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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새 한 쌍 키우면 어떻겠어요

등록|2009.06.24 10:08 수정|2009.06.24 10:08

금화조 1쌍나무위에서 정답게 자고 있는 아롱이,초롱이 모습. ⓒ 김영명


"새 한 쌍 키우면 어떻겠어요?"

처음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아내는 거듭된 내 요청에 조건을 달아 승낙했다. 지저분해질 새장과 그 주변을 깨끗이 청소한다는 것이 그 조건이다. 나는 흔쾌히 새똥과 새털을 책임지고 치울 것을 약속했다.

아파트 베란다 나무들새들이 노는 아파트 베란다의 나무들 ⓒ 김영명


인터넷을 통해 '금화조' 한 쌍을 구입했다. 양 볼에 금박무늬가 있는 수컷은 '아롱이'라 이름 짓고, 1초도 가만 있질 못하고 촐랑대는 암컷은 '초롱이'라 부르기로 했다.

새장에 넣어 기른지 사흘이 지난 후 새장 문을 열기로 결단을 내렸다.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너비1.4m, 길이9m)에는 새가 앉을만한 키 큰 나무 5그루가 자라고 있다. 가지마루나무, 단풍나무, 마지나타나무, 벵갈고무나무, 펜더나무 등이다.

아롱이, 초롱이아롱이,초롱이의 정다운 모습 ⓒ 김영명


처음에는 새장 밖으로 나올 줄 모르고 머뭇거리던 녀석들이 신나게 나무 사이로 날아다닌다. 아롱이가 나무 위에 앉아서 소리를 내면 초롱이가 딴 짓 하다가도 잽싸게 그 옆에 가 앉는다. 그리고는 서로 주둥이를 맞부딪치기도 하고 깃털을 찍기도 한다. 그 광경을 보는 아내가 좋아 죽는다. 즐겨보던 드라마도 잊어버린다.

아롱이,초롱이나무위의 아롱이,초롱이 ⓒ 김영명


며칠 후 아내가 제안을 한다.
"여보! 새 몇 마리 더 키웁시다."

나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어면서 한 마디 했다.
"그 새똥, 새털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덧붙이는 글 새를 사온 후 한 번도 새똥 청소를 안 한 것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아무 말없이 새똥청소를 하는 아내가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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