '두어야'로 손봅니다. "계약해지 하고요"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잘라 버리고요"로 손질해도 괜찮습니다.

 ┌ 상시적(常時的) : 일상적인
 │   - 상시적 조치 / 상시적인 협력 체제
 ├ 상시(常時)
 │  (1) 임시가 아닌 관례대로의 보통 때. '늘'로 순화
 │   - 그는 아내의 사진을 상시 지니고 다닌다
 │  (2) = 평상시
 │   - 상시 연습을 철저히 해 두지 않으면
 │
 ├ 상시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사람
 │→ 늘 써야 하는 사람
 │→ 언제나 두어야 하는 사람
 │→ 꾸준히 일하게 해야 하는 사람
 └ …

 '일상적(日常的)인'을 뜻하는 '상시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어사전에서 다시 '일상적'을 찾아봅니다. 낱말풀이로는 "날마다 볼 수 있는"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상시적 = 일상적 = 날마다 볼 수 있는'인 셈입니다.

 '일상' 뜻을 살피면, '늘'로 고쳐쓰거나 '여느 때'로 풀어내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리하여, "늘 볼 수 있는"이 '상시적'이라는 '-적'붙이 낱말 뜻이요, '상시'와 마찬가지로 '상시적'도 "늘 보는"으로 고쳐써야 알맞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 상시적 조치 → 늘 하는 조치 / 늘 있는 조치
 └ 상시적인 협력 체제 → 늘 돕는 틀거리 / 언제나 서로 돕는 짜임새

 그렇지만 '일상적'이든 '상시적'이든 두루두루 쓰일 뿐, 걸러지거나 다듬어진 보기글을 찾기란 수월하지 않습니다. 예부터 익히 써 오던 '늘'이나 '노상'이나 '언제나'나 '한결같이'나 '꾸준히'가 알맞는 자리에 살뜰히 쓰이는 보기글은 자꾸자꾸 줄어들기만 합니다.

 ┌ 늘 있는 일이에요
 └ 일상적인 일이에요

 예부터 써 온 말투만을 써야 하는 우리들은 아닙니다. 예부터 우리 삶과 삶터를 담아내던 말투라 하여 오늘날에도 우리 삶과 삶터를 담아낸다고 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지난날과 사뭇 다른 오늘날이요, 지난날에는 없던 숱한 바깥 물질문명이 휘감고 있는 오늘날입니다.

 이리하여 이제는 '늘-노상-언제나-한결같이-꾸준히'보다는 '상시적-일상적'이 한결 어울리거나 알맞다고 느끼는지 모릅니다. 오늘날 우리 삶터에서는 '-적'붙이 말투나 '-의'붙이 말씨가 훨씬 살갑고 깊거나 너르다고 느끼는지 모릅니다. 말 사이사이 영어를 끼워넣고, '이야'나 '우와' 같은 우리 느낌말조차 쓰지 않고 영어 느낌말을 쓰는 우리들이 되었고, 헤어질 때에도 '바이바이'를 으레 이야기하는 우리들이 되었습니다.

 '상시적'이나 '일상적'을 걸러낸다고 해 보아야, 다른 수많은 말투와 말씨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한두 낱말을 다듬는다고 해 보아야, 우리 말이 살아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말을 올바르게 쓰는 일은 아무 뜻이나 값이 없다고 느끼게 된 요즈음 흐름입니다. 요즈음 흐름은 더 많은 돈을 더 빨리 벌어들이는 쪽에 맞추어져 있기에, 이런 틀에서는 말이나 글이나 뒷전이 되기 일쑤입니다. 대충대충 써도 따지는 사람이 없는 한편, 따질 깜냥이 되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저는 제 깜냥껏 우리 말을 옳고 바르게 쓰도록 거드는 일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 잘 모르거나 잘못 쓰는 대목도 남아 있어, 둘레 어른들이 때때로 '최종규 씨가 이런 대목을 모르나?' 하면서 넌지시 일러 주시곤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나마 이런 어른이 둘레에 있습니다만, 여느 회사나 학교나 동네나 집안에서는 어떠하지요? 잘못 쓰는 말투를 알아채면서 바로잡아 주는 어른이 있는가요? 그릇되게 쓴 말씨를 느끼면서 차근차근 다독여 주는 어른이 있는지요?

 ┌ 으레 있는 일이에요
 └ 상시적인 일이에요

 말을 말다이 쓰도록 돕는 어른이 없는 터전에서는 삶을 삶다이 꾸리도록 손길을 내미는 어른이 없다고 느낍니다. 글을 글다이 쓰도록 지켜보는 어른이 사라진 터전에서는 삶을 삶다이 북돋우도록 마음길을 뻗치는 어른 또한 없다고 느낍니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는 우리들은, 앞선 어른에 이어 새로운 어른이 되어야 할 텐데, 앞선 자리에도 어른이 없고, 우리 스스로도 어른이 되어 가지 못합니다. 우리 아이들한테는 아무런 어른도 없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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