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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화받고 수사 시작한 대검 중수부

[앗, 검찰에게 이런 일이 1]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고 자랑했던 그 시절

등록|2009.06.15 19:04 수정|2009.06.15 19:04

▲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대검찰청 이인규 중앙수사부장이 '박연차 게이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만표 수사기획관. ⓒ 유성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검찰은 국민의 근심거리를 넘어 분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검찰개혁운동을 벌였고 몇 가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제 다시 시민들과 함께 제2의 검찰개혁운동을 시작할 때입니다.

많이 알면 알수록 검찰개혁운동은 더 풍성해지지 않겠습니까? 대검 중앙수사부를 비롯해 과거 검찰의 잘잘못을 되돌아보고, 검찰개혁을 둘러싼 시도와 검찰(법무부)의 저항의 사례를 하나씩 하나씩 소개합니다.

'앗, 검찰에게 이런 일이!!'는 검찰개혁을 갈구하는 시민들에게 도움될 과거의 언론기사에서 시작합니다.

1996년 대검 중수부, 이양호 전 국방부장관 수사 시작

1996년 10월 대검 중수부가 갑자기 뛰어든, 아니 떠밀려서 수사하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양호 전 국방부장관 비리사건입니다. F16 전투기관련 장비자료를 무기중개상에게 제공한 것이 법률위반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무기중개상과 경전투헬기 사업 관련하여 3억원을 나눠 가졌는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씨에게 인사청탁으로 뇌물을 제공했는지 하는 것을 둘러싼 수사였습니다.

자, 이 사건을 당시 대검 중수부는 어떻게 해서 착수했을까요.

김영삼 대통령의 전화 한 통화가 대검 중수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전혀 생각없던 대검이 갑자기 움직인 것입니다. 어떤 사건을 수사하라, 하지 마라를 대통령이 지시하는 것이 그 당시에는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법적인 근거는 전혀 없었지만 말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전화 한 통화가 중수부를 움직이게 해

이양호 전 장관 비리사건 수사 관련 과거 기사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전례없는 대통령의 '수사 지시'
[한겨레] 1996-10-21  

검찰이 이양호 전 국방장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전례 없던 일이 벌어졌다. 김영삼 대통령이 지난 19일 김기수 검찰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하고 이런 사실을 윤여준 청와대 공보수석이 직접 '발표'까지 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은 검찰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특정 사안을 수사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검찰도 행정부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 행정부라 해도 법치를 구현하는 기관이다. 누가 대통령이든 상관없이 법에 따라 움직이는 기관이며 이 때문에 '준사법 기관'이라고 불린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되어 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한다는 구절은 우리나라 법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이런 조항들이 왜 있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현직 대통령도 범법 혐의가 있으면 검찰은 수사해야 한다. 실제로 검찰은 권력과 긴장관계에 놓이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검찰중립성 얘기가 나오는 것이며, 검찰은 최소한 겉으로라도 청와대 등 권부와 접촉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 왔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직접 전화해 수사를 지시하는 일은 노태우 대통령 때도 없었다. 있었다 해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당연한 일이다. 위법 혐의가 있으면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고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청와대는 검찰총장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한다. 그리고 검찰은 당장 검찰총장 직속의 중앙수사부가 맡아 수사한다. 집안 일도 아니고 국가기관간에 하는 일인데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지 저간의 사정이 궁금할 따름이다.<임범 기자>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규정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는 검찰개혁운동의 중요한 대목입니다. 검찰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 지휘는 가능하지만 구체적 사건의 수사개시, 수사중지, 수사방식에 대한 지휘는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도 수사지휘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 지휘자체를 금지시킬 수는 없으니, 그 내용이 그 때 그 때 공개된다면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이 글을 쓰는 필자 -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박근용-는 대략 이런 입장입니다).

물론 대통령을 통한 수사지휘는 현행 법에 보장된 방식이 전혀 아닙니다. 위에 소개한 한겨레 기사에 나오듯이 검찰청법 8조는 예나 지금이나 검찰에 대한 정무적 책임을 지고 있는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은 인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수사지휘권이 아닌 비공식적으로 암암리에 수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검찰에 대한 지휘권 행사, 국민의 이름으로 행사되어야 할 검찰에 대한 통제, 과연 어떤 방식이 바람직한 것일까요?

그나저나 위 기사의 사건이 있었던 당시 검찰총장은 김기수씨였고, 대검 중수부장은 안강민씨였습니다. 자, 이 두 사람은 그 후,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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