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고초꽃 ⓒ 변종만
6월 6일, 지리산 자락의 함양군 백전면 양천마을에서 열린 하고초 축제에 다녀왔다. 하고초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토종식물이다. 그런데도 축제장에 도착해 직접 하고초꽃을 보고나서야 어린 시절 고향에서 흔히 보던 꿀풀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음 백과사전에는 하고초가 '꿀풀이나 제비꿀의 식물 전체를 말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고초(夏故草)는 초여름에 잠깐 꽃을 피웠다가 한여름에 말라죽어 붙여진 이름이다. 갑상선, 고혈압, 부인병에 좋은데다 항암, 이뇨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하고초가 귀한 한약재가 되었다.
하고초 마을로 더 유명하다는 오천리 양천마을은 양지바른 산비탈에 있다. 그러고 보니 옆 마을이 음천마을이다. 양천이라는 마을 이름에도 유래가 있을 텐데 미처 알아오지 못했다.
마을 입구부터 보라색의 하고초꽃이 지천이다. 하고초가 심어져 있는 다랭이 논이 구불구불 아래에서 위로 이어진다. 마을을 둘러보면 다랭이 논만 있어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8년 전, 하고초를 심은 이유도 벼농사로는 도저히 살 수 없어 하고초 꿀(토종)을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
하고초 축제는 해마다 꽃이 마을을 보라색으로 물들이는 5월 말에서 6월 초에 열린다. 하고초 꽃이 화려하지 않는데다 올해는 가뭄 때문에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이고 꽃도 제대로 피지 않아 하고초 축제의 진수를 맛보기 어렵다. 그래도 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하고초 꽃밭 가득하고 어린 시절과 같이 꽃잎을 따서 꽁지 부분을 빨아보니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하고초를 제대로 못 키워 죄송하다'는 프랭카드를 마을 입구에 내걸은 산촌 사람들의 순박함을 발견한 것도 값진 수확이다.
하고초에서 꿀만 얻는 게 아니다. 꽃잎으로 밥을 비벼 먹고, 부침개와 진액을 만들어 먹는다. 순수 토종 꽃 축제에서 이 마을에만 있는 별미 하고초 비빔밥, 하고초 부침개, 하고초 동동주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른 축제와 달리 이곳의 음식 값은 모두 3000원으로 저렴해 시골 인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100년이나 되었다는 큰 느티나무 아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야외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의 그늘에 앉아 맛보는 하고초 음식 맛이 더위를 식혀준다. 특히 보랏빛 하고초 꽃잎이 동동 떠있는 하고초 동동주의 맛이 최고다. 양천마을의 하고초 축제는 눈으로 아름다운 꽃을 보고 마음으로 시골의 훈훈한 인심을 담아가는 축제다.
집집마다 벌통이 놓여있고, 다랭이 논이 유난히 많아 마을 풍경이 아름답다. 축제기간이 아니더라도 마을에 들리면 산촌사람들의 후한 인심을 느끼면서 여러 가지 효능 때문에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하고초를 구입할 수 있다.
▲ 한들 플로리아 페스티벌 풍경 ⓒ 변종만
한들 플로리아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함양읍 용평리 한들 지역을 지나는 길에 행사장을 몇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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