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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행복한 세상, MB는 좀 빠져주세요"

[현장] '생생 여성행동' 발족... "대운하·인턴제로는 여성실업 해결 못한다"

등록|2009.06.15 19:01 수정|2009.06.15 20:36

▲ 15일 오전 11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생생 여성행동' 발족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박효원


▲ 15일 오전 11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생생 여성행동' 발족식에서 참가자들이 '여성 일자리' '공교육' '살림살이'라는 3대과제를 적은 노란색 대형 풍선을 들고 있다. ⓒ 권박효원


"이명박 대통령이 죽인 경제, 여성이 살린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는 전국 49개 여성단체가 모인 '생생 여성행동' 발족식이 열렸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여성 비정규직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데다가 높은 교육비와 물가 때문에 주부들의 살림살이도 휘청거린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날 발족식에서는 이와 같은 과제에 맞춰 교육비와 높은 물가 때문에 고통받는 어머니,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여대생,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 등 다양한 여성들이 자신의 상황을 증언했다.

중1과 중3 두 아이의 엄마인 강혜승씨는 "학교 급식 모니터링을 하는데, 우리 학교에만 급식지원을 받는 아이들이 200명이 넘는다, 그것도 최저의료비 수급 증빙서류를 내야 지원받는데 사춘기 아이들에게 얼마나 수치스럽냐"고 상황을 전했다.

7년 전 이혼을 하고 한 부모 가정의 가장이 됐다는 허장휘씨는 "친정에서 더부살이하다가 1000만 원 보증금에 월세 30만 원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면서 "몇 달 동사무소나 구청을 다니면서 지원을 알아봤는데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말했다.

허씨의 큰딸은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을 거부하고 지난해 검정고시를 친 뒤 대학에 합격했다. 그러나 학비가 비싸서 입학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올해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면서 다시 한번 입학시험을 칠 예정이지만, 허씨는 딸의 학비를 부담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

대학에 입학해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는 것이 20대 여성들의 주장이었다. 민영 성균관대 총여학생회장은 "이미 18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졸업할 때는 2000만 원이 늘어난다,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가 30만 원이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청년인턴 제도는 100만 원 단기알바인데 거기서 이자 갚고 집세 내면 한 달에 50만원도 안 남는다, 대졸 초임도 깎는다는데 학자금 부채는 언제 갚나"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해고 위기에 놓인 여성노동자들도 나섰다. 이석화 고속도로영업소 노조 사무국장은 "여성노동자들 250여 명이 지난 1일 구조조정 대상으로 결정돼 판교 톨게이트에서 12일째 천막 농성 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는 월급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면서 평범한 어머니와 가장으로 살고 싶을 뿐"이라는 조합원의 글을 낭독했다.

이미 지난해 9월 98명의 조합원들이 해고돼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국여성노동조합 88CC분회의 김은숙 분회장은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한 이명박 대통령은 그냥 좀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은 우리가 알아서 만들겠다"고 비판했다.

일자리 잃은 여성들, 왜 실업률엔 빠져있나

▲ 15일 오후 2시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생생 여성행동' 발족 기념토론회가 열렸다. ⓒ 권박효원


'생생 여성행동'은 일자리·교육·물가를 3대 과제로 삼고 있지만,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역시 '일자리'다. 이들은 발족선언문에서 "한편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출산장려운동을 벌이는데 반대편에서는 경제위기라는 미명 하에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 정리해고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방과후시설과 국공립보육시설 확대를 통한 '괜찮은 여성 일자리' 확대를 요구했다.

이날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진행된 '생생여성행동' 발족기념 토론회의 주제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성일자리 대안 모색'이 주제였다.

경제위기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계층은 한참 직업 경력을 쌓아야 할 20~30대 여성이다. 3월 현재, 이 연령대 여성 23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연령별 실질여성 집단인터뷰에 따르면 30대 여성은 "이제 현모양처의 개념은 돈을 잘 버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경제적 능력을 중요시했다. 그러나 역시 자녀양육이 취업에 발목을 잡는다. 여성들은 "육아문제 때문에 집에 들어가서 3~4년 있다 보면 다시 나오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윤자영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턴과 공공근로 같은 저임금 단기 일자리 중심의 정부 정책은 20~30대 여성들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뉴타운·녹색뉴딜·신성장동력산업 일자리에 대해서도 "건설 분야의 단순 노무직나 고도의 기술직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성 불평등적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일자리 감소는 여성에게 집중됐는데 여성실업자 수는 3만 명에 그쳤다, 여성이 실업 상태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면서 "그러나 이들은 자발적으로 취업 대신 육아나 가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취업 가능성이 없어 구직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윤 노동부 여성고용과장은 '괜찮은 단시간 일자리'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기간제와는 달리 상용직으로 일하면서 승진도 할 수 있고 복지혜택도 받을 수 있다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일자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생생 여성행동'은 이후 경제위기와 여성해고에 대한 간담회를 이어나가고, 여성에 대한 부당해고 사례에 대한 법적 소송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를 중심으로 15명의 변호사와 노무사가 법률지원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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