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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와 15%의 차이

한우, 유통 마진 줄이는 것만이 경쟁력이다

등록|2009.06.09 11:56 수정|2009.06.09 11:56

▲ 푸짐한 한우 불고기에 갓 지은 돌솥밥이 불과 6천 원이었다. ⓒ 홍경석


얼마 전 지인이 점심을 사겠다며 찾아왔습니다.
자신의 차에 태워 데리고 간 곳은 대전동물원(최근 '오월드'로 개명)
입구의 안영동에 위치한 한우(韓牛) 전문 식당 겸 정육점이었습니다.

'점심특선 메뉴' 가 6천 원이었는데 갓 지은
돌솥밥에 입에 착착 붙는 쇠고기 불고기까지 푸짐하게 상에 올랐습니다.
모처럼 포식하는 것이었기에 추가로 공기밥을 하나 더 먹는 호사를 누렸지요.

그렇게 맛난 점심을 먹으면서 그 식당 안에
부착한 안내문을 보게 되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그건 한우의 중간마진이 너무도 엄청나다는 사실의 발견 때문이었지요.

그날 갔던 식당에서 의도적으로 중간 마진의
가격대를 설정하여 안내문 형태로써 붙인 건지는 잘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아무튼 이내 수긍하는 투로 고개를 주억거렸던 것은
안내문에 열거되어 있는 부분이 얼추 맞는다는 현실론에 입각한 때문이었습니다.

그 식당에서 붙인 한우 가격의 중간 마진을 보자면 이랬습니다.
우선 그 식당은 한우 축산농가에서 직거래를 하여 불과 15%의
마진만을 불여 팔고 있는데 반해 거개의 식당들은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 한우 유통과정의 400%와 15%의 차이를 설명한 식당의 안내문 ⓒ 홍경석


먼저 축산농가에서 한우를 구입한 수집상(소 장사)이 5%의 마진을 붙인다네요.
다음으로 도축장에서 거기에 또 15%의 마진을,
이어 소매업자와 소매업자(정육점)가 별도로 마진을 또 붙이며 마지막으로
소비자(음식점)에까지 도달하려면 도합 무려 400%의 마진이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입산 쇠고기의 범람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축산농가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지는 이미 꽤 되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굳이 애국심이 아닐지라도 우리의
건강보전 측면에서라도 우리 한우의 소비에 우리 국민들이 솔선수범하는 건
어쩌면 당연지사의 논리와 국민적 인지상정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여전히 고가인 한우는 우리네 서민들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 하는 높은 위치에 우뚝 서 있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비해
우리의 축산과 유통업계가 소고기의 유통 마진을 줄이며
가격을 줄이겠다고 '요란을 떨었음'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어떤 철옹성마냥 한우는 여전히 비싸서 못 먹겠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건 분명 개선의 여지가 다분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상식이겠으되 수입산 소고기가 제 아무리 고급 육종이며 아울러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해도 냉동 상태로 수입되는 만큼 신선하게
냉장 유통되는 우리의 한우와는 맛에서부터 비교할 수가 없는 건 상식입니다.

그렇지만 중간마진이 무려 400%에 달하는 관계로
여전히 한우는 어쩔 수 없는 고가 음식의 대명사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은 어찌 설명해야 할까요?

우리의 한우에 대한 소비촉진 노하우는 가격조절만이
경쟁력이다 라는 사실을 새삼 느껴본 그날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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