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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재정정책이 경기침체 막을 수 있을까?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효과 평가

등록|2009.06.21 19:32 수정|2009.06.21 19:32

▲ 경기하강을 완화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적극적 지출을 통한 건설업의 성장 덕분이다. 사진은 지난 1월 12일 인천시 계양구 장기동 옛 굴포천방수로건설단 사무실에서 열린 '경인운하 건설단' 현판식. ⓒ 권우성


전 세계를 불안에 빠뜨렸던 미국발 금융위기는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와 투자, 고용이 줄어들면서 위기를 박차고 나갈 수 있는 발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대공황의 혼란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초기의 예상과 달리 경제의 급격한 붕괴는 일어나고 있지 않다. 세계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이 완충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올해 2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 각국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2조 4700억 달러(348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세계 GDP의 3.8퍼센트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사회인프라(SOC) 확충, 중소기업 지원, 가계 지원과 금리 인하 등이 주요 경기부양 정책으로 사용되고 있다.

▲ 표1.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 규모(단위: 달러) ⓒ 새사연



우리 정부 역시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재정정책을 펼쳐왔는데 저금리 정책, 감세 정책, 지출 확대 정책 등의 3가지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특히 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정부지출의 조기집행은 상반기 경기하강을 완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경기지표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에 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정부지출 확대 정책을 중심으로 저금리 정책과 감세정책을 포함하는 정부 재정정책의 결과와 향후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7조 7천억 원 재정지출 조기집행

우리 정부는 경제위기 조기 극복과 경기침체로 인한 일자리 유지와 창출, 민생안정 등을 목적으로 세출 증액 17조 7000억 원과 세입결손 보전 11조 2000억 원을 추가하여 총지출 302조 3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지난 4월 29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되었다.

정부는 추경예산의 중점 지원대상 사업으로 ①저소득층 생활안정(4.2조 원) ②고용유지 및 취업기회 확대(3.5조 원) ③중소/수출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4.5조 원) ④지역경제 활성화(3.0조 원) ⑤녹색성장 등 미래대비 투자(2.5조 원) 등을 꼽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조기집행된 재정은 83조 7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원래 계획보다 7조 7000억 원이 더 집행된 것으로 약 110퍼센트의 초과 집행율을 달성한 상태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 민생안정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4가지 분야의 경우 29조 8000억 원이 집행되어 123.1퍼센트의 집행율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총 160조 8000억 원의 재정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집행금액인 109조 원과 비교했을 때 51조 8000억 원, 47.5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17조 7000억 원의 지출 증가를 통해 2009년 실질 GDP 0.8퍼센트 포인트 증가, 2010년 0.7퍼센트 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간 취업자수 증가도 28만 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체적인 정부지출의 효과는 올해 1분기 GDP가 전기대비 0.1퍼센트 증가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4.3퍼센트 감소했지만, 전기에 비춰보았을 때는 미약하나마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그림1]에서 보이듯이 지난해 4분기 GDP는 무려 전기 대비 5.1퍼센트나 감소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1분기에 들어서서 일단은 경기하강이 주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그림1. 전기 대비 실질 GDP 성장률 추이 ⓒ 새사연




경기하강을 완화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적극적 지출을 통한 건설업의 성장 덕분이다. 1분기 건설업 생산은 전기에 비춰서 무려 6.1퍼센트나 늘어났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도 0.6퍼센트나 많다. 특히 1분기 중 현재까지 진행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정부의 투자지출은 15조 3000억 원으로 올해 책정된 사회기반시설 예산 42조 9000억 원의 35.7퍼센트를 차지한다.

소비 회복 등 실질적 경기반등은 없어

경기침체기 재정정책의 기본 목적은 소비, 투자, 고용을 촉진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입은 줄이고 세출은 늘려서 가계는 소비를 늘리고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현재 상황에서 실물경제 회복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요소는 소비의 회복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소비 회복과 그로 인한 실물경제의 반등 효과는 얼마나 나타나고 있을까? 재정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선 현재까지 나타난 경제지표들의 변화를 통해 그 결과를 가늠해보기로 하자.

우선 재정지출이 가계소득과 소비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림2]를 보면 정부의 재정지출 및 순융자의 증가가 올해 1분기에 접어들면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추경예산 편성 후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으로 인한 지출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 그림2. 정부 재정지출 및 순융자(누계) ⓒ 새사연




그러나 [표2]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계 소득 증가폭은 전년대비 0.8퍼센트로 작년 4분기의 2.9퍼센트보다 그 증가폭이 감소했다. 가계 지출의 경우 오히려 2.2퍼센트 감소했고, 그 중 소비 지출은 3.5퍼센트가 감소했다. 가계소득 보전을 통한 소비 촉진의 효과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 표2. 전국가구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 새사연





나아가 가계를 월소득 5분위로 구분한 통계를 보면 하위가구인 1분위 가구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소득이 5.1퍼센트나 감소했으며, 하위가구일수록 소득이 더 많이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아직까지는 저소득층 지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위가구일수록 평균소비성향은 높지만 소득의 감소로 가계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다음으로 재정지출이 투자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건설투자의 경우 정부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발주한 탓에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체 GDP 증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앞서 살펴보았다. 하지만 나머지 부문들은 여전히 감소추세에 있다. 설비투자의 경우 2월에 감소폭이 주춤하는 듯 하다가 4월에는 25.3퍼센트 감소를 기록하며 더 큰 폭으로 위축되고 있다. 경기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와 건설수주 역시 줄어들고 있다. 결국 정부 재정지출은 건설업을 제외하고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창출 면에서는 어떨까? 작년 하반기부터 고용상황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 [그림3]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신규취업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작년 12월부터는 마이너스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급격하게 줄어들던 신규취업자는 4월에 들어서면서 감소 속도가 완화되었다. 이는 정부가 창출해내는 공공부문 일자리 때문이다.

▲ 그림3. 신규취업자 감소 추이 ⓒ 새사연




산업별 취업자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기타 산업에서 대체로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에서는 취업자가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5월의 경우 모든 산업의 취업자가 감소했지만,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은 4.1퍼센트 증가했다.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을 세분화하여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 행정을 살펴보면 올해 들어 취업자 증감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여 5월에는 10.16퍼센트에 이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청년인턴제와 희망근로제 등을 통해 창출해내는 일자리들은 임시 일자리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3월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바탕으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 행정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28.0퍼센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뜻대로 되지 않는 저금리와 감세 정책

재정지출 외에도 정부는 저금리와 감세 정책을 추진했으나 두가지 모두 신통치 않다. 우선 저금리 정책의 경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퍼센트로 동결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아직 5퍼센트 근처이다. 정부와 통화당국이 아무리 자금을 풀어도 시중은행들이 돈을 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통화유통속도는 최근 최저를 기록했다.

▲ 그림4. 통화유통속도 추세 ⓒ 새사연




여기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연일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1일 4.97퍼센트까지 치솟으면서 5퍼센트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국고채 금리의 상승은 가계, 기업, 정부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저금리를 기반으로 돈을 빌렸던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정부 역시 재정지출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법인세, 종부세,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의 감세 정책의 경우 경기부양의 효과는 미비한 대신 심각한 재정적자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감세정책으로 인한 감세규모는 정부 추정치로만 봐도 올해 7조 1000억 원에서 내년에는 10조 7000억 원, 2011년에는 12조 5000억 원으로 점점 커진다. 특히 전체 국세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소득세와 법인세의 감세 폭은 내년부터 확대되어 더 큰 문제이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인해 세수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이다.

올해 정부의 관리대상수지는 51조 원 적자로 GDP 대비 5.0퍼센트 수준에 이른다. 국가채무도 366조 원으로 GDP의 35.6퍼센트 수준이다. 지난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7퍼센트, 국가채무 비율이 30.1퍼센트였던 것과 비교할 때 올해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최근 무소속 강운태 의원은 정부가 실시한 감세효과 중 58퍼센트 이상이 중산·서민층에게 귀착될 것으로 선전했으나,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9년 1분기 가계의 조세납부액을 분석해보면 소득세 경감액의 77퍼센트가 상위 20퍼센트 계층에 몰려있어 정부의 감세정책이 양극화를 완화하기는커녕 빈부격차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순한 자금 투입 아닌 구조적 변화 필요

재정지출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의 재정정책은 상반기 경기의 급격한 하락을 어느 정도 완화해주었다. 하지만 소비 증가를 비롯한 실물경제 회복을 위해 중요한 저소득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 사업은 일시적인 차원에 그쳐 경기회복의 단계로 올라서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여기에 무리한 감세 정책은 양극화 심화와 재정적자의 위협만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재정정책의 효과로 하반기 경제가 나아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재정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추가투입 재정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 집행예정금액은 111조 9000억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집행금액인 109조 원과 비교하면 불과 2조 9000억 원이 많은 수준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 조기 집행으로 상반기에는 경기하강을 성공적으로 막았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경기흐름이 좋아 다운(down)되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제 재정 여력이 없기 때문에 민간분야의 활력이 살아나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경기침체를 붙잡아주었던 재정정책이 축소될 경우, 하반기 경기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재정부 관계자의 바람처럼 민간분야의 활력이 살아날 것이라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위기 이후 일시적인 자금 투입과 통화량 조절 외에 문제해결을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는 진행된 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수출중심경제에서 내수소비중심경제로, 토목건설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서 사회복지사업의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금융회사에서 금융기관으로 은행의 역할 재정립과 소득 양극화의 해결 등과 같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동반될 때에만 실물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의 재정지출과 향후 재정지출 계획에 있어서 최대한 안정적 고용과 소득을 보장할 수 있으며, 사회복지와 같이 장기적이고 전사회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당면해서는 세수감소로 인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시기를 유보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수연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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