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문화의거리는 '사람의 거리'
노점은 거리명물로 탄생하고, 배전함은 역사 담은 큐브로 변신
▲ 분수대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분수대 안으로 뛰어든다. 엄마 아빠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 없다. ⓒ 김갑봉
여름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토요일(6일) 오후. 모처럼 부평문화의거리를 찾은 어린이들은 분수대 물줄기 속에서 나올 생각을 아예 접은 모양이다.
기다리다 못한 엄마가 재촉을 해도 아이는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친구와 물장난하느라 정신없다. 지켜보는 어른들도 지나가는 시민들도 천방지축 놀고 있는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뿐이다.
분수대 옆 골목은 바닥공사를 새롭게 해 바닥에서 조명이 나오고, 파란하늘을 올려다보니 건물 옥상에는 자전거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매달려있는 자전거 바퀴에는 색색의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다.
또 한쪽 골목길에는 자전거가 금방이라도 벽에서 튀어나올 기세로 반쯤 모습을 드러낸 채 이곳이 '사람의 거리'임을 알리고 있다. 지금 부평구에서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맡길 정도로 부평구가 자전거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활동이 활발한데, 부평을 자전거도시로 만들기 위한 운동 역시 이곳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중앙무대에는 청소년들이 저마다 갈고 닦은 춤실력과 노래실력을 맘껏 뽐내고 있으며, 그 주변으로 어느새 이를 구경하기 위한 인파가 가득 찼다. 모처럼 쇼핑을 나온 시민들도 이 들의 공연에 발걸음을 멈추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문화의거리 내 상점가 입구는 다른 상점가와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입구가 계단이 아닌 경사로로 돼있다. 경사로는 당연히 장애인들을 위해 설치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경사로 중간에는 휠체어 로고를 새겨 넣어 이 거리가 장애인들도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임을 알리고 있다.
▲ 문화의거리 입구부평대로 변에서 바라 본 문화의거리 입구. 이곳부터 시장로터리 쪽 입구까지 이르는 약 250미터 구간이 차 없는 거리에서 출발한 문화의 거리다. 상인들은 쾌적한 공간을 위해 가게 앞에 노란선을 그어 점포 밖 영업을 자제하고 있다. ⓒ 김갑봉
여기는 상인공동체의 꿈이 현실이 되는 곳
이처럼 부평문화의거리는 상인들이 직접 공간을 디자인하고,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어가는 그야말로 상인공동체의 꿈이 현실이 되는 곳이다. 그리고 그 꿈 한가운데는 언제나 사람을 향하는, 사람의 도시를 지향하는 상인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부평문화의거리상인회는 지난해부터 지식경제부와 문화관광부,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올해 6월까지 공간디자인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상인회는 대표적인 공간디자인개선 사업으로 중앙무대ㆍ분수대ㆍ노면ㆍ노점상 공간 개선사업 등을 진행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노점상 공간 개선사업이다. 그동안 부평문화의거리 노점상들은 파라솔과 비닐 등에 의지해 장사를 했다. 또한 불필요하게 공간을 차지하다 보니 부평문화의거리를 찾는 사람들도 이곳이 문화의거리인가를 의심케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공사로 노점상들의 공간은 부평문화의거리의 대표적인 명소로 탈바꿈했다. 캐노피 공사를 통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장사를 할 수 있는 지붕이 생겨, 상인들은 더 이상 비닐을 안 둘러도 된다. 공간도 전보다 축소돼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도 시원함을 느낀다.
또한 인근에 상수도가 연결돼 음식을 만드는 공간도 더욱 깔끔하고 쾌적해졌으며, 근처에 흉물로 방치돼있던 배전함은 차 없는 거리에서 출발한 문화의거리 변천사를 사진으로 담아낸 멋진 조형물 큐브로 변신했다.
이와 관련, 인태연 상인회 부회장은 "문화의거리상인회는 전국에서 최초로 상점가 상인과 노점 상인이 손을 잡은 상인회이기 때문에 오늘날 같은 변화가 가능했다. 문화의거리 노점상 공간이 멋지게 탈바꿈하면서 주변 상점가 상인들도 좋아하고 노점 상인들도 더욱 의욕이 생겨 신나게 장사한다. 입구가 탈바꿈하니 거리를 찾는 시민들도 당연히 늘었다"며 "시장로터리 입구 쪽에 있는 노점공간을 축소해 그 자리에 부평의 상징인 부평풍물축제 포토존을 설치해 입구 기능을 살린 것은 덤"이라고 말했다.
문화의거리상인회는 또한 분수대를 개선하면서 11년 전 처음 차 없는 거리 조성 시 남겼던 분수대 초석은 그대로 살려뒀다. 이유인즉 처음을 기록하자는 의미에서다. 그리고 그 초석 옆에는 사라지고 없는 분수대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보존키로 했다.
▲ 거리명물 노점문화의거리는 노점상과 상점가 상인이 전국에서 최초로 하나의 상인공동체(문화의거리상인회)를 구성한 곳으로, 이번 디자인 개선사업을 통해 노점은 문화의 거리 명물로 재 탄생했다. 노점 입구에 서 있는 복 돼지는 이들에게 복을 뿜어내는 상수도다. ⓒ 김갑봉
슬슬 넓어지는 '부평 문화의거리'
문화의거리가 '사람의 거리'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곳 상인회가 자신들의 꿈을 사람의 얼굴을 한 도시에 두고 있어서다.
상인공동체다 보니 당연히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형마트 규제운동과 카드수수료율 인하 운동을 전개하면서도 부평을 자전거도시로 만들기 위한 운동, 장애인 이동을 위한 경사로 설치, 녹지 공간 마련을 위한 한평공원 조성, 자전거 거치대 설치 등 다양한 활동을 상인들이 직접 전개하고 있다.
11년 전 문화의거리를 만들자면서 차 없는 거리를 만들 때 심하게 반대했던 상인들도 이제 서서히 마음을 열고 있다. 차가 안 다니게 돼 불만을 가졌던 상인들은 어느새 문화의거리를 부러워하고 있다.
때문에 문화의거리상인회에 포함돼있지 않은 상점가 상인들 사이에서 슬슬 '우리도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해 볼까' 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이번 개선사업 과정에서 부평문화의거리는 옆으로 뻗어가고 있다. 문화의거리의 변화상을 지켜보던 인접한 상인들이 부평문화의거리상인회에 가입하면서 문화의거리가 늘어나게 됐다.
문화의거리상인회 김문곤 회장은 "부평문화의거리 11년의 성과와 이번 개선사업의 취지와 결과를 알리는 개장식을 오는 11일에 개최할 예정"이라며 "문화의거리의 자랑은 상인들이 직접 우리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데 있다. 사람의 거리를 향한, 사람의 도시를 향한 우리의 꿈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중앙무대 매주 주말이면 이곳 중앙무대를 중심으로 주변에서 다양한 공연과 퍼포먼스 등이 펼쳐지고, 공연 외에도 집회와 나눔장터 등이 열리기도 한다. ⓒ 김갑봉
▲ 큐브문화의거리의 흉물로 방치 됐던 전기 배전함이 차없는 거리 조성부터 한평공원 조성등에 이르기까지 이 곳 역사를 사진으로 담은 멋진 큐브로 변신했다. ⓒ 김갑봉
▲ 자전거와 상인인천을 자전거도시로 만들기 위한 운동이 시작 된 곳이 문화의 거리다. 그래서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의 사무실도 이곳에 있다. 사람의 도시를 향한 상인들의 꿈은 계속 된다. ⓒ 김갑봉
▲ 자전거 가로등새롭게 문화의거리로 편입 된 거리 건물 옥상에 달린 가로등 디자인이 자전거로 돼 있어 이채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옥상에 올라가 보니 자전거 한 대로 통째로 거꾸로 매달려 있고, 바퀴에는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 김갑봉
▲ 장애인 경사로문화의 거리가 사람의 거리임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주는 게 바로 가게 입구마다 설치 돼 있는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다. 인태연 부회장이 경사로를 가리키며 '거리의 꿈'을 설명하고 있다. ⓒ 김갑봉
▲ 부평에서는 옛 후정리에서 발달 한 삼산두레농악을 모태 삼아 해마다 5월 풍물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문화의거리 시장로터리 쪽 입구에 설치 된 풍물 포토 존. 복잡해서 입구인 줄 조차 몰랐던 이곳은 이제 번듯한 입구가 됐다. ⓒ 김갑봉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