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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벌어졌던 비인간적 실태

[서평] 마비쉬 룩사나 칸의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등록|2009.06.11 19:35 수정|2009.06.12 10:20

▲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 바오밥

2001년 벌어진 9ㆍ11테러 이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그를 비호하던 반미 이슬람세력들에게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그 결과 부시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세력을 축출하는데 성공, 그들에게 민주주의 정권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미군은 전쟁 후에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꾸준히 테러조직들을 색출해서 잡아들였는데, 이때 테러리스트들을 가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관타나모 수용소였다.

그러나 이 관타나모 수용소는 테러리스트의 감옥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하여, 쿠바의 외딴 곳에 위치시킨 후, 미국 내의 범죄자들도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법적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다.

그 때문에 관타나모에 수용된 수많은 포로들에게 인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가혹행위들이 저질러졌고 이러한 부시정부의 반인권적 행위는 국제 사회에서 많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법률을 공부하면서 그리고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수용소 내의 비인권적인 처우를 알게 된 아프가니스칸 이민 2세인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의 저자 마비쉬 룩사나 칸은 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서 인권단체인 <합법적 권리 센터>에 가입하여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위해 자원봉사에 나서게 된다.

그녀는 오랜기간 동안 이어진 미국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여 마침내 테러리스트 수감자와의 면회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만난 테러리스트는 그녀의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으며,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아무런 혐의가 없는 소아과의사가 직업인 알리 샤 무소비라는 이름을 가진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소비는 어느 날 갑자기 붙잡혀왔고, 오랜 시간 동안 억류당했으며, 탈레반 정권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덮어쓴 채 수많은 고문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미국에 대한 배신감을 표출했다.

"우리의 친구들도 우리의 적들도 저에게 벌을 주는군요. 총알이, 러시아제 총알이 아직도 제 목에 박혀있습니다. 그건 러시아인들이 준 선물이고 저는 러시아를 우리의 적이라고 간주합니다. 이 수갑과 죄수복은 우리의 친구인 당신네들이 준 것이구요." -30p-

그녀는 자원봉사를 통해 많은 수감자들을 만났다. 두 번째 그녀가 만난 하지 누스랏 칸은  테러리스트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할아버지였다. 그러나 그 역시 탈레반의 무기를 감추었다는 누명을 안고 관타나모 감옥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가씨, 내 흰 수염을 보시오. 수염이 허연 노인네를 여기로 데려왔단 말이외다. 나는 아무 짓도 한 적이 없는데 말이오. 내 평생 미국인들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나쁘게 말한 적이 없는데 말이오." -55p-

세 번째 만난 염소치기 타즈도 마찬가지였고, 네 번째 만난 사업가 왈리 모하메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이 만난 수감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그곳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여러 변호사들의 이야기들 통해 그녀는 관타나모 수용소의 진실을 알게 된다.

"괴물이나 도깨비처럼 생긴 사람들만 악행을 저지른다고 여기는 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관타나모는 악 그 자체입니다. 관타나모는 기소도 하지 않고, 어떤 재판절차도 없이 단지 어렴풋한 혐의만으로 사람을 5년 이상이나 가둬두는 곳입니다." -47p-

그리고 그녀는 죄없는 자들이 갇히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뿌린 현상금의 존재를 알게 된다.

"9ㆍ11 이후 벌어진 전쟁 와중에,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수천 장의 전단을 살포했다. 누구라도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조직원을 신고하면 5,000달러에서 25,000달러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2006년 아프가니스탄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그것은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었다." -71p-

돈에 눈이 먼 아프가니스탄인 들은 자신의 이웃을 신고했다. 뿐만 아니라 이웃의 파키스탄 정부는 계획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접경지대에 주둔. 이주하는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인 들을 미국에 팔아넘긴다.

아무런 죄 없는 자신의 동족들이 처한 위험을 알게 된 그녀는 큰 결심을 한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 그들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를 수집하기로 한 것이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향한 그곳에서 그녀는 미국에서 자라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자신의 뿌리를 발견하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전쟁이 남기고간 잔혹한 모습과 아프가니스탄인 들의 미국에 대한 뼈저린 분노를 경험한다.

"평균적인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비참한 빈곤 속에 살고 있다. 그들에겐 놀이터고 보육시설도 깨끗한 옷도 없었다. 어린아이들이 내가 탄 차로 달려와 잔돈을 달라고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어떤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창문에 손이 닿지도 않았다." -164p-

"미국인들은 더 이상 무엇을 원하는 겁니까? 그들은 우리를 죽였고 우리 아이들에게 끔찍한 기형을 안겨줬으며, 우리의 농장을 묘지로 바꿔놓고 우리의 가정을 파괴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비행기가 날아와서 우리에게 총탄을 퍼부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게 없습니다. 우리는 예전의 소련과 싸웠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그들과 싸울 겁니다."
-166p-

한편, 관타나모에 갇혀있던 수감자들의 저항은 시간이 갈수록 격렬해졌고, 그에 따라서 그들의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미군의 행위는 더욱 잔혹해져만 갔다. 미군은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수감자들을 선동하던 이들을 자살로 위장시킨 후, 수감자들의 부검에서 나타날만한 증거물들을 제거한 뒤 본국으로 시체를 송환시켰다.

그 중에서 방송기자였지만 관타나모로 끌려온 알 하즈는 자신이 수용소에서 벌였던 단식투쟁과 그것을 막기 위해 관타나모의 미군들이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세계에 알려주었다.

"단식 투쟁자들은 가장 악독한 가혹행위를 당했다. 그곳에서는 에어컨을 최대로 켠 채 아무런 경고도 없이 수감자들에게 고춧가루를 뿌렸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차가운 물을 끼얹었다. 경비병들이 훤하게 보는 가운데 타월로도 은밀한 부위를 못 가린 채 샤워를 해야 했다. 많은 수감자들이, 손가락을 자신들의 항문 속으로 반복해서 집어넣는 군인들에게 모욕을 당했다. " -210p-

그녀가 만났던 수감자들의 죄를 벗어주고자 행한 그녀의 노력은 많은 죄 없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석방에 기여했으며, 전 세계인들에게 관타나모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수많은 변호사들과 알 하즈와 같은 열렬한 투쟁자들의 노력은 마침내 부시정권을 밀어내는데 기여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관타나모 수용소의 잔혹한 행위를 인정하고 폐쇄하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부시정부. 그의 강경책 때문에 벌어진 9ㆍ11테러로 희생당한 수많은 미국인들과  '테러와의 전쟁'의 구호로 인해 평생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한 관타나모의 갇혔던 죄 없는 수감자들과 그들의 가족들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전쟁의 피해로 인해 가난에 허덕이는 많은 어린이들 그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맛보지도 못하고 사라져가는 기형아들에게 부시정부의 어떤 사죄의 말도 그들에게 위로가 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이 얼마나 잔혹하며 많은 피해를 안겨주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민주주의를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는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돌진하던 미국의 극우보수가 관타나모를 통해서 세계시민에 어떤 피해를 끼쳤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국민을 상처 입히는, 올바른 소리를 한다고 붙잡아가는 만행을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즉각 멈춰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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