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노무현에서 김대중으로 표적을 바꾸다

등록|2009.06.15 16:47 수정|2009.06.15 16:47
<조선일보> 신경무 화백과 <중앙일보> 김상택 화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있을 때 만평에서 주 공격 대상이었다. 두 화백은 표독스러을 정도로 공격했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고사하고 사람에 대한 예의도 없는 그림을 스스럼없이 그려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20여일 동안 민주개혁세력 중 마땅한 공격할 사람이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지난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특별강연회'에서 이명박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자 새로운 먹잇감을 찾은듯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그저 비난만 한 것이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 모습을 표현한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김 전 대통령을 무시하고, 모욕하는지 알 수 있다.

▲ 13일자 <조선만평> ⓒ 조선일보



13일자 <조선일보> 신경무 화백의 <조선만평>이다. "할말, 못할마 다하는 세상에"라고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온갖 비난을 자유롭게 하는 나라임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독재자'라고 한 표현을 문제삼았다.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 연설을 들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로 비유한 말이 얼마나 애증이 담긴 말인지 알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정말 생각해서 한 말임을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한나라당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신경무 화백도 모르고 있다. '독재자'만 생각하니 어떻게 할 것인가. 답답할 노릇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저는 모습을 그린 것을 주목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을 무능력자로 모욕한 것처럼 김 전 대통령을 지팡이 짚고, 다리를 저는 사람으로 표현함으로써 만평을 보는 독자들로 하여금 '독재자'라고 표현한 말을 비판하기 보다는 인격을 더 무시하고 있다.

▲ 15일자 <조선만평> ⓒ 조선일보



15일자 <조선만평>이다. 북한이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에 대하여 즉각 반발하고 봉쇄를 하면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을 비판하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 만평의 진짜 비판 대상은 김정일 위원장이 아니라 경축 6·15 9주년 팻말을 들고 바위 뒤에 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에게 한 말씀을 해달라고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바위 뒤에 숨어있다.말로는 평화를 외치는 사람이지만 실은 자기 목숨만 보호하려는 비겁 사람으로 그렸다.

김정일 위원장이 쏘는 총알도 막지 못하고, 총알도 바위 뒤에 숨어 피하는 비겁한 사람으로 김 전 대통령을 그려 모욕주기에 바쁘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로 비난했다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 13일자 <김상택만평> ⓒ 중앙일보



13일자 중앙일보 <김상택 만평>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로 비유하면서 '들고 일어 나자'라고 표현했다고 비판했다.

이를 쳐다보는 김정일 위원장은 "감격, 기립박수"를 쳤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한 마음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을 하나로 묶음으로써 김상택 화백이 노리는 것이 무엇일까? 옆에는 후계자로 지목되었다고 추정되는 김정운이 함께 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 얼굴을 보라. 병들고, 추한 모습이다. 내가 봐도 이는 모욕주기를 넘어 증오만 남은 마음이 아니면 그릴 수 없는 모습이다. 아무리 비판을 하고 싶어도 예의를 갖추고 비판해야 한다. 신문 만평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하기사 노 전 대통령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안 다면 이런 비판은 마음만 아플 뿐이다.

▲ 15일자 <김상택만평> ⓒ 중앙일보


15일자 <김상택 만평>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 길에 오르는 장면이다. 국방부 장관은 북한 도발을 막겠다고 다짐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더 신경쓰이는 곳이 있다.

누구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가 운동을 하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순방길로 오르는 것을 보자 그만 두고 다른 곳으로 가는 모습이다.

이 장면은 무엇을 뜻하는가? '들고 일어나자'라고 한 말을 되새겨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랏일을 위해 미국까지 가서 오바마를 만나고, 북한은 언제 도발을 할지 모르는데 전직 대통령이 자기 지시세력을 일어 나자라고 선동하는 사람으로 그렸다.

노무현이 사라지자 이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이들이 그린 만평은 한 마디로 인격모독과 모욕이지 만평이 추구하는 해학과 풍자는 전혀 없다. 만평 네 가지를 보면서 해학과 풍자를 느끼는가? 아니면 김 전 대통령 인격을 모독하는 것으로 느껴지는가. 만평이 해학과 풍자을 잃어버리고 대상자의 인격을 모독하는 내용으로 가득 하면 붓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다. 대상자 인격만 모독하는 것이 아니라 만평을 모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