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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은 한국교회였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공격과 함께 한나라당과 정권교체 나서

등록|2009.06.08 10:27 수정|2009.06.08 11:32
노무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규모 반정부 집회 개최

박정희-전두환 정권시절 기독교 진보세력의 민주화운동을 정교분리에 어긋난다며 비판했던 보수 기독교 세력은 1997년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자 이를 용공, 친북정권으로 규정하고 노골적으로 반정부적 태도를 표출했다. 자신들의 태도를 바꾸면서까지 김대중 정부와 맞선 것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로 이어지던 밀월관계가 깨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군부통치시절에 권력에 협력하고 각종 혜택을 받은 인사들로서 김대중 정권이 출범한 후 자신들과 반대편에 있었던 김상근, 이재정 등 진보 기독교 성직자들이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제2건국위원장 등으로 등용되자 반발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와 보수 기독교세력 간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금란교회 담임목사인 김홍도 목사의 비리가 공중파 방송인 MBC와 SBS 등의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폭로되면서였다. 순복음교회와 금란교회 측은 두 방송의 보도를 정권에 의한 보수 기독교 진영 죽이기 음모로 간주하고 김대중 정권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들은 자신들이 독재에 협력하고 1992년 대선 때  '김영삼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는 등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적대적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 보복을 받는다고 간주했던 것이다. 이 시기 조선·중앙·동아 등 수구언론들도 세무조사를 받으며 사주들이 구속되는 등 김대중 정부와 긴장관계에 있었다.

보수교회와 자신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판단한 월간조선은 2001년 9월호 '친북 세력에 대항할 세력은 반공 기독교 뿐'이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독재자 김정일은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는 기독교의 적'이며 '김대중 정부의 통일 정책은 보수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보수 기독교 교단이 왜 친북세력에 대해 침묵하고 있느냐'면서 교계를 자극했다.

이 당시 <월간조선>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약 2년간에 걸쳐 조용기-김장환 목사 외에 순복음인천교회 최성규 목사,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길자연 회장 등 보수교단 목사들을 집중 인터뷰하면서 자신들의 지지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조갑제 대표는 또 순복음교회 등을 직접 방문해 김대중 정권이 방송을 동원해 반공의 보루인 한국교회와 민족지인 조선일보를 탄압했다면서 한국교회가 반김대중·반공산주의의 선봉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권에 이어 2003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 이들은 이를 '좌파세력의 정권연장'으로 간주하며 반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선기간인 2002년 미군 장갑차에 두 여중생이 압사하면서 해방 이후 최대의 반미시위가 계속되고 여기에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밥만 먹으러 가거나 사진이나 찍으러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발언하자 미국을 제2의 조국으로 생각했던 보수기독교세력은 위기감을 느꼈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이 정치·사회적으로 반미감정을 더욱 부추기고 군부통치와 협력했던 자신들이 한국사회 내에서 더 고립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해 12월 노무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자신들의 우려가 현실화되었다고 느낀 기독교 보수세력은 본격적으로 실력행사에 나섰다. 2003년 1월 11일과 19일 두 번에 걸쳐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어 노무현 당선자를 압박했던 한국교회는 같은 해 3월 1일 극우단체와 함께 수만 명을 동원해 '반핵 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미국과 공조를 강조하기 위해 광장을 대형성조기로 채웠고 좌경세력 척결과 북한정권의 붕괴를 외쳤다. 보수기독교세력의 친미반북집회에 고무된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2003년 8월 한기총 대표회장인 길자연 목사에게 미국에 대한 지지에 대해 감사한다며 친서를 보내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연대해 사학법 개정 반대투쟁 전개

2004년에는 노무현 정부가 국가보안법 개정에 나서자 한기총과 300여개 달하는 수구보수단체는 10월 4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 10만 명 이상을 동원해 '10·4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국민대회에도 초대형 성조기와 태극기가 휘날렸고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한기총 길자연 대표회장,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충신교회 박종순 목사, 한기총 명예회장 김기수 목사 등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반대, 좌파정권종식, 북한 정권 붕괴 등을 외쳤는데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현재 대한민국은 간첩 천국이며 더 이상 간첩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한국교회가 친공·친북·좌경 세력을 척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가 사학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의욕 있게 추진한 사학법 개정은 보수기독교 세력과 노무현 정부 간의 완전한 파국을 초래했다. 2005년 사학법 개정에 대한 법률이 입법 예고되자 종교사학법인의 80%이상을 차지하는 기독교세력은 개정반대를 위해 총집결했고 개정이후에는 법의 원상복귀를 위해 한나라당과 연대해 노무현 정부를 공격했다.

2007년까지 2년여에 걸쳐 사학법 재개정 운동을 벌인 보수기독교세력은 △개방형 이사제 △임원승인취소 사유 확대 △임시이사의 파송요건 완화 △대학평의원회 심의권 등을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철폐를 요구했다. 기독교 사학들은 만약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임시 이사 파견 거부와 학교 폐쇄는 물론이고 2007년 대선과 총선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반대하는 후보들을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마치 1978년에 미국의 카터 정부가 사립학교의 소득공제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하자 기독교우파 지도자 제리 폴웰 등이 기독교 계통학교와 근본주의자들을 선동해 공화당을 지지하도록 했던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2007년 1월 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된 이용규 목사는 2007년 대선에서 사학법 재개정 등 기독교계가 원하는 정책을 집대성해 대선 후보들의 정책을 기독교적 기준에 따라 검증하고 후보들의 애국관과 윤리·도덕, 사상과 능력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역시 사학법 재개정을 주장하는 기독교 세력이 당의 전통 지지층이며 여론주도층이라는 관점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기독교단체들과 적극 연대했다. 기독교 보수세력은 자신들이 적극 지지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지난 4월 22일 '사학법 폐지 및 사학진흥법 제정 국민운동본부'를 결성 사학법 재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참여정부 5년간 무자비한 공격을 일삼았던 보수기독교인사들 중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버젓이 장의위원회에 이름을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준곤 목사(성시화운동 총재),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길자연(전 한기총 대표회장),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 길자연 목사( 이용규 목사(한기총 직전회장) 등이 그들이다.

김진홍-서경석 목사, 수구기독교 세력의 전위대 역할

보수기독교 세력과 함께 노무현 정부 타도에 앞장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기독교사회운동에 참여했던 김진홍 목사와 서경석 목사였다. 뉴라이트전국연합과 선진화국민회의를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은 조직출범 때는 과거 보수세력과는 차별화된 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수구세력과 연대해 노무현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했다. 한미FTA나 이라크파병같은 이슈에는 동참을 선언했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노선과 일치해서였지 노무현 정부를 지지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 외는 오로지 반대에 모든 것을 걸고 싸웠을 뿐이었다.

이들은 작전통제권 회수반대, 평택미군기지 이전 찬성에 적극 나섰고 한미FTA를 반대하는 시민사회운동을 한미FTA를 이용해 반미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김진홍 목사가 이끄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아예 정권교체운동을 노골적으로 펼쳤다. 출범 당시에는 국민 통합과 민생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 등을 관심 사항으로 제시했지만 결국은 한나라당의 외곽 정치조직으로자리매김한 것이다. 서경석 목사의 기독교사회책임 역시 자신들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수구·보수단체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정부운동을 주도했다.

김진홍-서경석 목사는 노무현 정부를 좌파정권이라고 몰아세웠지만 노무현 정부는 사안에 따라 좌-우를 오갔을 뿐 좌파로 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좌파로 몰아세운 것은 정권교체를 위한 명분 만들기에 불과할 뿐 영남기득권-수구세력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선진화를 주장했지만 이념적 시각에서는 다분히 이중적이었다. 두 사람이 예를 든 선진국들은 사상의 자유를 인정해 공산당이나 사회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사회당과 공산당은 중앙정치에서는 고전하고 있지만 생활정치의 기반인 지방선거에서는 선전하고 있다.

선진사회에서 좌파척결을 공공연히 외치고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세력은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이나 독일의 네오나치와 같은 조직들이다. 이외에도 사학법 개정을 좌파정권의 음모라고 주장했지만 그동안 종교사학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강제적인 종교교육의 사례로 볼 때 그 같은 기득권 상실을 우려한 일부 교계가 주장하는 수사이자 방어논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해 8월 5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촛불집회 중단, 독도 침탈 일본 규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단호한 대처, 한미동맹강화' 등을 주장하며 '나라사랑 한국교회 특별기도회'를 개최했다. 한기총 엄신형 회장이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를 위해 양산을 들어 햇빛을 가려주고 있다. ⓒ 권우성


김진홍, 서경석 목사는 현재도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의 견해에 동조하며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촛불정국 때는 좌파세력의 음모로 몰아붙이며 사태를 왜곡했고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경제살리기를 위한 최선의 사업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도 김진홍 목사는 5월 25일 자신이 시무하는 두레교회 홈페이지에 성경(야고보서3:1)을 인용해  "성경에서는 지도자가 되려하지 말라고 했는데, 감당할 자질이나 능력이 없이는 굳이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려 들지 말라는 권면의 뜻이 담긴 말"이라면서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지도자들에겐 자신이 선택한 삶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본을 보여야 할 책무가 있는데 비록 전직이라 하지만 대통령직을 거친 분이 그런 죽음을 선택한 것은 무책임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면서 독설을 퍼부었다.

서경석 목사 역시 5월 26일 일요예배에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오늘 조선족 동포들의 편안한 삶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만큼 조선족 동포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며 "조선족 동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대통령"이라고 추모했지만 "명예를 잃는 것은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 절대 아닌데, 왜 이 점을 깨닫지 못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신앙을 가진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며 "자살이 죄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목숨을 끊을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 와도 신앙이 절망을 극복하게 해 주기 때문"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은 서 목사의 발언에 대해 노무현 정부 5년간 대립했던 인물이 갑자기 추모 운운하는 것은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진홍, 서경석 목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간주하고 정권교체에 물불을 가리지 않았고 현재는 이명박 정부의 전위대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두 사람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김진홍 목사는 이명박 정부 탄생을 위해 조직을 총동원한 공로로 이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지만 서경석 목사는 이 대통령과 맺은 인연이 짧고 선거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관계로 중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서 목사는 6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인사문제도 보면  꼭 자기가 아는 사람만 하지, 옛날에 선거 때 도와주었던 선진국민연대인가 그 사람들만 전부 정부에 가서 했지, 같은 우파도 그렇지 않은 사람은 100% 찬밥"이라며 "인사를 넓게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그것은 둘째치고 우파진영에서도 너무 인재풀이 좁다"면서 이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미국 기독교 우파와 유사한 길을 걷고 있는 한국교회

민주주의 압살과 경제난, 대북정책 실패,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성 수사와 서거로 이명박 정부의 실체가 드러난 지금도 김진홍, 서경석 목사는 여전히 현 정부를 지지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지난 이명박 정부 1년간을 죽지 못해 지낸 1년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실패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두 사람의 기회주의적 행보도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실패한 정권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을 벌였던 기독교 보수세력도 누리꾼들로부터 '개독교'로 불리면서 조롱을 당하고 있다. 공익보다는 집단적 이익에 매몰된 한국 기독교의 저급한 방식의 정치참여에 조종이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마치 지난 20년간 미국 대선은 물론 의회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미국 기독교우파의 모습과 유사해 보인다.

기독교 우파는 자신들과 연대했던 공화당이 의회에서 다수파가 되자 클린턴을 1960년대 반문화와 마약, 성적 방종의 상징적 인물로 간주해 르윈스키 사건을 빌미로 탄핵을 추진했다. 한편으로 구약성서에서 신정정치를 실현한 느헤미야와 에스라를 예로 들면서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를 옹호했으며 공립학교에서의 기도, 성서읽기, 반낙태, 반동성애 등 보수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백악관이나 의회에 로비스트들을 파견해 자신들의 주장을 입법화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또한 공화당의 정강에 동조해 국방비 증액 요구, 세금감면, 사회복지 예산증액 반대를 외치는 등 소수 특권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앞장섰다.

1980년대 말부터 미국 정관계를 뒤흔들었던 기독교우파는 자신들이 지지한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물러난 것처럼 급격하게 퇴조의 길을 걷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부시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보수기독교의 미래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남긴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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