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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악법으로 시민의 눈과 귀 막으려 한다"

[현장] '휠체어' 언론악법 저지순회단, 대전 도착

등록|2009.06.13 16:45 수정|2009.06.13 16:45

▲ 한나라당 언론악법 저지를 위해 전국 순회 중 대전에 도착한 휠체어 투쟁단. 맨 앞 휠체어를 탄 사람이 최창현(45)씨로 전동 휠체어로 유럽 32국을 횡단한 기네스 세계기록 보유자다. 박상규(39,뇌병변 1급)씨가 최씨와 함께 휠체어 순례를 벌이고 있다. ⓒ 이기동


한나라당 언론악법 저지를 위해 휠체어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장애인 투쟁단이 13일 대전에 도착했다.

지난 11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휠체어 투쟁에 나선 지 이틀만이다. 전날 수원을 거쳐 온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대전 한나라당 대전시당 및 충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억론악법 즉각 폐기'를 요구하며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음 행선지인 전주로 향했다. 

휠체어 순회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5명이다. 이중 단장을 맡은 최창현(45)씨는 통일을 기원하며 유럽 32개국 2만 5천km를 1년 여 간 휠체어로 횡단해 기네스북에 오른 바 있는 1급 중증장애인이다. 또 박상규(39, 뇌병변 1급)씨가 최씨와 함께 휠체어 순례를 벌이고 있다.

이 밖에 정재훈(33, 간질 3급)씨는 자전거를 타고, 조홍준(37, 뇌병변 2급)씨는 차량을 운행하며 횡단에 나섰고 이진우(38, 뇌병변 2급)씨는 이들을 보조하기 위해 함께 순회 길에 동행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재벌이 만든 뉴스는 재벌을 위해 말할 수밖에 없다"며 "6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의도대로 언론악법이 통과되면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인 장애인, 여성, 비정규직, 빈민의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은 언론악법 강행처리를 통해 시민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바르게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며 "언론악법 개정의 속내를 전국에 알리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전국 순회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순회투쟁을 지지하기 모인 대전충남지역 시민노동단체 관계자들도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은 언론장악법'이라고 성토했다.

금강운하백지화운동 이상덕 공동대표는 "미디어재벌이 총리가 돼 정권을 장악한 이탈리아에서는 총리가 비리를 저질러도 보도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며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을 모두 없애려 하는 언론악법은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홍렬 KBS 노조대전충남시도지부장은 "행복 추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상의 자유고 표현의 자유"라며 "조중동이 방송을 장악하게 될 경우 서민들은 임금 노예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작은 빗방울이 모여 시냇물과 바닷물을 만들 듯 약하고 부족하지만 언론자유를 위해 모두 힘을 합해 나가자"고 말했다.

▲ 휠체어 전국순례단이 13일 오전 11시 대전 한나라당 대전시당 및 충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억론악법 즉각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 이기동


대전MBC 이재우 노조위원장도 "장애인들의 전국 순회투쟁을 보고 스스로 언론악법 저지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는지 돌이켜보며 부끄러워졌다"며 "정부가 국민 70%가 반대하는 언론악법을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모든 국민이 반대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대전시당 김창근 위원장은 "언론악법이 국회를 통과해 재벌방송, 조중동 방송이 현실화되면 각종 선거 때마다 편파방송을 통한 여론 호도로 영구집권을 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대전시당 김영권 정책실장도" 현 정부가 국민의 눈과 귀를 다 막는 악법을 그냥 통과되도록 내버려 두려 하느냐"며 "시민들이 나서 저지하고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휠체어를 타고 또 다시 먼 길을 떠났다.

휠체어 언론악법 저지 순회단은 14일 전주, 광주(15일), 진주(16일), 부산(17일), 울산(18일), 경주(19일), 포항(20일), 대구 (21일), 청주(22일), 원주(23일), 춘천(24일)을 거쳐 서울(25일)에 도착할 예정이다.

▲ 한나라당 대전 시당 및 충남도당 앞 정책홍보 게시판이 텅 비어 있다. ⓒ 심규상


한나라당 대전시당과 충남도당 앞 정책홍보 안내판이 한 달 째 텅 비어 있다.

13일 휠체어를 타고 한나라당 언론악법 저지를 위해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장애인 투쟁단이 한나라당 대전시당과 충남도당을 찾았지만 주말을 맞은 당사는 굳게 잠겨 있었다.  당사 앞 대형 정책홍보 안내 게시판도 텅 빈 채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인근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A씨는 "매일 당사 앞을 오간다"며 "최소 한 달 이상 게시판이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충남민언련 이기동 매체감시팀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사이버 모욕죄와 4대 강 정비사업, 언론악법 등 새로운 정책과 법안을 쏟아내고 있는 한나라당 당사 앞 게시판이 텅 비어 있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홍보할 만한 내용이 없거나 면목이 없기 때문 아니겠냐"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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