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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몬 파피루스에 어떤 비밀이 있을까

[리뷰] 크리스티앙 자크 <황금마스크>

등록|2009.06.19 12:52 수정|2009.06.19 12:52

<황금마스크>겉표지 ⓒ 자음과모음



투탕카몬은 고대 이집트 18왕조의 12대 파라오다. 9세에 즉위해서 18세에 죽었고, 요절한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있지 않다.

통치기간도 짧았고 젊은 나이에 죽었기 때문에, 투탕카몬의 업적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그런데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왕가의 계곡'에 있는 그의 무덤에서 발견된 수많은 부장품들, 특히 황금마스크 덕분이다.

투탕카몬의 무덤은 1922년,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해서 발견된다. 도굴꾼들이 휩쓸고 지나갔던 다른 파라오의 무덤들과는 달리, 거의 완벽한 보존상태였다.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부장품들이 나왔다.

그 유명한 황금마스크를 포함해서 작은 동상과 설화석고 화병, 아멘호테프 3세의 나무 두상, 보석상자, 옥좌 등. 이 발견은 세계 고고학계에 길이 남을 위대한 사건이었다.

투탕카몬의 무덤을 발견한 하워드 카터

<람세스>로 유명한 프랑스의 이집트 전문작가 크리스티앙 자크에 의하면, 하워드 카터는 무덤 안에 있을지도 모를 파피루스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 파피루스에는 이집트인 정신의 근간을 이루는 책들인 <석관의 책>, <죽은자의 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하워드 카터가 실제로 파피루스를 발견했을까? 공식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크리스티앙 자크는 하워드 카터가 그것들을 발견했고, 어디엔가 숨겨두었다고 가정하고 <황금마스크>를 시작한다.

1951년 미국의 뉴욕, 잘나가는 변호사 사무실의 대표인 마크 와일더는 어느날 이집트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에는 '당신이 진짜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보름 뒤 카이로에 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마크는 황당한 이 편지에 왠지 마음이 끌린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왔기 때문에 잠시 휴가가 필요하던 참이다. 물론 그의 동료는 완강하게 반대한다. 터무니없는 편지를 믿고 이집트로 날아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것이다.

당시의 이집트는 화약고나 마찬가지였다. 1948년에 벌어진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이집트군을 박살내 버렸다. 서구열강이 이스라엘 국가를 승인한 다음부터 이 지역에서는 계속해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집트의 내부사정도 마찬가지다. 부패한 왕 파루크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점차 늘어나고 군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하지만 마크는 호기심과 신비감을 이기지 못해서 이집트로 날아간다. 그곳에서 만난 곱트파의 사제는 마크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투탕카몬의 파피루스를 찾으라고 말한다. 혼란의 시대를 종식시킬 마법의 힘이 파피루스에 담겨있으며, 그것을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마크 와일더라는 것이다.

안정적인 변호사 생활을 해오던 마크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혼란을 느끼는 것도 잠시, 마크는 파피루스를 찾는 일에 뛰어든다. 비밀이 담긴 파피루스를 찾아서 이집트와 영국, 미국을 오가는 대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파피루스의 비밀을 추적하는 변호사

고고학 역사에 손꼽히는 커다란 발견을 했지만, 하워드 카터는 동시대의 다른 고고학자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 카터는 대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고, 발굴현장에서 독학하며 고고학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열정적이고 성실한 학자였지만 고집이 세고 타협할줄 몰라서 항상 공무원이나 정부관리와 마찰을 빚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투탕카몬 무덤의 발굴을 끝으로 카터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두 번 다시 발굴작업을 하지 못했다.

마크 와일드도 하워드 카터와 비슷한 면이 있다.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에 정열적으로 뛰어들고, 박물관이나 유적지에 들어가기 위해서 거짓말이나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구체적인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다. 파피루스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작업을 방해하려는 세력도 있다. 그 안에는 엄청난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모세가 이집트의 유대인들을 데리고 '출애굽'한 것이 바로 투탕카몬 시대였다고 한다. 그 시대의 파피루스에는 당시 이집트에서의 유대인들 생활상이 적혀있고, 성경에서 말하지 않는 출애굽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 내용이 공개되면 세계의 학계나 종교계가 발칵 뒤집힐지 모른다.

잘 만든 역사 미스터리가 그렇듯이 <황금마스크>도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부패하고 무능한 파루크 왕, 군사쿠데타를 꾸미고 있는 나기브, 나세르를 포함해서 많은 실존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파피루스의 정체에 조금씩 다가가듯이, 쿠데타를 준비하는 세력도 결전을 향해서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집트 전문가답게 파피루스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무너지기 직전 이집트 왕정의 모습을 함께 다루고 있다. 파피루스의 비밀도 비밀이지만 전설과 신화, 초자연과 마법이 아직도 살아있는 듯한 이집트의 모습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황금마스크>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 김미선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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