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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광고 중단 운동 법원직원 '중징계' 위기

법원, '언소주' 활동 벌금형 받은 김대열 계장 징계 추진 논란

등록|2009.06.15 10:38 수정|2009.06.15 10:53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에 관여했던 현직 법원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중징계를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광주고법 보통징계위원회는 인터넷카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에서 <조선>·<중앙>·<동아>(조중동) 광고 중단운동을 도왔다는 이유로 광주지법 목포지원 김대열(43, 민원계장)씨를 중징계할 방침이다.

김 계장은 2008년 검찰이 조중동 광고 중단운동 활동에 대해 수사를 시작하자 '언소주' 카페에서 법률도우미로 활동하면서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회원들에게 법률적 조언을 해왔다. 그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3백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광고중단운동 법률도우미 활동... 재판 진행 중 징계 추진

▲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벌였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과 민생민주국민회의, 미디어행동, 민언련 등 600여개 시민단체는 8일 오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에 편중 광고한 광동제약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선포했다. ⓒ 권우성


징계위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63조), 직장이탈금지 의무 위반(58조) 등을 징계 사유로 들고 있다. 

징계위는 징계의결요구서를 통해 "김 계장이 카페 회원들에게 광고 중단 운동의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하고, 검찰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등 광고 중단 운동을 독려하였다"며 "이에 업무방해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1심 법원은 김씨의 가담행위에 대해 중하게 판단하였다"고 지적했다.

징계위는 또한 "김 계장이 1심 판결 후(2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법원이 정의와 인권의 보루가 아니라 권력의 시녀이자 자동판매기였던 굴욕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됨으로써 국민의 사법불신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등의 발언을 함으로써 사법 신뢰를 떨어뜨리는 발언을 했다"며 이 점도 품위유지의무에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신영철 사퇴 대법원 앞 1인 시위는 "근무지 이탈"

징계위는 김 계장이 신영철 대법관 관련 1인 시위를 벌인 사실도 징계사유에 포함시켰다. 김 계장은 지난 5월 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신 대법관 자진 사퇴',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개혁 추진' 등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는데, 법원측은 김 계장이 연가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장이탈금지 의무 위반으로 본 것이다.

김 계장이 근무하고 있는 광주지법은 5월 28일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징계권이 있는 광주고법에 김 계장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중징계란 파면·해임·정직 등을 말한다. 이에 따라 광주고법 징계위는 지난 4일 김 계장에게 징계의결요구서를 보냈으며,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정할 방침인데, 공무원 신분이 박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판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법원공무원들 반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법원직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우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법원이 징계를 추진한다는 것에 대해 직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원내부 통신망에는 김 계장의 징계를 반대하는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

한 직원은 "판결 확정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법원측이 모를 리 없다"면서 "그런데도 언소주 사건에 대해 항소심이 진행 중인 지금 꼭 징계절차를 밟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징계수위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 계장의 행위를 중징계 대상으로  보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신 대법관 사퇴 1인 시위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원노조는 지난 4월부터 촛불재판 개입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신 대법관 사퇴를 촉구하며 대법원 앞에서 간부들이 두 달간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법원노조 관계자는 "김 계장은 법원노조 목포지부장으로서 1인 시위에 참여했는데 이를 근무지 이탈로 징계한다는 것은 괘씸죄로 처벌하겠다는 말 아니냐"고 꼬집었다. 

법원노조는 이번주부터 규탄성명 발표, 징계위원 면담요청, 전 직원 서명운동 등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내부 비판 공무원, 국세청은 파면... 법원은?

당사자인 김대열 계장은 이번 징계건에 대해 "내가 안고 가야 할 짐이니 당당하게 맞서겠다"며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나는 인권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며 언론소비자운동 참여에 대해선 "법원직원으로서 처벌 전례가 없는 (언론)소비자운동이 정당하다고 옹호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신 대법관 사퇴 1인 시위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신뢰를 해치는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경고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징계한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공직사회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느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입을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14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김동일 계장 얘기를 꺼냈다. 김동일 계장은 국세청 내부통신망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지난주 파면당한 나주세무서 직원이다.

그는 "나주세무서 징계 건을 이해할 수 있나. 김 계장이 뭘 얼마나 잘못했나. 파면당할 사안인가"라고 비판했다.

2명의 김 계장은 공통점이 많다. 전남 나주에 살며 6급 공무원이었다는 점, 또한 공무원으로서 조직의 내부 비판을 했다는 사실도 같다.

하지만, 한 사람은 파면을 당했고 다른 한 사람은 '아직은' 현직 공무원이라는 점이 다르다. 법원 징계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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