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첫 우주발사장이 전라남도 고흥에 들어섰다. 사진은 지난 11일 열린 나로우주센터 준공식에서 모형로켓을 발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 이돈삼
우리나라에서도 마침내 우주로 가는 길이, 그것도 남도에서 열렸다. 우주발사체 즉 로켓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리기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장인 나로우주센터가 지난 11일 준공됐다.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의 새 장을 열 전라남도 고흥으로 가본다.
나로우주센터에서의 첫 로켓 발사는 오는 7월 30일 오후로 예정돼 있다. 여기서 쏘아올릴 로켓은 '나로호(KSLV-1)'로 명명됐다. 나로호는 나로우주센터에서 국산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날아갈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다. 이 위성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하면 우리나라는 스페이스클럽(Space Club)에 10번째로 가입하는 나라가 된다.
▲ 로켓 발사대. 여기에는 로켓을 수직으로 세우는 30m 높이의 거치대가 만들어져 있다. ⓒ 이돈삼
▲ 나로우주센터 조감도. 로켓 발사대는 왼쪽 산등성이에 들어서 있다. 홍보관은 맨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위성을 자국의 힘으로 쏘아올린 국가모임을 '스페이스클럽'이라 하는데,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EU 등 9개국이 가입돼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부터 과학위성인 우리별호, 실용위성인 아리랑호, 통신위성인 무궁화호 등 10개의 위성을 쏘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외국의 발사장과 발사체를 빌려 사용했었다.
나로우주센터의 일부 시설은 러시아로부터 기본 감수를 받았다. 하지만 상세설계와 제작설계 등은 우리 자체 기술로 얻은 결실이다. 나로호는 2단형 발사체의 소형 인공위성. 1단은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발사체를 사용한다. 2단 상단부인 킥모터와 관성항법유도시스템, 전자탑재시스템, 제어시스템, 위성보호덮개 등 핵심부품은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완전한 우리기술은 아닐지라도 우리기술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발사체는 인공위성을 우주공간에 진입시키는 데 필요한 힘 대부분을 제공하는 1단부와 인공위성이 실릴 상단부로 구성됐다. 발사체는 총중량 140톤, 길이 33m, 직경 2.9m에 이른다. 우주상공 약 170㎞까지는 1단 발사체를 사용한다. 이후 1단 로켓과 상단부를 분리, 2단 킥모터를 사용해 나로호를 임무궤도에 올려놓게 된다.
▲ 나로우주센터의 홍보관 역할을 할 우주과학관(왼쪽)과 그 앞에 세워져 있는 실제 크기의 로켓모형(오른쪽). ⓒ 이돈삼
나로우주센터는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하반마을에 들어섰다. 대지 512만㎡, 시설부지 36만㎡에 발사장 시설과 발사 운용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 발사시설로는 발사대와 발사통제동, 추적레이더동, 위성 및 발사체 조립시설, 기상관측소 등이 있다. 해발 110m에 건설된 발사대에는 로켓을 수직으로 세우는 30m 높이의 거치대가 있다.
우주센터는 국가보안시설. 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들어갈 수는 없다. 다만 우주센터 입구에 있는 우주과학관(홍보관)에서 현황설명을 듣고 영상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실제 발사체와 똑같은 크기의 모형도 여기서 볼 수 있다. 홍보관 입장료는 일반 3000원, 청소년 1500원, 30명이상 단체는 반값이다. 여기서 발사장까지는 직선거리 2.5㎞, 도로거리 5㎞. 가까운 곳에 발사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감을 감출 수 없다.
고흥에는 우주센터 외에도 인근에 각종 체험시설이 들어선다. 동일면 덕흥리에 들어설 국립 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는 우주비행체험장과 우주장비연습장, 전시장, 로켓제작 실습장 등을 갖춘다. 도양읍 장기산 일원에 들어설 우주천문과학관은 대형 천체망원경을 갖춘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 천체투영실, 전시실, 전망대 등을 세운다. 모두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이다.
▲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를 잇는 나로2대교 전경. 이 다리가 놓이면서 나로도 여행이 편리해졌다. ⓒ 고흥군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센터가 들어선 나로도는 고흥반도 동남쪽에 있는 섬. 행정구역상 내나로도가 고흥군 동일면, 외나로도가 고흥군 봉래면에 속한다. 조선시대 초기부터 '나라섬'으로 불리다가 일제시대 지명이 한자로 바뀌면서 '나로도(羅老島)'가 됐다. 나라에 바칠 말을 키우는 목장이 여러 군데 있어 '나라섬'으로 불렀다고 한다. 이후 이곳에 우주센터가 들어선 걸 보면 우리 선조들의 안목이 탁월했음을 알 수 있다.
나로도는 자연풍광도 빼어나다. 내나로도 남쪽 일부와 외나로도 전역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그러나 나로도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외지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가는 길이 워낙 먼데다 교통사정도 열악했던 탓이다. 이후 1994년 포두면과 내나로도를 잇는 나로1대교가, 1995년 내·외나로도를 잇는 나로2대교가 완공되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나로도 여행은 나로1대교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동일면 소재지, 나로2대교, 봉래면소재지, 염포해변, 우주센터로 이어지는 길이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때로는 바다를 끼고, 때로는 마을 안길을 달리면서 때묻지 않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기암괴석과 깨끗한 바다, 소나무숲, 계단식 논밭 등이 볼거리다.
▲ 소록대교. 고흥 녹동과 소록도를 연결하는 이 다리가 놓이면서 소록도는 자동차를 타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됐다. ⓒ 이돈삼
덕흥, 나로도, 염포 등 수심이 얕고 깨끗한 해변(해수욕장)도 많다. 덕흥해변은 백사장이 완만하고 아늑하다. 노송이 해변의 운치를 더한다. 봉래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362호) 경관도 빼어나다. 염포해변은 규모가 작지만 파도가 밀려들고 나갈 때마다 갯돌이 천상의 화음을 들려준다. 여기서 만나는 낙조도 화려하고 장엄하다.
고흥여행에서 소록도도 빼놓을 수 없다. 소록도는 고흥 녹동 앞바다에 있는 섬. 하지만 녹동과 소록도가 소록대교로 연결돼 있어 자동차 타고 바로 들어갈 수 있다. 과거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섬 안에 생활자료관, 검시실, 감금실 등이 보존돼 있다.
한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다. 지금은 600여 명 환자들이 애환을 딛고 사랑과 희망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해안절경, 역사적 기념물 등으로 인해 관광명소가 됐다.
▲ 소록도 중앙공원 풍경. 한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다. ⓒ 이돈삼
▲ 고흥에서 나오는 길에 만난 중리 일몰. 고흥여행의 여운을 더 짙게 해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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