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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모래톱 준설 등에 312억 투입 공사 강행 논란

울산시 "수질개선 위한 일" vs 환경련 "생태계 파괴"

등록|2009.06.08 15:00 수정|2009.06.08 15:50
울산시가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태화강 수질개선을 위한다며 모래톱 준설과 태화다리 기둥 주변 등의 자갈 제거에 312억원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를 강행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울산시가 지난 5월 중순 공사 계획을 밝히자 울산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라며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따라 그동안 의견수렴을 해왔다는 것이 울산시의 설명이다.

울산시는 지난 2004년에도 태화강 하층 오니(汚泥- 오염물질을 포함한 진흙) 제거를 위한 대규모 준설공사를 진행해 환경단체가 반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6월 4일 박맹우 울산시장 주제로 환경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태화강 적조 종합대책 10대 프로젝트' 회의에서 울산시가 다시 공사 강행 의지를 재천명했고, 환경단체가 "의견 수렴이 전혀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질 개선 위해 대규모 토목 공사?

▲ 남구 무거동 태화 취수탑을 리모델링해 올해 1월 6일 준공한 태화강 전망대. 이 부근 매래톱을 제거할 계획이다 ⓒ 박석철


지난 4일 열린 회의에서 울산시는 태화강 적조 등 수질 악화 원인이 ▲하천 유지수 부족 ▲영양 염류 유입 ▲태화강 다리 교각 주면에 있는 자갈 등으로 유수 소통 부족 등이 주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적조 종합대책 10대 프로젝트'에서 태화강 영양염류 유입차단을 위해 미처리 오수 유입을 전면 차단하고, 주요토구 저니 및 하상저니(뻘층)를 조사해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유수정체 구역 물길 트기, 유수 소통 장애 모래톱 제거, 미생물 환경 정화제 살포 등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은 모래톱 제거와 교각 주변의 자갈과 모래 제거, 태화강에 미생물 투입 등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8일 "환경단체의 지적을 수용해 모래톱 준설을 삼호교 앞 한 곳에서만 하기로 했다"며 "준설에는 10억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300여원 중 198억원은 태화교 등 3개 다리의 기둥 주변에 있는 자갈 등 제거에 투입된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는 태화강 적조해결과 물길 트기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04년 이후 매년 발생하는 적조가 시민들에게 심미적 불쾌감을 유발하고 있어 항구적 적조예방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 "정확한 조사 없이 공사 강행"

하지만 이날 회의에 참석한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울산시의 대책은 대부분이 검증되지 않은 방식이며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며 "또다른 태화강 생태계 훼손가능성 우려가 있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오영애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울산시가 그동안 각계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왔다고 했지만 형식적 절차를 진행했을 뿐"이라며 "모래톱 준설은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체의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환경련을 비롯한 생태학자들이 태화강을 살리는 대책을 문서로 여러 차례 제시하기도 했는데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며 "울산시가 전문가 조사를 거쳤다고 하면서도 전문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자료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태화강 조사에 참여한 교수는 울산대 조아무개 교수, 이아무개 교수, 심아무개 교수, 또 다른 대학 이아무개 교수, 울산시 산하 보견환경연구원장 등이라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조아무개 교수는 건설환경공학부, 이아무개 교수는 한나라당의 경부운하 자문교수 출신이며 또다른 대학 이아무개 교수는 공간디자인학부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학자는 심아무개 교수가 유일한데 환경운동연합은 "심 교수는 태화강의 적조와 부영양화에 대해 조사했지만, 적조 해결이 물길터주기와 유수 흐름이라는 발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내에 미생물을 투입하는 것과 관련, 울산환경련은 "미생물을 투입해도 적응여부가 불투명해 되레 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며 "울산시는 여전히 태화강의 자정능력을 회복시키는 것과 어긋난 처방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모래톱 준설은 문제가 크다는 주장이다. 울산환경련은 "울산시에서 그동안 수질개선을 위해 사업을 진행했지만, 한편에서 적조현상이  나타났다"면서 "과거 치수중심, 토목사업 중심의 안경을 벗고 하천생태계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래톱은 오히려 적조의 원인이 되는 영양염을 흡수하고 강의 생물다양성을 높여주는 부작용이 없는 방식이며 돈이 안드는 자연 스스로의 자정장치"라며 모래톱을 보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오영애 울산환경련 사무처장은 이어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수질개선이 더 이상 불가하다"며 "자연 정화력 회복을 통한 수생태계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이루는 것이 진정하게 태화강을 생태하천으로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갈을 쌓은 데 예산을 투입하고 다시 들어내는 데 예산을 투입하면서 태화강이 골병이 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시 "충분히 여론 수렴했다"

반면 울산시는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 반영했다는 태도다. 울산시 관계자는 "여론을 수렴했기 때문에 여러 곳의 모래톱을 제거하려던 것을 바꿔 삼호교 앞 한 곳에서만 하는 것"이라면서 "교각 자갈 제거는, 지난 기초 공사에서 공법이 부실해 최신공법으로 이를 제거해 물길을 터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환경단체의 말은 태화강을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두라는 이야기인데 갈수기 물이 없어 적조가 생기고 있는데 그대로 방치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미생물 투입은 전문가 조사를 거쳐 환경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결론이 나왔다"고 환경단체의 주장을 일축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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