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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꽃마실

[인천 골목길마실 48] 굵은 빗방울 느끼면서 골목 거닐기

등록|2009.06.21 13:43 수정|2009.06.21 13:43
 가브리엘르 벵상 그림책 《비오는 날의 소풍》을 펼치면, 나들이를 기다리는 아이가 시무룩해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맑디맑은 날씨가 아니라 먹구름이 하나둘 늘더니 비가 쏟아지거든요. 그러나 이웃 아저씨가 '비가 와도 나들이를 가자'고 하면서 손을 잡고 이끌고, 비를 맞으며 걷고, 비를 맞으며 도시락을 먹으며, 비에 흠뻑 젖은 채 뛰어노는 가운데, 햇볕 따사롭게 쬐는 나들이가 아니어도 즐거울 수 있음을 깨닫고 느끼고 받아들입니다.

 어제 하루, 장마비가 찾아왔다며 굵은 빗줄기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내처 이어졌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부침개에 막걸리 한 사발이라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만, 저한테는 비가 오니까 우산을 받거나 비옷을 챙겨입고 사진기를 가슴에 살포시 안고서 골목마실입니다. 날이 맑으면 아이를 품에 안고 함께 골목마실을 할 텐데, 날이 궂으니 혼자서 우산을 쓰고 골목마실을 하면서, 빗방울을 즐겁게 먹고 있는 골목꽃을 만납니다.

▲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석류를 보고는 깜짝 놀랍니다. 지난해에는 없었는데. 올해에 새로 심어서 가꾸시는구나 싶습니다. ⓒ 최종규




 아침에 해 놓은 빨래가 저녁나절까지 잘 마르지 않지만, 빗방울 아롱진 골목꽃을 바라보고 쓰다듬어 보면서 마음속으로 무지개를 품습니다.

▲ 석류 곁에서 빗방울 함께 먹는 고추꽃. ⓒ 최종규



▲ 빗물이 줄줄 흐르는 샛골목에는 꽃그릇이 가득합니다. ⓒ 최종규



▲ 빌라가 햇볕을 가린다 하여도 손바닥 만한 햇볕을 받으며 자라는 골목길 텃밭 푸성귀는 빗물도 맛나게 받아먹습니다. ⓒ 최종규



▲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무원이 나라돈으로 가꾼다 하지 않아도, 골목동네 사람들 스스로 알뜰히 가꾸는 동네 텃밭. ⓒ 최종규



▲ 송림초등학교 아이들이 하루 공부를 마치고 알록달록 우산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이들 집은 아파트이기도 하고 골목집이기도 합니다. ⓒ 최종규



▲ 아이들은 집과 학교 사이에 골목꽃으로 조그맣게 숲이 이루어져 있음을 느끼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 최종규



▲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아이. ⓒ 최종규



▲ 비를 맞는 노란 장미꽃을 바라보면서 마음에 노오란 물이 듭니다. ⓒ 최종규



▲ 비가 내리니 빨래를 널지 못합니다. 오늘만큼은 빨래줄도 빗물로 말끔히 씻습니다. ⓒ 최종규



▲ 할머니들도 빗길마실을 다닙니다. 또는 손자를 데리러 학교로 배웅을 나갑니다. ⓒ 최종규



▲ 아파트를 올려다보는 골목길 텃밭. ⓒ 최종규



▲ 가지꽃도 가지빛으로 맑게 피어납니다. ⓒ 최종규



▲ 꽃그릇 하나에 옥수수도 한 포기 자랍니다. ⓒ 최종규



▲ 나무 우거진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 걸어서 집으로 가는 사람들. ⓒ 최종규



▲ 전깃줄을 타고 빗물이 또르르 구릅니다. ⓒ 최종규



▲ 고등학교 아이들보고 담배 태우지 말라는 팻말. ⓒ 최종규



▲ 교복 바지가 젖어드니까 무릎까지 걷어올리고 걷습니다. 후훗. ⓒ 최종규


▲ 나무전봇대도 비를 맞고, 노랗게 피어나는 호박꽃도 비를 맞고. ⓒ 최종규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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