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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이 무섭다는 소리... 거짓 아니었구나

[서평] 게랄드 트라우페터의 <섬광처럼 내리꽂히는 통찰력>

등록|2009.06.21 15:39 수정|2009.06.21 16:46

<섬광처럼 내리꽂히는 통찰력>게랄드 트라우페터 지음. ⓒ 윤석관


모처럼 일요일이고 해서 밖에서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집안에 들여 놓았다. 그런데 이 녀석이 아침식사를 하려고 하니까 계속 옆에 붙어서 안 떨어지려고 하는 것이었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던데 오히려 개가 사람을 건드리고 있으니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의 강아지가 나를 귀찮게 하다니….
그러다가 강아지를 쫓아낼 좋은 생각이 반짝하고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짐볼을 개한테 굴리는 것이었다. 평소에 강아지가 자기보다 커다란 몸집을 가진 짐볼을 두려워한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기 때문에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강아지를 저 멀리 떼어놓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직관은 무엇보다도 감각의 흐름 속에서 어떤 패턴이나 모범 사례를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그 감각들은 우리에게 작용해서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한다. 그러한 패턴은 텔레파시나 혹은 다른 영적인 방법을 통해 얻어진 것이 아니라 학습에 의해 얻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패턴의 대부분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습득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얻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지식들이다." (162쪽)

그러고 보니 바로 이것이 어제 하루 종일 읽었던 <섬광처럼 내리꽂히는 통찰력>(이하 <통찰력>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직관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얻은 따끈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 또한 바로 직관에 의한 행동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통찰력>의 저자인 게랄드 트라우페터는 우리가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므로 순간적인 판단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승패의 순간에서 이기기 위해서도 역시 순간적인 판단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와 같은 순간적인 판단력을 가지기 위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경험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들은 항상 무의식적인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들이 어떤 것을 표면적으로 학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뇌가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것들이 위험한 순간이나 아니면 순간적인 판단을 요하는 순간에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아침에 내가 개한테 짐볼을 굴렸던 행동이 개가 그것을 무서워했던 과거의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내가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그와 같은 행위가 벌어지는 메커니즘을 이 책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직관의 힘을 믿으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 2부까지의 내용들이 모두 뇌 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의 매커니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매커니즘에 따르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우리들이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모든 것들이 뉴런의 돌기들을 통해서 전달되며, 끝부분의 시냅스들이 서로 이동하는 전기적인 현상을 통해서 전달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이 직관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 단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정보의 결과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3부가 이 책의 핵심이 되는 내용이었는데, 3부에서는 우리들이 학습한 직관들을 어떻게 하면 유용한 형태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자는 창의성이라고 부르는 말을 직관력과의 동일선상에 놓고서는 직관력을 키우는 것이 곧,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렇게 얻어낸 직관(창의력)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지 않고, 신중한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이성과의 조화를 이룰 수는 단계에 까지 올라설 수 있다면, 그는 성공여부를 떠나서 우리가 후회할 수 없는 가장 뛰어난 선택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주장을 한다. 

나는 이 책의 요청대로 직관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을 지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어떤 이들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판단하는 것 같은 결과들을 무시하지 않고, 그것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축적된 지식으로 얻어졌다는 것을 인식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있는 책속의 말을 기억해야겠다.

"우리는 자신의 직관을 믿어도 좋은가?"
"어떤 상황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돈에 관련된 사항일 때는." (239쪽)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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