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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제작·편성본부장 무더기 '불신임'

PD 86.9% "이병순 사장, 시청자에게 사과해야"... 사측, 투표 주동자 색출 및 징계 시사

등록|2009.06.10 10:28 수정|2009.06.10 10:28

▲ 이병순 KBS 사장(자료사진). ⓒ 남소연


이병순 KBS 사장이 임명한 보도·제작·편성분야 간부들이 기자와 PD들로부터 무더기로 불신임을 받았다.

KBS는 투표 주동자를 징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병순 체제'에 대한 사내 구성원들의 불만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여서 파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KBS 기자협회는 8~9일 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방송이 시민들의 비난을 산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김종율 보도본부장과 고대영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실시했다.

보도본부장 신임 투표에서는 총 554명 중 해외연수자와 휴직자 등을 제외한 219명이 투표에 참여해 180명이 '불신임'에 표를 던졌고, 34명이 신임했다. 보도본부에서 보도제작국과 영상취재국 기자를 제외하고 보도국 기자 265명 중 138명이 참여한 보도국장 신임투표에서는 90%가 넘는 129명이 '불신임'에 표를 던졌다(신임은 7명).

PD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작본부·편성본부장의 신임 투표 결과는 더욱 심각하다.

총 816명의 PD 중 555명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에서 최종을 편성본부장은 90.78%, 고성균 라디오제작본부장은 78.03%, 조대현 제작본부장은 74%의 불신임 표를 각각 받았다. 각 본부별로 온도 차이는 있지만, 전체 PD들의 절반가량이 본부장의 제작 방향에 반기를 든 셈이다.

KBS PD협회(협회장 김덕재 PD)가 투표와 함께 병행한 PD들의 여론조사에서는 "이병순 사장이 서거 방송과 관련해 KBS가 보여준 파행적 행태에 대해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86.9%로 나왔다.

KBS 기자와 PD들은 이와 같은 투표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이병순 체제 10개월에 대한 심판"과 "절대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 투표"라며 엇갈린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의 경우 민필규 회장이 지난 3일 "투표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운영위원회가 새 지도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형편이다.

한편, KBS 경영진은 "불신임투표는 사규상 성실의무 위반과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된다"며 관련자 색출 및 징계를 시사하고 있어 이번 투표가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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