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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여행,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이산화탄소 배출량 많아..."기적은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는 일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등록|2009.06.17 10:45 수정|2009.06.17 10:45
하나, 한 번에 죽음까지 몰고가는 위험한 여정 - 비행기 여행

오랜만의 고향 나들이를 마치고 며칠 전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길다면 길 수 있는 4년이란 시간 동안 한 번도 가족과 친구들을 보지 못했고 또 나름대로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헬싱키를 경유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 몸을 실은 후 내 결정에 대해 후회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비행기 안에서 - 특히 이,착륙을 할 때와 난기류로 인해 비행기가 흔들릴 때마다, 내 몸은 긴장으로 뻣뻣해졌다. 또한, 옆에 앉은 남편을 잡은 내 손에는 매번 땀이 차 오르곤 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러나' 싶기도 했지만, 4년 전 겪은 악몽같은 기억을 떠올리면 내 몸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4년 전 독일로 가기 위해 내가 탄 비행기는 경유지인 타이페이에 한 번에 착륙하지 못하고, 두 세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착륙을 했다. 처음에 착륙에 실패했을 때만 해도 함께 타고 있던 주위 사람들은 마치 아무 것도 아니란 듯이 웃음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또 다시 비행기가 착륙에 실패하자, 탑승객들은 물론 승무원들까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거대한 비행기가 착륙하려고 고도를 낮췄다가 갑자기 위로 오르기를 몇 번 반복하는 동안, 나는 겨우 신음 소리만한 외마디 비명밖에 지를 수 없었다.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해 내가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기를 빌면서.

1초가 10분 같던 그 시간, 정말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황 속에서 살기 위해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비행기 탑승 후 알려주는 긴급 상황 대처요령들이-머리를 숙이고, 산소 마스크나 구명조끼를 입는 방법 등의-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비행기가 땅에 추락해 박살이 나면 그만인 것을.

끔찍한 경험으로 반쯤 넋 놓고 앉아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며 나는 뼈아픈 반성을 했다. '한 번의 위험만으로도 금세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비행기 여행을 나는 그동안 너무 가볍게 생각해 왔구나' 라고.

비행기 창에서 내다본 풍경비행기 안에서 내다보는 바깥 풍경은 항상 흥미롭고 아름답다. 비행기 여행이 안고 있는 큰 위험에도 불구하고. ⓒ 다니엘 피셔


둘, '지구 온난화 주범' 온실가스 배출의 공신 비행기

오랜만의 고향 나들이가 정말 오랜만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다른 여러 이유도 있지만, 한 번의 비행기 여행이 환경에 끼치는 무시할 수 없는 악영향 때문이기도 했다.

헬싱키를 경유해 독일과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 여행으로 내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은 5560kg. 일년간 냉장고 사용으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100kg 이고, 중형차 정도의 자동차를 1년간 몰았을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2000kg인 것을 감안하면, 몇 주간의 여행에 따른 결과치곤 상당히 치명적인 양이다.

더군다나 지구에 크게 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이 일년에 한 사람당 3000kg 라고 하니, 난 단 몇 주 만에 벌써 2년 동안 배출해도 좋을 이산화탄소량을 배출해 버린 셈이 되었다. 평소에 냉장고 사용을 하지 않는 등 가능하면 에너지가 적게 드는 생활을 하려던 그동안의 노력들이 단 한 번의 비행기 여행으로 물거품이 됐다는 생각이 들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흔히들 온실가스 배출이 나와는 무관하고, 대신 거대한 산업 단지들 때문일 거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즐거운 휴가를 위해 계획한 비행기 여행으로도 엄청난 온실 가스가 배출되고, 그것이 야기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때아닌 폭우며, 갑작스런 토네이도, 이상고온 현상 등-로 생물들이 죽어가고, 심지어는 그로 인해 죽는 사람들도 있다는 연결고리를 인식하고 사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요새 사람들이 가격이 싸다고 단 며칠 간의 해외여행을 감행하는 것은 또 어떤가. 어떤 이들은 비행기 여행이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인 양 쉽게 결정하고 떠나기도 하지만, 분명 비행기 여행은 잠깐 야외에 바람쐬러 나가듯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삶의 '연결고리들'을 인식한다면 우리의 결정과 행동에 조금 더 책임감이 더해지지 않을까.

비행기 여행- 정말 일상적인 것이 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독일로 돌아오는 길에 경유지인 헬싱키에서 집어든 유럽판 타임지에는 얼마 전 실종된 에어 프랑스 비행기 447에 대한 짧은 기사가 실려 있었다. 기사 중간에 붉은 색으로 적힌 '몇천 몇만 킬로를 짧은 시간에 여행하는 비행의 기적은 비극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일상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라는 요약문은 비행 여행에 관한 우리의 태도를 잘 지적하고 있었다.

"...대륙간 비행 여행의 역사는 불과 채 40년도 안 되는데,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비행은 세계를 지구촌으로 만들고, 우리의 가능한 것에 대한 인지를 변화시켰으며, 낯선 것을 익숙한 것으로 만들었다. 비극은 우리가 일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정말 그러한 것인가 돌아보게 한다."

< The Moment/ 2009년 6월 1일 파리>
2009년 6월 15일자 유럽판 타임지-VOL. 173, NO. 24 | 2009, 11쪽

세상에는 이미 거대한 비행 사고 등과 같은 비극이 많이 일어났고, 또 환경에 대한 비극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믿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을 만큼 불편하다고 진실이 거짓이 되진 않는다.

조금만 마음을 더 열고 인식을 새롭게 해 보이지 않는 것도 보려고 노력해 보자. 결정에 앞서 내게 올 수 있는 불행이나, 혹은 내 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받을지도 모를 다른 생명들을 생각해 보자. 당장 눈에 띄는 무슨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것들이 쌓인다면 최소한 비극의 진행 속도를 조금 더 늦춰볼 수 있진 않을까. 우리 모두가 조금씩 달라진다면 말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기(Emissions Calculator)

독일의 아트모스페어(Atmosfair)라는 단체(Non-Profit-Organisation)에서는 비행기 여행시 발생하는 개개인의 온실가스 방출량에 대한 기부금을 받아 개발 도상국의 생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는 개인이 발생시킨 온실가스를 생태 프로젝트 진행으로 절감시키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홈페이지의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기(Emissions Calculator)'라는 메뉴에 들어가면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해 개인당 편도 혹은 왕복 비행기 여행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계산할 수 있다. 이때 냉장고나 자동차 사용에 따른 CO2 발생량 등이 함께 제시되어 계산된 CO2량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아트모스페어와 같은 단체들에 기부를 해 내가 방출한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 곳의 안내글에도 나온 것처럼 충치를 때웠다고 그 이가 처음의 건강한 이가 되지 않듯이 비행기 여행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my-ecolife.net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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