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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 학위 수여식에 나타난 우산부대!

우리를 슬프게 하는 '먹통' 이명박 정부

등록|2009.06.18 14:52 수정|2009.06.18 14:52

▲ 이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이 열린 조지 워싱턴 대학 교정에 이 대통령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와 이 대통령을 환영하는 워싱턴 재향군인회원들(빨강모자를 쓴 사람들)이 나란히 서있다. ⓒ 이재수


17일(미국 현지 시각) 이명박 대통령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조지 워싱턴 대학에 다녀왔다. 비가 추섬추섬 내리는 그곳에는12명의 시위대들이 손에 손에 피켓을 들고 모여 있었고 시위대 바로 옆에는 약 20명 정도의 워싱턴 재향군인회원들이 빨간색 모자를 쓰고, 몇분 여성들은 한복을 입고 환영 베너를 들고 서 있었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어기고 경찰력을 동원하여 언로를 차단하고 집회와 시위를 폭력적으로 제압하는 MB식 공권력에 의존하는 소통없는 한국 정치가 이곳 미국에서도 있었다.

학위 수여식 현장을 떠나는 이명박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평화적인 시위를 막기 위해 온몸으로 나서는 우산 부대(공관 직원)들의 광경에서 슬픈 한국의 현실을 봤다. 

"엠비 아웃(MB OUT)!"을 외치는 시위대를 보여주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앞을 가로막는 우산 든 공관원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슬픈 우리들 자신이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어찌 우산으로 국민들의 소리를 차단하려 하는지….

▲ 이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이 열린 조지 워싱턴 대학 교정에서 시위대의 피켓을 가리기 위해 우산 부대가 등장했다. ⓒ 이재수


허나 더욱 슬픈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이, 자라나는 세대에게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어야 할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 내놓은 한반도 미래 전망들이 너무도 그와는 동떨어진 내용과 언어였다는 것이이다.

한미 정상은 "동맹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 통일에 이르도록 한다"고 합의문에 명시했다. 이는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발언이며 지난 시기 화해 협력에 기반을 둔 대북정책과는 분명히 다름을 확인한 것이다.

또 양국 정상은 "미국은 한반도와 역내 및 그 외 지역에 주둔하는 지속적이고 역량을 갖춘 군사력으로 이를(한국을) 지원하게 될 것"임을 명시했다. 이 또한 과거 부시 정부 시절 네오콘들이나 할 법한 발언이다. 북한 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도 반발할 만한 내용이다.

"지나치고 무리한 요구를 하면 개성공단에 대해 어떻게 결론 내릴지 현재로서는 대답할 수 없다"고 밝혀 이명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결국 북한이 제시한 요구에 대해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남북 간 유일한 대화 창구인 개성공단마저 봉쇄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남북관계에 화해, 협력, 평화, 공존이라는 단어는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은 강력한 군사력이 아니라 이웃과의 친선과 교류와 소통을 통해 이루는 것이다. 그 누구도 한반도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아무리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다 해도 전쟁은 양쪽 모두를, 나아가 미국까지 포함한 동북아 전체를 초토화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군사 긴장이 가장 높은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와 안정을 이루겠다는 발언이 그 핵심을 이뤄야 한다. 지금 상황이 어렵다 하여 이 모두를 포기하고 대결구도로 가겠다는 것은 총칼로 집권한 정통성 없는 군사독재정권이나 하는 말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언어는 아닌 것이다.

▲ '6·15 공동선언 9주년 해외동포실천대회'에서 해외동포들이 신명난 대동춤판으로 해방세상, 통일세상을 알리고 있다. ⓒ 이재수


아무리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상황을 왜곡한다 해도 이명박 대통령은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원하며 이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 6·15, 10·4 선언의 의의와 뜻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이의 실행을 위한 남북 간 회담을 제안하겠다'고 해야만 했다. 이것이 7천만 우리 민족 모두가 바라는 이번 정상회담의 내용이었을 것이다.

시위를 끝내고 돌아오는 내내 빨강색 모자의 재향군인회원들과 4살, 5살 어린아이 둘과 함께 시위에 참석한 정 아무개씨의 모습이 겹치며 떠올랐다. 하늘에는 슬픈 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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