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평 모평마을 앞 연못 임곡정. 수련이 활짝 피었다. ⓒ 이돈삼
꽤 많은 비가 내렸다. 밤새 내린 비가 곳곳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논의 물고를 손보는 농부의 얼굴색도 환해졌다. 저수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의 손길에도 힘이 들어간다. 산과 들의 푸른 색채도 그 농도를 더하고 있다.
생명력은 수련을 키우는 연못 '임곡정'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정자를 둘러싸고 있는 꽃이 그새 다 피었다. 하얀 것도 있고, 노란 것도 있다. 분홍색의 그것도 보인다. 그 생김새가 참 해맑다. 화사하다. 고결한 기품 같은 것도 느껴진다. 연잎 위에 앉았다가 물속으로 뛰어드는 개구리의 몸짓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연못을 감싸고 있는 숲에서도 생명력이 묻어난다. 군락을 이룬 느티나무, 팽나무, 왕버들의 이파리도 물기를 잔뜩 머금었다. 겨우내 세찬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주기 위한 힘을 벌써부터 기르고 있는 것 같다. 나뭇가지를 그늘 삼은 의자도 묵은 먼지를 깨끗하게 씻어냈다.
▲ 수련. 같은 꽃이라도 품격이 묻어나는 것 같다. ⓒ 이돈삼
▲ 임곡정은 방풍림과 어우러져 색다른 운치를 선사한다. ⓒ 이돈삼
연못 너머 논바닥도 활기를 되찾았다. 날마다 미지근한 물만 담고 있다가 모처럼 새로운 물을 만난 덕분이다. 얼마 전 못자리에서 둥지를 옮겨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모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같다.
논두렁 건너편은 고택이 줄지어 선 마을이다. 돌담길 따라 솟을대문이 나오고, 또 돌담이 이어지는 담장엔 능소화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결코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정감이 넘치는 우리 전통의 마을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 영양재. 고택 중의 고택이다. ⓒ 이돈삼
▲ 돌담과 어우러진 한옥. 고풍스럽기까지 한다. ⓒ 이돈삼
수십 개의 돌계단을 따라 산비탈에 고즈넉이 자리한 고택 '영양재'도 멋스럽다.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은 게 옛 선비의 검소와 풍류를 닮았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옛 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게 정감이 간다. 깔끔히 정비되지 않아 더 정겨운, 고택이다.
수련의 고결함과 청초함, 그리고 정겨움이 넘실대는 돌담, 옛 정취 묻어나는 고택이 줄지어 선 이곳은 모평마을. '나비의 고장'으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전라남도 함평에 있다. 꽃무릇 군락지로 이름 난 용천사에서 가까운 거리다.
▲ 수련. 하얀 색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 이돈삼
▲ 수련이 활짝 핀 임곡정. 전라남도 함평군 모평마을에 있다. ⓒ 이돈삼
▲ 고택이 즐비한 모평마을에 한옥체험관이 들어서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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