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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5성 장군? 부끄러운 줄을 알라

부끄러운 전쟁,자랑스러운 참전용사들

등록|2009.06.24 10:37 수정|2009.06.24 10:37
필자는 인생 황금기의 대부분을 군대에서 보냈다. 군대생활 중에 가장 자랑스러웠던 일 한 가지만 말해보라 하면 나는 주저없이 "월남참전"이라 답한다.

전투가 너무 치열해, 살아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는 소문으로 흉흉하던 1965년에 맹호부대 소총중대요원으로 파월되어 죽음을 넘나드는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월남전 자체가 부끄러운 전쟁인데, 뭐가 그리 자랑스럽단 말이냐?" 한다. 물론 미국의 침략전쟁에 우리가 용병처럼 참전한 너무나 부끄러운 전쟁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나라의 부름을 받아 참전한 용사들까지 부끄러운 것은 결코 아니다. 전쟁 성격과는 상관없다. 전투원에게는 최선을 다해 용전분투했느냐 비겁했었느냐? 전투 중, 비무장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느냐 무자비하게 학살했느냐? 등에 의해서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 갈려진다 할 수 있다.

6.25전쟁도 마찬가지였다. 전쟁 성격 자체는 강대국들에 놀아난 동족상잔의 부끄러운 전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용약(勇躍, 용감하게 뛰어감) 군문에 입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던 참전용사들이야말로 참으로 자랑스러운 애국자들이다.

6.25전쟁 때 총탄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최전방 격전지에서 피를 토하여 슬어지는 병사들이 "백!" 소리 지르며 숨져갔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들이 전설처럼 전해져온다. 병사들이기 때문에 겪었을 원통한 사연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 당시 군 최고위급 간부들은 거의가 일본군에 자원입대하여 천황에 충성을 맹세, 민족반역업무에 몰두했던 골수 친일세력들이었다. 민족멸시의 식민사관에 철두철미 세뇌된 그들에게 민족적 자부심이나 동포애가 있을 리 없었다. 극단적 권위주의의 일본군대문화에 철저히 찌들어 있어서 부하에 대해서는 인격무시 생명경시의 부정적 의식이 깊게 뿌리내려져 있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민족의식교육 없이 그리고 인간존엄의 민주의식 함양을 위한 어떤 재교육도 받지 않고 그냥 승승장구 계급만 높아져 너무나 오래동안 군을 호령해왔다. 결과 우리군대는 '민족적 자부심' 없는, '인간존엄의 민주의식'이 부재한 기형적인 군대문화가 배태되었다.

그들은 민족배반의 과오에 대해 뼈를 깎는 자기반성은 하지 않으면서, 대한민국 국군의 정통 적자인 독립군·광복군이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싸워온 항일독립전쟁의 자랑스러운 국군사를 지워버림으로 자신들의 죄상을 덮으려고만 해왔다.

당연히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창설기념일을 '국군의날'로 해야 함에도 6.25전쟁 중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을 기념한다 얼버무리며 10월 1일로 결정해 지금까지 그대로다. 국군의 역사를 1945년 광복 이후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강변, 건군 60주년 운운하고 있다.

마치 6.25와 미국의 도움이 국군의 시작이요, 그 이전 항일독립전쟁의 역사는 없었던 것처럼 조작하려 안간힘을 쏟아왔다. 정훈교육은 6.25와 해묵은 대북적대의 냉전의식 고취에만 열을 올린다. 국군의 정체성이 마치 '6.25'에 있는 것처럼 꾸며대려 애쓰지만 어찌 거짓의 역사를 쓸 수 있겠는가?

군 원로라며 지금까지 극진한 대접을 받으면서 군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이들 골수 친일세력들의 직간접 위력에 눌려, 우리군은 아직도 진정한 의미의 광복이 되지 못한 상태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에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기 위해 참전 예비역 대장 중에서 명예원수(5성장군)를 추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한마디로 불가한 일이다. 민족을 배반하여 적군 편에 서서 우리 독립운동가 타도와 독립군 토별에 혈안되었던 분들은 어떤 변명의 명분으로도 이 대상에 포함될 수 없기 때문이다.

6.25전쟁 중, 최전방에서 "백~"하며 숨져간 영령들께서 용인하겠는가? 6.25를 전후해 무참히 불법 학살당한 수십만의 민간 원혼들이 당시 현장지휘한 최고위 간부였던 그들을 좋아하겠는가?

촛불 막듯이, 전임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듯이, 5성 장군도 밀어붙여 만들면 된다고 착각하지 않기 바란다. 국립묘지로의 묘 이전 때문에 반민족·민주의 행각이 낱낱이 밝혀져 창피만 당하고 있는 김창룡을 보라.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일찍이 설파했던 바와 같이 "제발 부끄러운 줄을 알라!"
덧붙이는 글 * 표명렬 기자는 평화재향군인회 pcorea.net 공동상임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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