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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하우스와 S자 도로의 환상적인 만남

남해군에 위치한 독일마을을 찾아

등록|2009.06.21 09:11 수정|2009.09.21 16:04
  그님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독일로 갔었다. 때론 가족을 위해, 때론 자신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낯설고 머나먼 이국 땅에서 그님들은 간호사로, 광부로 일하며 가난한 조국의 가족들에게 쌀과 반찬을 사기 위한 돈을 부쳤다. 그들이 부친 돈으로 가족들은 먹고 살았으며, 똑똑한 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세월이 무수히 흘러 어느덧 30~40년이 되었을 때, 그님들은 호호 할배, 호호 할매가 되어 다시 조국을 찾았다. 꿈에서도, 생시에서도 행여나 잊을세라 늘 가슴에 품었던 조국으로 그들은 돌아 온 것이다.
 

▲ 독일하우스와 S자 라인의 만남 ⓒ 김대갑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천마을에 위치한 30여 동의 그림 같은 독일 하우스.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먼 이국의 풍경이 우련하게 눈에 들어온다. 주황색 뾰족 지붕이 코발트 블루의 남해바다와 말없이 만나는 곳. 산과 바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독일 마을에 오면 어느새 사람들은 낯설고 신기한 풍경에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 독일 마을 너머 코발트 블루의 바다가 ⓒ 김대갑


독일 마을은 60~70년대 머나먼 유럽의 대국인 독일로 떠났던 재독 동포들의 보금자리가 군집모양으로 이룬 마을이다. 남해군에서 삼만여 평의 대지에 40여 가구의 택지를 조성하여 독일 동포들에게 분양한 곳이다. 현재 29동의 독일집이 지어졌는데, 이 집에 사용된 재료는 동포들이 직접 독일에서 구입한 재료들이라고 한다.
 

▲ 누군가를 기다리는 미니 우체통 ⓒ 김대갑


남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와 해오름 예술촌, 문화 예술촌 등이 근동에 있는 아름다운 독일 마을. 겉으로 보면 낭만적이지만 그 역사의 이면에는 약간의 비원도 있는 독일마을이다.

▲ 언덕 밑의 독일 마을 ⓒ 김대갑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도 명성을 날렸던 독일마을은 이제 관광지로 변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오죽하면 독일 동포들이 남해군에 이야기해서 관광객의 주의를 당부하는 푯말을 걸었을까? 조심, 조심히 독일마을을 걸어보자. 그러면 귓가에 들려오는 그님들의 슬픈 역사가 있을지니. 그래도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독일마을과 남해의 시퍼런 바다색감은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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