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와 곤봉, 경찰력으로 지탱하는 정권 MB 시대정신은 몰염치, 파렴치, 후안무치"
[인터뷰] '천일기도' 정진하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세찬 죽비소리
▲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 권우성
강남의 노른자위 땅에 천년고찰이 있다. 현대 아이파크와 코엑스 아셈타워, 인터콘티넨탈 호텔…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그곳에서 대형사찰 주지로는 최초로 한 노승이 산문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900여 일이 넘게 천일기도를 하고 있다. 하루에 세 번씩 2700차례가 넘었다. 하지만 907일째 되던 날인 지난달 29일, 산문 밖으로 나선 그가 TV 카메라에 잡혀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모습을 드러내고 불교의식을 진행한 것이다.
그의 천일기도를 알고 있는 기자는 순간 뜨악했다. 왜?
그 날 하루 동안, 1차례 기도를 거른 그는 다시 봉은사로 돌아가 천일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찰 일주문 앞 대로변에 노 전 대통령 49재 봉행 일정을 안내하는 커다란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그냥 49재만 알린 게 아니라, 플래카드 상단에 '대한민국 검찰 중수부 소속 검사들은 봉은사 출입을 삼가 주십시오'라는 글귀를 담았다. 논란이 일 것이 자명한 상황. 그런데도 그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대검 중수부 소속 검사들의 출입을 삼가 달라는 현수막이 서울 삼성동 봉은사 일주문 앞에 내걸려 있다. ⓒ 권우성
지난 17일 봉은사 다래헌에서 주지 명진 스님과 마주앉았다. 1년 만에 그를 만난 기자는 우선 플래카드를 내건 까닭을 물었다. 스님의 답변은 세찬 죽비소리 같았다.
"비열한 방법으로 사람을 욕보이는 행태입니다.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정보를 흘려서 상처받게 만드는 이런 수사는 참 듣도 보도 못한 수사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를 향한 발언이다. 봉은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명진 스님의 이같은 행보에 대한 입장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힘내세요 명진 스님' '봉은사 신도인 게 자랑스럽습니다' 등 지지 글이다. 물론 사찰이 정쟁의 장으로 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글도 더러 있다.
"부처님 말씀 중에 파사현정(破邪顯正)이란 말이 있어요. 속된 것, 사악한 것을 버리고 올바른 것을 따르라는 가르침입니다. 또 '악업을 멀리하고 선업을 가까이 하라'는 말씀도 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인 수행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참된 길이 무엇인지 묻고 찾아야 합니다. 세상을 등지고 홀로 산중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진흙탕 같은 속세 속에서 연꽃을 피워 올리듯 참되고 옳은 것을 구해야 합니다.
현수막을 내건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지적한 겁니다. 최소한의 의사표현이죠. 대검 중수부는 조선시대로 치면 의금부입니다. 의금부는 '어명이요'하고 정승판서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 아닙니까? 모두들 말하고 싶은 건 많지만 무서워서 말 못하고 있어요. 공권력에 대한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예의를 다하고 싶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치' 지키려고 '소신공양'
▲ 명진 스님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소신공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권우성
그는 이어 "집요한 방법으로 가족, 친척, 친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사람들까지 샅샅이 계좌 추적을 하고, 심하게는 그가 자주 갔던 삼계탕 집까지 세무조사를 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이뤄왔던 가치를 지키고 싶었기에 목숨을 던진 것입니다, 순교라고 표현할 수 있고, 불교식으로 소신공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또다시 죽비로 세차게 내리치듯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공정택 같은 사람. 아주 치사한 방법으로 사설학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는데, (검찰은) 그런 건 포괄적 뇌물죄라고 안했더라고요. 만약에 노무현 대통령 같은 식으로 한다면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가 공천을 대가로 30억을 받았잖아요. 돈을 준 사람이 김윤옥 사촌 언니를 보고 줬을까요? 그럼 그것도 포괄적 뇌물죄로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공권력은 공익을 위해야 하고 공정해야 합니다. 그게 생명이죠. 사익을 추구하거나 공정성을 잃으면 그 자체로 죽음입니다."
천일기도에 정진하고 있는 수행자로서 살아있는 권력자와 세상을 향한 우려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스님들 시국선언문에도 나와 있습니다. '남의 충고를 듣지 않고 자비심이 없고 포악하면 왕이 권위를 잃고 나라에 도적이 들끓게 된다'(중일아함경)고요. 지금 일부 정치인을 보면 위장 전입이라든지 논문 표절, 세금 포탈, 병역 기피 등 도덕적으로 죄의식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도둑이라는 게 별게 아니죠.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서 아들딸을 위장전입시키기도 하는 데 이건 큰 문제입니다."
그는 이어 정치권의 이런 행태들이 "공권력을 무력화시킨다"면서 "그게 결국 도둑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시국선언이 나오는데 그것에 대한 심각함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우려했다.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는 서울광장 '차벽'
▲ "촛불 소년 소녀들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강조하는 명진 스님. ⓒ 권우성
불교계가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 정책 시정을 촉구했던 지난해 6월. 명진 스님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불자들이 해방 이후 최악의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자는 명진 스님에게 당시의 발언이 아직도 유효한지를 물었다.
"그때는 불자들이라고 했는데 '불자'라는 말을 빼야 되지 않나요? 그냥 '불자'라는 표현만 빼면 되겠네요."
- 최근 촛불 집회에 나가면 '독재'라는 표현이 튀어나옵니다. 현 정부를 그렇게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십니까?
"권력의 사유화. 정당한 공권력의 집행이 아니고 자의적 판단에 의해서, 권력자 입맛에 맞게, 고무줄처럼 법을 집행하고, 거기에 방패와 곤봉과 엄청난 숫자의 경찰력으로 나라를 지탱해 나가는 정권. '독재다' '아니다'를 굳이 이야기해야 할까요? 그냥 느끼고 있지 않나요."
하지만 명진 스님은 이렇게 덧붙였다.
"그때는 군사정권, 전두환 정권이었죠. 12·12 쿠데타 정권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평가가 되지 않은 정권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530만 표 차이를 두고 당선된 대통령입니다. 그야말로 합법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이 저렇게 국민의 뜻을 반해서 정치를 해나가고 있어요. 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형성된 권력이어서 물러가라 소리를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작년 '촛불' 때 한 이야기가 있어요. 촛불을 들고 나왔던 소년 소녀들이 투표권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요. 그 아이들이 희망이라고. 국민의 가장 소중한 권리인 투표권을 잘 행사하지 않으면 정말 큰 일 나는구나. 지금 많은 이들이 뼈아프게 느끼고 있는 것 아닙니까?"
명진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 청계천 복원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거 나름대로 성공했죠. 버스 중앙차로도 그렇잖아요. 즉 '어떠한 시련이 오더라도 하느님이 힘을 주셔서 더 큰 역사를 이루게 하는구나'라는 확신이 있어 보입니다. 신앙이라고도 볼 수 있죠.
하지만 국민들의 화합이 훨씬 더 중요해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불편부당함으로 점철된 진행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람 사이에 증오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귀를 열고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야 합니다. 쓴소리, 뼈아픈 소리,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합니다. 불교에 하심(下心)이란 말이 있는데 자신을 낮추라는 뜻입니다. 자신을 낮추고 사람들의 얘기들 들으면 낮은 곳에 물이 모이듯 민심이 모입니다. 민심이 모이고 민심이 바라는 대로 하면 안될 일이 없습니다."
신뢰없는 사람이 하는 일은 뱀이 독을 머금은 것처럼...
▲ 지난달 29일 낮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명진스님이 불교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명진 스님은 이어 "국민들이 대운하를 원하지 않으면 안한다고 했는데, 4대강 살리기라고 이름만 바꿔서 추진하고 있고 작년 촛불집회 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서 뼈저리게 반성했다'고 했는데 며칠 뒤에 경찰의 방패와 군홧발을 앞세워 가혹하게 진압을 시작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여대생이 전경의 군홧발에 걷어 차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불교 경전에 같은 물이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면서 "신뢰 없는 사람이 하는 일은 뱀이 독을 머금는 일처럼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약속을 지키지 않고 거짓말을 거듭하다 보면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데 권력자들은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자꾸 더 나쁜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러면 무리수를 두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면서 "거짓말 하나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이 악업의 씨앗이 되어 자라기 때문에 거짓말이야말로 가장 나쁜 죄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우려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라는 것.
"전쟁이 나면 한반도 전체가 불바다가 되는 것입니다. 보수 세력은 괜찮고 진보진영만 죽는 게 아닙니다. 전쟁을 막아야 합니다. 그게 6·15 공동선언입니다. 그런데 6·15 선언이 전 정권의 작품이라고 해서 무시하고 폐기하고…."
그는 이어 "이런 상황일수록 역지사지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개성공단의 경우 북쪽의 입장에서 보면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군사 요충지를 양보한 것입니다. 군부에서 평양으로 가는 진격로를 열어준다고 반대했는데도 남북간의 화해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설득해서 된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걸 무시해 버리고 '비핵하면 국민소득 삼천 불 만들어 줄게', 이런 식이거든요. 거지 동냥 주듯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존심 상하게 하는 언어를 구사하면서 하면 저쪽도 자존심이 있는데 받아들이겠어요?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외교, 대외정책, 남북관계가 가능하겠습니까? 그런 오만과 독선으로 지금의 상황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는 2시간여에 걸쳐 노 전 대통령 서거와 시국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현 정부에 대해서는 예리하게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천일기도 회향을 얼마 남기지 않은 명진 스님에게 물었다. 그는 구체적인 대안보다는 화두를 던졌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것이지만, '경제대통령'을 선출한 국민들도 함께 곱씹어볼 내용이다.
"선림보훈(禪林寶訓)집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도덕이 있으면 비록 필부라도 궁색하지 않지만 도덕이 없으면 천하를 다스려도 원활하지 못하다.' 마음 씀씀이, 바로 용심(用心)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잘 쓰려면 비워야 합니다. 정직해야 합니다. 자기를 낮춰야 합니다.
국정의 최고 지도자는 마음을 텅 비워놓아야 합니다. 자신만의 것으로 모두 채워놓으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자기 편한 사람, 자기 편들어주는 사람의 말만 들으면 그 사람들만의 대통령이 되는 겁니다. 국민의 대통령이 되려면 자기 것을 버리고 비워서 그 속에 국민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명진 스님. 하지만 그의 말은 '독기'를 품고 있는 것같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불행은 국민의 불행"
▲ 천일기도를 하다가 산문 밖으로 나온 배경을 설명하는 명진 스님. ⓒ 권우성
"이명박 대통령의 불행은 국민의 불행입니다. 제가 했던 말 중에는 듣기 싫은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수행이 덜된 중이 한 말이라고 고깝게 듣지 말고 '저런 이야기를 묵직하게 해주는 중이 고맙구나'라는 폭넓은 아량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믿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은 사랑 아닙니까? 이 땅에서 그런 그리스도의 정신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명진 스님에게 물었다. 천일기도를 하면서 중생의 업을 떨치고 번뇌의 불길을 잡으려 했던 스님은 무엇에 이끌려 잠시 산문 밖으로 나왔는지.
"권양숙 여사는 봉은사에 20년 다니신 신도입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틀 전인 2월 22일에 봉은사로 와서 108배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차를 한잔 했어요. 참 많이 오고 싶었지만 5년 동안 다른 종교인들에게 위화감을 줄까봐 봉은사 출입을 못했다고 하더군요.
이런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분이 평생을 같이 했던 남편을 보냈어요. 자신의 아버지가 좌익활동을 했는데 그 때문에 비난받자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라고 옹호했던 그런 남편이 죽었어요. 권 여사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고통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봉하마을 쪽으로부터 영결식 때 불교의식을 진행해 달라는 청을 두 번이나 거절했으나, 마지막날 권양숙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온 뒤에 산문 밖으로 나갈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명진 스님의 천일기도 회향일은 오는 8월 30일이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았다면 그날까지 하루 세 차례씩 3천번의 기도를 올릴 수 있었다. 일부 신도들은 명진 스님의 기도가 2999번에 그칠 것을 아쉬워한다. 불가에서는 개인으로서도 영예스러운 일이고, 사찰로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명진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산문밖을 나가지 않고 끝까지 천일기도를 마치면 누구 말마따라 승려로서는 훈장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어찌 보면 소중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천일기도를 시작했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늦거나 하지 않고 해온 것이 저 하나 잘되겠다고 했겠습니까? 이 세상이 좀 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그 밑바탕에 있는 거예요.
그리고 기도라는 것, 수행이라는 것이 뭡니까? 법당에 가 절을 해야만 기도이고 선방에 들어앉아 참선을 해야만 수행입니까? 아닙니다. 세상과 더불어 같이 아파하고 기뻐하는 것이 기도고 수행입니다. 더군다나 뜻하지 않게 죽은 이를 천도해주십사 하는데 수행자가 그 간절한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야된다는 말입니까?"
한편 명진 스님은 충남 당진 출생으로 19살 때 해인사 백련암에서 출가했다. 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에는 불교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94년 조계종 종단 개혁회의 상임위원, 2005년 봉은사 선원장 등을 지냈다.
▲ 87년 6월 20일 서울 조계사앞에서 열린 6월 항쟁 집회 당시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선 백골단에 끌려가는 명진 스님(오른쪽). ⓒ 권우성
명진 스님은 인터뷰 도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시대의 정신에 대해 비교했다. 그는 그 정신을 대표할 인물들을 꼽았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노무현 정권의 시대정신을 인물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유시민 전 의원이 국회에 처음 나올 때 하얀 바지를 입고 노타이 차림이었습니다. 그건 탈 권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에 '대통령 못해먹겠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지만 이런 거친 표현은 권위를 벗어던진 솔직한 말투예요. 그리고 한명숙 총리는 따뜻합니다. 이해찬 총리는 직설적입니다. 감정을 숨기지 않아요. 저렇게 답변하면 욕 좀 먹을 텐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이렇듯 노무현 시대정신을 표현할 대표적인 세 사람들은 소통하려 하고 거짓 없이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면서 좀 거칠어 보였던 겁니다. 반면, 이명박 시대를 상징하는 사람을 보면, 우선 신영철 대법관. 후배 판사들에게 촛불 재판에 대해서 어떻게 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지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회에서의 위증입니다. 대법관은 어찌보면 수행자, 성직자의 입장입니다. 명예와 존경심을 바탕으로 사는 사람인데, 거짓말을 했습니다. 후배들이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그 자리를 지킨다 이거죠. 그리고 1심,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났는데도 대법원까지 가는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같은 사람들. 또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검찰. 그렇게 해서 세상을 떠났는데 고인의 명예를 위해서 수사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고 말하는 이인규 중수부장 같은 사람이 이명박 시대를 상징하는 사람들이죠. 거짓말과 그게 들켰을 때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은 뻔뻔함. 몰염치하고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이 '3치'가 이 시대를 상징하는 이명박 정신입니다." |
▲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다래헌 앞까지 나와서 취재진을 배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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