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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45) 패턴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665] '신격화'과 '하느님 자리에 놓다'

등록|2009.06.10 10:24 수정|2009.06.10 10:24

ㄱ. 신격화하다

.. 농어업을 하는 사람들은 큰 나무를 신격화한다. 마을에는 동신목을 모셔놓고 자손 대대로 절대 불가침으로 전수한다 ..  《김준호-사람과 자연》(따님,2001) 67쪽

 '거목(巨木)'이라 않고 '큰 나무'로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그렇지만 "절대(絶對) 불가침(不可侵)으로 전수(傳授)한다"라는 대목은 아쉽네요. "함부로 다루지 못하게 가르친다"나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이른다"쯤으로 풀어내면 어더할까 싶습니다.

 ┌ 신격화(神格化) : 어떤 대상을 신의 자격을 가진 것으로 만듦
 │   - 농민의 소박한 염원과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의 신격화였으며 /
 │     신격화된 존재 / 예전에는 신격화된 자연물을 숭배했었다
 │
 ├ 큰 나무를 신격화한다
 │→ 큰 나무를 신으로 섬긴다
 │→ 큰 나무를 신처럼 모신다
 │→ 큰 나무를 신처럼 받든다
 └ …

 "신으로 섬긴다"나 "신으로 모신다"고 하는 '신격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으로 삼는다"이기도 하고, "신으로 받들다"이기도 한 '신격화'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또는 "하느님으로 섬긴다"나 "하느님으로 받들다"이기도 할 테지요.

 ┌ 큰 나무를 고이 여긴다
 ├ 큰 나무를 고이 돌본다
 ├ 큰 나무를 거룩히 우러른다
 ├ 큰 나무를 살뜰히 아낀다
 └ …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하느님처럼 받들거나 모시거나 우러르거나 섬긴다고 한다면, 이 나무를 더할 나위 없이 아낀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몹시 아끼고 끔찍이 아끼며 대단히 아낀다는 소리라고 느낍니다.

 어느 한편으로 보면 몹시 사랑한다거나 아낌없이 사랑한다거나 그지없이 사랑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좋아한다거나 무엇보다 좋아한다거나 가장 좋아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 공포의 신격화였으며 → 두려움이 굳게 자리잡았으며
 ├ 신격화된 존재 → 하느님처럼 된 사람
 └ 신격화된 자연물을 숭배했었다 → 하느님으로 삼은 자연물을 모셨다

 생각해 보면, 신으로 삼는다 해서 '신격화'이지만, 말뜻과 말느낌 그대로 "신으로 삼는다"라 할 때가 가장 알맞지 않으랴 싶습니다. 글흐름을 살피며 "하느님 자리에 놓는다"든지 "하느님 자리에 올린다"든지 "하느님 자리로 끌어올린다"라 해도 되고요.

 좀더 손쉽게, 좀더 또렷하게, 좀더 꾸밈없이 말마디와 글줄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결 살갑고 한결 싱그러우며 한결 넉넉하게 우리 생각과 마음을 고루 펼칠 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


ㄴ. 패턴화하다

.. 우리는 일단 그것을 컴퓨터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다음, 패턴화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평가 구분했다 ..  《마거릿 D.로우먼/유시주 옮김-나무 위 나의 인생》(눌와,2002) 166쪽

 '일단(一旦)'은 '먼저'나 '무엇보다'로 다듬고, "컴퓨터의 데이터베이스(data base)"는 "컴퓨터 자료"로 다듬습니다. '저장(貯藏)한'은 '넣은'으로 손보고, "평가(評價) 구분(區分)했다"는 "살피며 나누었다"나 "따지며 나누었다"로 손봅니다.

 ┌ 패턴화 : x
 ├ 패턴(pattern)
 │  (1) 일정한 형태나 양식 또는 유형. '모형', '본새', '유형', '틀'로 순화
 │   - 소비 패턴 / 행동 패턴 / 동양과 서양은 생활 패턴이 서로 다르다
 │  (2) = 본보기
 │  (3) 양장 따위에 쓰이는 본. '무늬', '옷본'으로 순화
 │
 ├ 패턴화할 수 있는
 │→ 패턴으로 볼 수 있는
 │→ 어떤 흐름이라 여길 수 있는
 │→ 어떤 틀을 세울 수 있는
 └ …

 워낙 자주 쓰는 영어요, 어느 곳에나 으레 쓰는 영어입니다. 그러니 '패턴'이든 '데이터베이스'든 툭툭 튀어나오지 않느냐 싶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살아가는 숱한 지식인들이 한자말을 한자말로 여기지 않으면서 제 지식을 펼치는 데에 아무렇게나 썼듯이, 영어를 영어로 느끼지 않으면서 제 깜냥을 내보이는 자리에 함부로 쓰고 있습니다.

 더구나, 아이들이 왜 영어를 어릴 때부터 익혀야 하는가를 제대로 느끼도록 하지 않는 가운데 지식조각으로만 쑤셔넣는 교육 틀거리입니다. 학교에서뿐 아니라 집에서도, 또 동네 어디에서도 영어 판입니다. 겉치레 하는 데에 흠뻑 빠져 있고, 겉꾸밈 하는 데에 잔뜩 치우쳐 있습니다. 참다이 살아가는 일이라든지 아름다이 살아가는 일이라든지 슬기롭고 착하게 살아가는 일에는 마음을 하나도 안 씁니다. 아니, 마음쓸 까닭이 없는 듯 여기거나 느끼기까지 합니다.

 길든다고 할까요. 길들면서 잊는다고 할까요. 길들면서 나 몰라라 하게 된다고 할까요. 누구나 '부자가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말할 줄은 알지만, 말만 이러할 뿐, 어느 만큼 벌어야 부자인 줄 깨닫지 않을 뿐더러, 부자가 되어도 이웃을 돕지 않습니다. 또한, 부자가 되기까지 내 밥그릇을 채우기는 하되 옆사람을 돕거나 어깨동무하지 않아요. 부자가 되건 안 되건 한결같이 나를 사랑하고 남을 아낄 줄 알아야 하건만, 나이든 남이든 있는 그대로 사랑하거나 아끼지 못합니다. 내 삶이나 다른 이 삶이나 고이 돌아보거나 껴안지 못합니다. 이러는 가운데 내 말이나 글은 저절로 뒷전이 되고 잊혀지게 되고 엉망이 됩니다.

 ┌ 소비 패턴 → 쓰는 모습 / 씀씀이
 ├ 행동 패턴 → 움직이는 모습 / 몸가짐 / 몸차림 / 몸짓
 └ 생활 패턴이 서로 다르다 → 사는 모습이 서로 다르다 / 삶 매무새가 서로 다르다

 먼 앞날을 내다보면서 내 오늘을 가꿀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하루 내 삶을 어떤 흐름에 맡기면서 보내느냐를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여 부자가 되듯, 한 마디 두 마디를 갈무리하여 내 말을 이룹니다. 푼푼이 모으는 길이 참다워야 부자가 되어도 참다운 사람으로 우뚝 서듯, 말마디 글줄 모두 한결같이 가다듬어야 글쓰기를 하든 책을 펴내든 맑고 밝은 알맹이를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내 흐름을 내 손으로 찾아야 합니다. 내 삶 매무새를 내 손으로 가꾸어야 합니다. 내 말과 글을 내 손으로 돌보고 북돋워야 합니다. 내 생각과 마음은 내가 걷는 길대로 추슬러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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