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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필용 초대전 '흐르는 물처럼'

시안갤러리 개관 1주년 기념 송필용 초대전, 9∼24일까지

등록|2009.06.09 16:40 수정|2009.06.09 17:25

▲ 송필용 작 '흐르는 물처럼-생명의 순환'. ⓒ 시안갤러리


광주 빅마트 시안갤러리가 개관 1주년을 맞아 지역의 대표적인 중견화가인 고흥 출생 송필용 작품 초대전을 마련했다. 시안갤러리는 지난해 3월 개관 후 첫 사진전을 시작으로 '광주 현황과 전망전', '청년미술작가전' 등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과 작가 지원, 예술 활성화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수류화개(水流花開)-물은 흐르고 꽃은 피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끊임없이 탐구해 온 '물'을 주제로 한 연작 3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작품은 한국 전통문화 속에 녹아 흐르는 고아한 풍류와 풍취를 되살려내는 작가적 의지의 산물이다.

송 작가는 특히 '흐르는 물처럼' 연작을 통해 10여년 전부터 천착해 온 소쇄원을 비롯한 무등산 자락 '가사문학의 시정'과 진경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됐던 금강산 화필기행, 옛 묵죽도를 차용한 녹죽 그림들의 연장선에 있는 예술적 성취들을 보여준다.

▲ 송필용 작 '수류화개'. ⓒ 시안갤러리


그의 물은 '생명의 순환' 연작에서 볼 수 있듯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세상의 삶의 모습처럼 그윽한 달빛 아래 매화를 머금은 평면한 수면으로, 수직낙하로 호탕하게 작렬하며 휘모리를 일으키는 폭포수가 되기도 한다.

또 푸른 달빛 아래 굽이져 흐르는 실오라기 같은 물줄기인가 하면, 어쩔 때는 소용돌이치는 세상 속 고난의 현실을 박차고 쉼 없이 꿈을 찾아 거슬러 오르는 등용의 물길을 열기도 한다. 그 물 그림들에는 '달빛폭포' '달빛 매화'들처럼 딱히 무엇이 주인이랄 것도 없이 달과 매화가 항시 함께 등장하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달빛은 화면을 가득 비추는 만월이 대부분이지만 어슴프레 초승달부터 상현, 하현, 그믐달까지 천지 시공간에 물처럼 흐르면서 폭포수를 둘러서기도 하고, 오랜 친구인 매화가지에 걸치기도 한다.

▲ 송필용 작 '흐르는 물처럼-달빛매화'. ⓒ 시안갤러리


그의 화면에서 힘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는 생명의 에너지를 느끼게 하고, 가슴 속의 응어리를 씻어 내는 듯한 치유의 카타르시스를 경험케 해준다. 아울러 장엄하게 낙하한 물줄기를 서서히 잠재우며, 모든 격정과 고통을 품어주는 강물과 호수에서는 안정과 평온, 그리고 생명의 순환을 느끼게 한다. 그의 화폭 안에는 산천초목(山川草木)이 가득하다.

송 작가는 "물을 표현하기 위해 청색과 녹색을 주로 사용하지만 단순한 단색조 회화를 넘어 그 안의 묘미를 찾고자 한다"며 "물은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포용하며 생명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모든 사유의 근간이다"고 말했다.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은 "송필용 회화에서 물과 달과 더불어 뗄 수 없는 삼우 중에 하나인 매화는 달빛아래 함박눈처럼 흩날리면서 '매화도 눈 같고 눈도 매화 같은…'(梅花如雪雪如梅花, 서거정) 달밤의 몽환적 정취를 돋우어 준다"며 "수면에 거의 닿을 듯 말 듯 사선으로 내리뻗거나 무지개처럼 휘어져 화면을 두르기도 하면서 이슬 촉촉한 밤공기에 매화꽃잎 아련히 흩날리는 월매의 서정이 짙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매화의 연정은 아스라한 물소리와 더불어 매화가지 사이로 노니는 휘파람새들로 더없이 애틋해지고, 달빛 아래 세상을 연분홍으로 물들이다가 급기야 붉은 노을 같은 보름달로 달아오를 즈음에 이르면 매화의 정념은 더없이 뜨거워진다"며"물론, 생명의 순환이 청춘의 열락(悅樂)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수백 년 성상을 피고 지며 세월의 깊이대로 뼈골이 드러날 지경의 늙음에 이르면 새삼 그 삶에 숙연해 지기도 하는데, 비록 늙어 굽은 몸이지만 휘영청 밝은 달빛을 벗 삼아 시린 눈 한껏 얹고서도 본래의 품덕을 잃지 않고 매향을 피워내어 고고한 선비의 기품을 다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송필용 작가는 전남대 미술교육과와 홍익대 대학원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89년 서울 나우갤러리 개인전 등 17회, 2009 그리움에 대한 네가시시선, 국립 현대미술관 기획전. '진경, 그 새로운 제안', 금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 송필용 작 '흐르는 물처럼-달빛폭포'. ⓒ 시안갤러리

덧붙이는 글 전시회 관람문의 : 062-573-0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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