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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고 나서야 보이는 세상이 있습니다

[포토에세이] 들꽃을 통해 세상보기

등록|2009.06.16 16:56 수정|2009.06.16 16:56

분홍백화등(원예종)바람개비를 닮은 꽃, 주로 흰색의 꽃을 피운다. ⓒ 김민수




바람개비를 닮은 백화등이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어린 시절 바람개비를 들고 뛰어다니던 추억, 세상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고개라는 보릿고개를 막 넘어설 무렵 피어나는 꽃입니다. 서럽게도 가난한 사람들의 보리밭은 왜 그리도 부잣집 보리밭에 비하면 지지한지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땅도 더 척박하고, 거름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데다가 손길도 자주 못 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 것이 눈에 들어올 리 없는 어린 시절, 보리개떡 하나면 온 세상을 얻은 듯 바람개비를 돌리며 온 동네를 뛰어다녔습니다.

산딸나무의 참꽃참꽃의 속내는 신비스럽기만 하다. ⓒ 김민수




막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산을 바라보면 산딸나무꽃이 하얀 눈 소복이 내린 듯 피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참꽃과 헛꽃이 있다는 것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네요. 꽃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헛꽃이고, 참꽃은 존재조차도 몰랐던 것이지요.

철들고 나서야 보이는 세상, 어떤 때는 마음 아프고 어떤 때는 차라리 어른이 되어 알게 된 것을 차라리 고맙게 여깁니다. 때론 눈감고 싶어도 봐야만 하는 것들로 마음 아프지만 장님으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감사할 일이기에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양귀비(원예종)바람에 흔들리는 양귀비는 춤추는 여인을 보는듯 하다. ⓒ 김민수




어릴 적 진통제로 사용한다고 집마다 양귀비를 조금씩 키웠습니다. 몇 송이 이상 되면 안 된다 된다 하며 '마약'이라는 말에 감히 손도 대지 못했던 양귀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좋은 것이 되기도 하고 나쁜 것일 수도 있다는 것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결국에는 사람이 문제라는 것도 철들어 알았습니다.

간혹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만, 여전히 유아기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늦게라도 깨달은 것을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뭔가에 취해 살아가는가 봅니다.

뭔가에 취해서 자기의 삶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은 것이 옳은 것인지 옳지 못한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자기 의에 빠져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조금만 다르면 다 정죄하고, 세상에서 쓸어버려야만 하는 것처럼 앞뒤 꽉 막힌 사람들이 있습니다.

붉은 찔레(원예종)향은 산야에 피어나는 찔레향과 다르지 않다. ⓒ 김민수




언젠가 어떤 분이 붉은 찔레를 본 적이 있느냐 물었습니다.

처음에 '분홍빛을 띠는 찔레꽃은 봤어도 붉은 찔레는 본 적이 없어요'라고 대답을 했지요.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언덕 우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라는 노랫말도 그냥 분홍빛이 나는 찔레꽃인가 했는데 해남 어딘가에 자생하는 붉은 찔레가 있다고 했습니다. 야생의 붉은 찔레를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원예종으로나마 붉은 찔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실체를 본다는 것과 머릿속에 이론적으로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도 그렇지요. 민주주의를 맛본 사람, 독재의 폭압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이뤄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지금 우리의 현실이 왜 문제인지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지요.

물방울그 작은 물방울 하나는 생명의 시작이다. ⓒ 김민수




이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물 한 방울, 거대한 우주의 시작은 바로 이 작은 물 한 방울입니다. 이것을 소홀히 여기면 결국 생명도 살아갈 수 없지요. 우리네 삶에서 작은 물 한 방울과 같은 존재는 사회적인 약자들입니다. 그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들의 눈물에 무관심할 때 그 공동체는 건강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아픔이 피눈물이 되어 흐르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지요. 이런 것들을 부정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피눈물 흘리게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세력이 있다면 그런 세력이야말로 공공의 적인 셈이지요.

철들고 나서야 보이는 세상이 있습니다. 아직도 내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세상이 있습니다. 철든 사람,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지도자요, 존경을 받는 그런 세상이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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