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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

노란 달맞이꽃 곱게 핀 '초여름 아침'

등록|2009.06.24 11:18 수정|2009.06.24 11:18

▲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 그리움과 기다림의 꽃 달맞이꽃 ⓒ 조찬현


아무도 없는 초여름 아침에 달맞이꽃이 피었다. '기다림'의 꽃말을 지닌 노란 달맞이꽃이 홀로 피었다. 달맞이꽃은 달님과 함께 밤새 수다를 떨다 아침이 밝아오면 졸음에 겨워 스르르 예쁜 꽃잎을 접는다.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동녘하늘에 붉은빛이 감돈다. 초여름 밤,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멀리 삼간도 바다를 가르는 통통배의 엔진소리가 힘차다. 왜가리 한 마리가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간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아침, 길가 풀숲에는 달맞이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노란 4개의 꽃잎이 너무나 맑고 곱다. 꽃송이에 거미 한마리가 숨어있다. 벌이 날아들자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이 일어난다. 거미가 벌의 기세에 밀려 꽃잎 뒤로 숨는다.

▲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아침, 길가 풀숲에는 달맞이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조찬현


▲ 달맞이꽃 고운 자태에 반해 꽃향기를 맡아본다. 진하다. ⓒ 조찬현


달맞이꽃 고운 자태에 반해 꽃향기를 맡아본다. 진하다. 일반적인 들꽃향기는 수수한데 반해 달맞이꽃은 그 향기가 진하고 그윽하다. 달맞이꽃 피어난 길가 숲에는 강아지풀이 살랑살랑 고개를 흔들고 있다.

길가의 빈터나 물가에서 자라는 귀화식물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 칠레가 원산지이다.  노란 꽃은 저녁이면 피었다가 아침이면 시든다. 월견초(月見草)라 불리는 뿌리는 한방에서 약재로 쓴다. 종자는 월견자(月見子)라고 하여 고지혈증에, 뿌리는 감기로 열이 높고 인후염이 있을 때 달여서 복용하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달맞이꽃이 피어난 날 아침, 하늘색은 투명하게 밝고 푸르다. 마음의 색깔은 어떠할까. 오늘 같은 날은 아침 하늘색을 닮고 싶다. 가슴속에 푸른 마음을 가득 담고 싶다. 기다림의 꽃, 노란 달맞이꽃 곱게 핀 초여름 아침의 색깔을 담고 싶다. 장사익의 '달맞이꽃' 노래가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 달맞이꽃과 강아지풀 ⓒ 조찬현


▲ 달맞이꽃 꽃술에 날아 든 응애 한 마리 ⓒ 조찬현


▲ 노란 달맞이꽃 곱게 핀 초여름 아침의 색깔을 담고 싶다. ⓒ 조찬현


달맞이꽃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 밝은 밤이 오면 홀로 피어
쓸쓸히 쓸쓸히 미소를 띠는
그 이름 달맞이꽃
아~ 아~ 아~ 아~ 서산엔 달님도 기울어
새파란 달빛 아래 고개 숙인
네 모습 애처롭구나~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
찬 새벽 올 때까지 홀로 피어
쓸쓸히 쓸쓸히 시들어 가는
그 이름 달맞이꽃
아~ 아~ 아~ 아~ 서산엔 달님도 기울어
새파란 달빛 아래 고개 숙인
네 모습 애처롭구나~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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