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자도와 재원도와 증도 사이앞 바다는 신안 최고의 병어어장이다. 병어잡이 그물 너머로 보이는 섬이 임자도와 재원도다. ⓒ 김준
방축리를 출발한 배는 도덕도를 지나 임자도와 재원도를 앞에 두고 멈췄다. 유월햇살이 제법 따갑다. 여름을 말하기엔 이르지만 그렇다고 봄볕을 되새길 수도 없다. 최씨와 또 다른 선원은 익숙한 솜씨로 그물과 연결된 밧줄을 이물에 설치한 기계에 감아올린다. 햇빛에 은비늘을 반짝이며 퍼덕거리는 병어를 볼 요량으로 황새마냥 고개를 쳐들었다. 영 소식이 없다. 고개만 아프다. 첫 번째 그물에서 두 마리 올렸다. 형편없는 수확이다. 두 번째 그물을 올리고서 최씨가 한 마디 한다.
"작년보다 형편없어라. 수온 때문인지, 기름사고 때문인지"
▲ 병어회는 유월이 제철이다 ⓒ 김준
송도 어판장이 새우젓으로 가득찼다. 유월 병어라 했는데 병어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작년에도 풍어라 할 형편은 아니었는데 금년에는 더 귀하다. 값이 비싼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식당에서 25미짜리 한 접시에 2만 5천 원 하던 것이 금년에는 3만 원이다. 병어는 한 박스(짝)에 몇 마리냐에 따라 20미, 25미, 30미로 구분한다.
아무리 비싼들 산지에 와서 병어 맛을 보지 않고 갈 수는 없지 않는가. 병어회는 밥과 함께 먹어야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위에 병어회를 올리고 된장과 마늘과 고추를 얹어 한 입에 몰아넣고 우물우물, 정말 꿀맛이다. 선어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오랫동안 냉동 보관했다 먹고 싶을 때 꺼내 해동한 후 썰어 먹을 수 있다. 냉동과 냉장시설이 발달해 일 년 내내 쉽게 보관할 수 있다.
유월이 지나면 여름철 햇감자를 납작하게 썰어 냄비 바닥에 깔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병어를 올려놓고 풋고추를 썰어 넣은 양념을 얹어 졸인다. 여름철 입맛을 살려주는 병어조림이다. 선어로 먹으면 살이 단단하고 조림을 해 먹으면 부드럽다. 비린내가 나지 않는 탓에 아이들도 좋아한다.
▲ 막 잡아 올린 은빛 병어가 눈부시다. ⓒ 김준
몸빛깔은 눈이 부실 만큼 은백색이며 등쪽에 약간의 푸른 빛을 띤다. 비늘이 작고 따뜻한 물을 좋아해 서남해안에 많이 서식한다. 병어가 즐겨 먹는 것은 해파리다. 병어 외에도 쥐치와 개복치가 해파리를 좋아한다. 병어 맛이 담백한 것은 먹이 탓이라 여기기도 한다. 병어는 몸이 납작하고 체고가 높은 마름모꼴이다. 주둥이가 짧고 끝은 둥글다. 대륙붕의 모래·갯벌 바닥의 저층에 서식한다.
도대체 금년에는 왜 이렇게 병어가 잡히지 않는 것일까. 식당 주인이나 병어잡이 선원들은 태안의 기름유출에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그렇지만 확인할 길이 어디 있는가. 해양생태계는 그만큼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모니터링과 조사를 통해서 해양자원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전어지>에는 병어는 서남해에서 산출되는데 반드시 떼를 지어 행동하기 때문에 병어(兵魚)라 불렀다고 했다. <자산어보>에는 넙적한 생선이라 편어(扁魚)라 했다. '입이 매우 작다. 몸빛깔은 청백색이다. 맛이 달고 뼈가 연하여 회나 구이, 국에 모두 좋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병어가 약으로 사용되었다. <본초강목>에는 소화불량과 사지마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했다.
병어 어획량이 신통치 않자 뱃사람들은 새우잡이에 나서고 있다. 예전에 비해 민어도 빨리 올라오고 있다. 병어가 여름을 위해 먹는다면 민어는 가을 추수를 위해 몸을 보호하는 음식이다. 올해는 병어가 신통치 않지만 내년 유월바다가 있다. 혹시 몰라 병어 그물을 걷지 않고 있지만 뱃사람들은 여름 민어잡이를 준비한다. 섬사람들은 바다가 있어 풍요롭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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