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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듣는 자식이 미워 죽겠다, 스님의 답변은?

자녀교육, 포기하고 싶다

등록|2009.06.17 14:03 수정|2009.06.17 14:03
제가 요즘 마음공부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무빙스쿨을 하고 있는 딸에게 올라오는 짜증과 화가 장난아닙니다. 핸드폰을 사달라고 해서 겨우 사주기로 마음 먹었더니 공짜폰은 싫다고 합니다. 마음같아서는 한 대 탁 치고 싶으나 돌아올 과보가 두려워 참습니다.  

자식이 밉다는 말, 아마 자식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자식이 있느냐구요? 전 있다고 봅니다. 자식도 잘해야 이쁘죠, 매 사사건건 성질 돋궈보세요. 이쁜가? 그러고 보니 저도 제 부모님께 이쁜 자식은 아닙니다. 한마디도 지지 않았으니 말이죠. 제가 요즘 딸을 보면서 인연의 과보는 피할 길이 없구나를 느낍니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오늘 질문하신 분은 저보다 더 어린아이와 싸우고 계시네요. 저는 그래도 고1짜리 딸과 싸우는데 이 분은 마음의 연령을 상당히 낮춰서 초딩 3학년과 싸우시는군요. 가재는 게편이라고 전 이 부모님이 이기기를 홧팅하겠습니다. 일단 들어보지요. 싸움을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는데 전 놀부심보를 가져서 싸움을 붙이네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미워죽겠습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억지를 부리고 대듭니다. 그래서인지 "엄마 사랑해"하며 안겨 오는데도 정말 마음이 동하지 않아 밀어내고 싶습니다. 아들에게 화가 많이 나고,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법륜스님 법문

▲ 즉문즉설 하시는 법륜스님 ⓒ 권영숙



한 마디로 말하면 아이와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한 아이와 싸우고 그 아이가 밉다는 얘기입니다. 남편이 아내와 대화하다가 고함을 지르거나 손찌검을 할 때가 있는 것처럼 엄마도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소리를 지르고 손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남편이 힘으로 아내를 이기려고 하듯이 엄마가 힘으로 아이를 이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얘기하다가 안 되면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고 싶은 것입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고분고분 말을 듣다가 차츰 저항을 하고 엄마가 매라도 들면 그때부터는 막 대들기 시작합니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선생님한테도 대들고 선생님을 때리기까지 하잖아요.

힘으로 아이를 누르지 말고, 대화하라. 

그래서 엄마가 아이와 대화를 할 때도 아이가 승복할 수 있게 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태도에 엄마가 짜증이 나서 막 야단을 치듯이 하면 아이는 승복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이 합당한 이유로 벌을 주면 벌을 달게 받으면서 뉘우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벌이 합당하지 않으면 뉘우치기는커녕 도리어 선생님에 대한 반항심이 생기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아이가 엄마한테 대든다는 것은 엄마가 아이한테 한 행위가 아이의 마음에서 합당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에게는 두 가지 마음이 있습니다. 하나는 엄마에 대한 사랑이고 또 하나는 엄마에 대한 저항입니다.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표현돼 엄마에게 대들었다가 또 사랑한다고 안기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엄마가 볼 때는 이 아이가 이중적으로 느껴지는 거지요.

그런데 그런 이중성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남편이 어떤 행위를 하면 미웠다가 또 남편이 아프다고 하면 걱정을 하잖아요. 아이의 경우도 어떤 때는 아이가 미웠다가 아이가 조금이라도 잘못될까봐 걱정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아이도 엄마한테 대들었다가 엄마가 속상해 하면 위로한다고 안기는 것입니다.

아이가 대드는 것은 부모가 자기방식대로 아이를 대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대든다는 것은 엄마가 아이에게 한 말이나 행위가 아이가 볼 때 부당하다고 느낀다는 점입니다. 이 점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아이가 그렇게 느낀다는 것은 그 동안 엄마가 자기 방식대로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해왔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 점을 엄마가 몰랐다면 먼저 반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에 대해 엄마로서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기감정에 휘둘리면 자기도 모르게 아이에게 함부로 하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해 버려 아이가 엄마의 말과 행동에 승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거예요. 우선 엄마 자신을 잘 살펴보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잘못을 비판하더라도 먼저 자세히 듣고, 체벌을 하더라도 반성이 가능하게 하라.

이제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아이를 야단치기 전에 먼저 불러서 어떤 일인가 하고 자세히 들어보고 조목조목 질문해 보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는 마세요. 정말 야단 칠 일이면 따끔하게 야단을 쳐서 아이가 승복을 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가 엄마에게 대드는 일이 없어집니다. 무조건 아이를 봐주란 얘기가 아니에요. 잘못을 비판하더라도 자세히 듣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체벌을 가하더라도 반성이 가능하게 하라는 말입니다.

다른 모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사이든 사제지간이든, 일방적인 태도를 가지면 상대가 저항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가 저항을 할 때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먼저 상대의 입장에서 들어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님 말씀대로만 된다면야 제가 뭐하러 이러고 있겠습니까. 기냥 성불했죠^^
저는 잘못을 비판하더라도 먼저 자세히 듣고, 체벌을 하더라도 반성을 할 수 있게 하라는 말씀이 와닿네요. 보통 부모님들이 자기 성질에 못이겨서 소리를 버럭 지르고 시작하잖아요? 저도 그렇거든요. 

남자들이 힘으로 부인을 누르려고 하듯이 부모라는 권위로 자식을 누르는 것 같지요. 같은데도 나오는걸 어떡해요. 그러니 수행을 해서 마음심보를 고쳐잡으려고 매일 무릎팍을 고생시키는 거겠죠^^ 

암튼 저도 핸드폰은 딸에게 이왕 사줄 거 흔쾌히 사주자 해서 사줬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수박을 먹고 냉장고에 안넣어놨길래 넣으라고 했더니 지가 한 게 아니라서 안넣는거예요. 그래놓고 저한테 짜증난대요.  

제가 미치고 팔짝 뛰겠어요. 절하면서 돌 것 같은 마음이 올라오는 거 아세요? 아니 그럼 밥먹고 지 설겆이는 왜 안하며, 제가 지 빨래는 왜 해줍니까? 그렇게 따지고 들면 다 각자 해야죠. 아니 무슨 부모가 종인가요? 쓰다보니 또 열받네. 스님 법문이 하나도 안들어오고 말이죠.

어쨌든 상대를 이해 못하면 누구 가슴이 답답하다? 네. 스님 말씀대로 제 가슴만 답답하죠.
제 핸드폰 문구를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 내 핸드폰 문구. ⓒ 권영숙


제 답답한 마음 보이시나요? 땅이 꺼질듯한 한숨이 절로...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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