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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220) 핵심적

― '핵심적인 곳', '핵심적 비중' 다듬기

등록|2009.06.11 14:51 수정|2009.06.11 14:51
ㄱ. 핵심적인 곳이다

.. 이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는 공장은 포드의 리버루지 공장으로, 다르로이트에 있는 여러 포드 자동차 공장 중 핵심적인 곳이다 ..  《이명동-보도사진의 이론과 실제》(해뜸,1988) 102쪽

'난투극(亂鬪劇)'은 '싸움'이나 '치고받는 싸움'으로 풀어냅니다. "포드의 리버루지 공장"은 "포드회사 리버루지 공장"으로 다듬고, '중(中)'은 '가운데'나 '-에서'로 다듬습니다.

 ┌ 핵심적(核心的) : 사물의 가장 중심이 되는
 │   - 핵심적 내용 / 핵심적 요소 / 핵심적인 인물 /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
 ├ 핵심(核心) : 사물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 '알맹이'로 순화
 │   - 핵심 세력 / 핵심 인물 / 핵심을 찌르다 / 문제의 핵심을 집어내다
 │
 ├ 공장 중 핵심적인 곳이다
 │→ 공장 가운데 핵심이 되는 곳이다
 │→ 공장 가운데 알맹이인(알짜인) 곳이다
 │→ 공장에서 아주 중요한 곳이다
 │→ 공장에서 중심이 되는 곳이다
 └ …

'알맹이'로 고쳐서 쓰라는 '핵심'이군요. 그렇지만 '핵심'이라는 한자말을 안 쓰고 '알맹이'라는 토박이말을 쓰는 분은 몹시 드뭅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알맹이'라고 적어 놓으면 "이게 뭐여?" 하고 이맛살을 찌푸릴 테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고 하리라 봅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가끔 '알맹이'로 적어 놓아 보는데, 한결같이 뚱딴지 같은 낱말이라고 여길 뿐, 왜 '알맹이'이고, '알맹이'가 무슨 뜻인지 알아보려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저 손쉽게 빨간 줄을 슥슥 긋고 '핵심'으로 고쳐적을 뿐입니다. 아주 오래도록 '핵심' 한 마디에만 길들여 있기 때문에, 이제는 '알맹이'는 죽어 버린 낱말이라 할 만합니다. '핵심' 아니고는 우리 생각을 나타낼 길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이리하여, '핵심'은 우리가 안 써야 할 낱말이라고 오래도록 이야기가 되었어도 털리지 않는 가운데, 이 낱말 뒤에 '-적'까지 들러붙습니다.

 ┌ 핵심적 내용 → 알짜 이야기 / 알맹이 / 큰 줄거리
 ├ 핵심적 요소 → 알짜 / 알맹이
 ├ 핵심적인 인물
 │ → 가장 큰 사람 / 한복판에 있는 사람 / 눈여겨볼 사람 / 두드러진 사람
 └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 → 큰몫을 맡다 / 큰일을 하다

그런데 '핵심'이나 '핵심적'이 쓰인 자리를 고이 돌아보면, '알맹이'로 고쳐쓰기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저 또한 '핵심'이나 '중심' 같은 한자말에 길든 탓이 있기도 하지만, 쓰임새가 아주 넓어져 버린 '핵심'과 '중심'은 '알맹이' 한 가지로만 털어내기에는 힘듭니다. 쓰임새가 넓어진 만큼, 여러 가지 다른 낱말을 끌어들여서 때와 곳에 따라 다듬어 내야 한다고 봅니다.

때로는 '알짜'나 '알맹이' 한 마디면 넉넉하지만, 곳에 따라 '큰'이나 '높은'을 넣어 봅니다. '가운데'나 '한가운데'나 '한복판'도 넣어 보고, '고갱이'를 넣기도 합니다. 흐름을 살피며 '눈여겨볼'이나 '두드러진'이나 '돋보이는'을 넣어 줍니다.

ㄴ. 핵심적 비중

.. 결국, 우리 나라에서는 아파트가 개인의 자산규모에서 핵심적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아파트 선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개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  《전상인-아파트에 미치다》(이숲,2009) 58쪽

'결국(結局)'은 '그러니까'나 '곧'으로 다듬고, "개인(個人)의 자산규모(資産規模)에서"는 "우리 살림살이에서"로 다듬습니다. '비중(比重)'은 '무게'로 고쳐쓰고, "아파트 선호(選好)"는 "아파트 좋아하기"로 고쳐 줍니다. "선택(選擇)이 아니라 필수(必須)가 될 개연성(蓋然性)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아무래도 '고르기'가 아니라 '반드시'가 될 수밖에 없다"로 손질해 봅니다.

 ┌ 핵심적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
 │→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 큰 몫을 차지하게 되면서
 │→ 알짜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 …

보기글처럼 '핵심적 비중'이라 적혀 있어서 그렇지, 이 글을 '큰 자리'나 '알짜 자리'라 적어 놓았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적어 놓으면서 우리 스스로 '큰'이나 '알짜' 같은 낱말에 눈과 입과 손이 익도록 하면 어떻게 될까 헤아려 봅니다.

안 쓰니 더 안 쓰게 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안 보니 더 안 보게 되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 두 번 쓰는 가운데 눈에 익고 귀에 익고 손에 익어 몸에 배어드는 말입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거듭 보는 가운데 차츰차츰 부드럽고 매끄러이 받아들이게 되는 글입니다.

올바르지 못한 글 매무새라 할지라도, 어릴 적부터 익히 보아 왔으면 올바르지 못한 줄을 느끼지 못하면서 붙잡게 됩니다. 올바르지 못한 글 매무새를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따로 올바른 글 매무새를 아이들한테 심어 주기보다는, 우리 어른 스스로 올바른 매무새로 살아갈 노릇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말 지식을 아이들한테 심어 놓는다기보다는, 우리 어른 스스로 알맞고 살뜰한 매무새를 즐기는 삶으로 꾸릴 노릇이 아닌가 싶습니다.

 ┌ 아파트가 우리 살림살이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 아파트가 우리 살림에서 알짜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 아파트가 우리 살림에서 무엇보다 크게 자리잡게 되면서
 └ …

말과 글 모두 바를 수 있으려면 생각과 마음 모두 바를 수 있어야 합니다. 말을 바루고자 한다면 삶을 바루어야 합니다. 글을 옳게 일으키고 싶은 꿈이 있다면, 글에 담는 내 삶이 옳게 일으켜져야 합니다.

이웃을 사랑하듯 이웃한테 건네는 말에 사랑을 담아야 하고, 내 발 디딘 터전을 아끼듯 내 발 디딘 터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 나눌 말을 아낍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끈과 고리를 곰곰이 돌아보면서, 말과 생각과 삶을 그러모으면 빛줄기는 마음속에서 저절로 샘솟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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