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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수당 부활 반대·금성교과서 채택, 그게 범죄인가요?

[편지] 울산교육청 김상만 교육감님께 묻습니다

등록|2009.06.16 17:57 수정|2009.06.16 17:57
울산교육청 김상만 교육감님께.

울산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편지를 드렸었는데 다시 오랜만에 김상만 교육감님께 공개 편지를 씁니다. 한 두어 번 공개 편지를 드렸습니다만 어떤 답도 받지는 못했군요. 물론 답신을 기대하고 쓴 글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런 방식으로 교육감님께 일선 교사의 의견을 전달하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요즘 시절이 하수상한지라, 이런 글을 쓴다는 자체가 개운한 일은 아닙니다. 지금 이 글도 혹시나 교육감님의 노여움을 사서 명예훼손이니 뭐니 하며 법정으로 감사장으로 불려다닐까 저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드리는 공개 편지가 자연인 김상만이 아닌 울산교육의 수장인 공인으로서의 김상만이므로 널리 혜량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자연인 김상만에게는 추호의 관심도 없으니까요.

김상만 교육감님!

일전에 드렸던 공개 편지의 내용 중 하나가 교육감님께서 내거신 학력 신장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저는 그편지에서 진정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학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지도'해달라고 했습니다. 늘 하던 방식, 즉 보충수업하기나 강제로 야자(야간자율학습)시키기 등으로는 진정한 학력을 높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이죠.

그러나 교육감님께서는 제가 수긍할만한 답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난데없이 2008년 입시 성적이 뛰어났다고 자랑을 늘어 놓으셨습니다. 평준화 이래 서울대 진학률이 제일 좋았다는 것을 내세우시면서.

뭐 일견 그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할수도 있겠습니다만, 매년 하던 방식 외에 교육감님께서 새롭게 제시한 학력 향상 방안은 없던 터라, '일시적'인 성적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또한 마찬가지구요.

제 생각에 아마 교육감께서 유일하게 학력 향상 방안으로 제시하신 것이 고등학교 교장선생님들에게 관리 수당을 주는 방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장선생님들이 '돈'을 받아야, 더 열심히 학교 경영을 한다는 논리였지요. 그간 받았던 월급으로는 '열심히' 학교 경영할 '맘'이 생기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전 참 납득하기 어렵더군요.

대략 월 30만원 정도의 관리수당을, 수업하지 않는 교장선생님께 '선생들 감시하는' '수고비'로 주는 것이 학력 향상 방안이었다는 기막힌 '방도'를 왜 몰랐을까요? 이 아둔한 현장 교사는.

그렇게 해서 지난해 대학 입시 성적이 좋았으니, 올해는 그 비용을 한 200만원쯤으로 올리면 어떨까요?  그 정도면, 서울대학에 한 1000명은 보내지 않을까요? 학부모의 부담이야 커지겠지만 서울대만 보낼 수 있다면 그까짓 보충수업비야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보충수업 관리수당 부활 반대, 그게 범죄인가요?

김상만 교육감님!

진정 교육감님께서 가시고 계신 교육철학이 이런 것이란 말입니까? 나름 열심히 학생 지도하는 교사들과 또 교장선생님들에게 돈 몇 푼 쥐어주고 학력 향상을 시키겠다는 것이 진정 교육감님의 생각입니까?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보충수업 관리수당 부활에 대해 반대하고 투쟁하고 부당성을 널리 알리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교육감께서 울산만 부활시킨 보충수업 관리수당 문제를 둘러싸고 몇몇 학교에서 벌어진 파행 사례는 익히 아시리라 봅니다. 급기야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관리수당 부활을 반대하는 교사들에게 몰려가 온갖 모욕적 언사를 퍼붓기도 했고, 이 사건을 알린 인근 학교 교사에게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사정 당국에 고발하기까지 했습니다. 맞고소로 번진 학부모와 교사들의 다툼에 검찰은 교사들에게는 벌금형을 학부모들에게는 무혐의 처분이라는 이중잣대를 들이댔습니다.

그런데 이젠 그런 문제 제기를 한 교사에게 단지 검찰의 '범죄사실 통보'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징계하겠다고 징계의결요구서를 보내셨더군요.

묻습니다. 과연 교육청이 교사들의 기본적인 품위라도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도 마련했던가요? 학부모들에게 빨갱이 소리 들어가며 고발당한 교사들이 어떤 품위를 유지해야할까요?

그런데 그런 학부모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울산 교육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니 징계하시겠다구요?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 선정했다고 감사 받아야 하나요?

또 있습니다.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를 선정하면 이렇게 혹독한 감사에 시달려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것도 8개월이 다 지난 시점에, 더구나 회의록과 회의 참석자들의 주장 어느 것도 잘못된 것이 없는데 말이죠.

MB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특정 출판사의 교과서에 대해 좌편향이라는 딱지를 붙이더니, 그 교과서가 채택되지 못하도록 온갖 압력을 행사한 것도 교육청입니다. 얼마나 압력이 컸으면, 학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성이 채택되면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라고 했겠습니까?

결국 투표까지 벌이고 두 명의 개표위원과 실무 간사의 확인 그리고 운영위원장의 확인을 거친 지극히 정상적인 교과서 선정 회의에 대해 학교장이 투표 용지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김상만 교육감님!

적당히 하십시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정권과 코드 맞추기도 이 정도면 눈물겹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입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병에는 이롭다고 합니다. 대체 울산 교육을 어디로 끌고 가시렵니까?

저야 면식이 없지만, 지난 시기 그래도 꽤 괜찮은 선생님, 환경문제도 애쓰는 '생각있는' 지식인의 이미지가 다 지워질까 답답합니다.

건승하십시오

2009년 6월 중순 한 고등학교 교사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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