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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 일본과 우리가 다른 점?

결혼부터 지원하는 일본과 출산장려에만 매달리는 한국

등록|2009.06.25 16:13 수정|2009.06.25 16:13

▲ 23일 소자화대책프로젝트그룹으로부터 10대제안을 전달받고 있는 오부치유코 소자화특명담당장관. ⓒ 후지TV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웃 일본은 이미 합계출산율이 1.57명이던 지난 1989년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대처했다. 엔젤, 신엔젤, 아동육아응원플랜 등 갖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우리는 2005년 합계출산율 1.08이라는 더 심각한 쇼크를 당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출산장려금 정책을 앞세워 다출산을 유도하고 있지만 '코끼리 비스킷' 같은 정책에 대한 호응도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심기일전이 눈에 띈다. 

지난 6월 23일 일본 내각부 소자화특명담당장관인 오부치 유코(小渕優子・자민련・3선)가 주관한 저출산 대책 프로젝트팀 간담회에서 제시된 10대 제안이 도드라져 보인다. 소자화(小子化, 저출산)프로젝트팀은 경제평론가를 비롯한 의사,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정책제언 전문가 집단. 이번 간담회 명칭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하는 소자화대책'. 그동안 시행했던 여러 대책이 실효성이 없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프로젝트팀은 이날 오부치 유코 장관에게 "저출산 배경에는 미혼과 만혼이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전통적인 육아 지원책에 그치면 않된다. 연애와 결혼까지 시각을 넓혀 정책적 대응을 도모해야 한다"는 골자의 열 가지 제안을 제출했다.

제안을 살펴보면 먼저 소자화의 대책 첫 번째는 '연애와 결혼'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결혼 후 임신과 출산에 집중돼 있는 정책을 연애와 결혼 전단계까지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최근 결혼을 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뜻하는 결혼활동(혼활)이 사회적으로 활발하다. 일본 사회는 이를 소자화 대책 일환으로 적극 장려하고 홍보하고 있다. 

두 번째 제언으로 젊은이들이 안심하고 가족을 갖도록 하는 방안이다. 취업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해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또 임신이나 가족형성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해야 한다는 제언 등은 모두 '결혼'에 맞닿아 있다. 이 부분이 저출산 대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와 다른 부분이다.

연애・결혼이 저출산 대책 첫 단계

유아교육과 보육의 종합적인 검토, 어린이 빈곤 악순환 방지, 가계의 과중한 교육비 경감, 육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질병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의료지원 등은 우리와 대동소이하다.

이번 제언에서 가장 획기적인 제안으로 손꼽히는 것은 세수의 일부를 어린이를 위해 쓰자는 방안이다. 프로젝트그룹은 앞으로 소비세를 인상할 경우 세수의 1%를 '어린이'를 위해 사용하자는 안을 열 번째로 제언했다.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을 살펴보자.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 연구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상시과제로 저출산 대책 및 다문화가족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데, 산전 진찰, 불임부부 보조생식술술 지원, 국가필수 예방접종비 일부지원, 가족친화 환경조성, 보육료 지원, 양육수당 지원, 보육서비스 공급기반 개선 및 민간보육시설 질제고 등 결혼 후 출산장려책에 집중돼 있다. 결혼 전이나 결혼과정의 지원이 전혀 없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월간 인구동향에 따르면 4월 출생아 수는 3만75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300명 감소하는 등 1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결혼 건수 역시 2만4700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1800건 감소했다. 결혼이 줄면 출산율이 떨어지는 당연한 결과다. 연애와 결혼을 지원하고 가정을 형성하는 데 거부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일본의 정책 제언이 왜 탄생하게 됐는지 면밀히 살펴야할 이유다.

결혼율과 출산율은 연동... 결혼장려책으로 정책전화 필요

우리나라 일각에서도 결혼장려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아직 소수 목소리로 묻혀있다. 싱가포르는 결혼장려를 위해 중앙준비기금(Central Provident Fund)으로부터 주택보조금을 받은 미혼자가 결혼하면 보충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한다.

만혼으로 골머리를 앓는 이란은 학생신분으로 결혼하면 정부가 축하금을 주고 일본은 결혼중매인들에게 지자체가 성혼 사례비를 준다. 이들은 결혼을 촉진하고 장려하기 위한 일종의 결혼장려금 제도인 셈이다.

조선시대에도 결혼촉진을 위한 관(官)의 노력이 있었다. 홀아비, 노처녀는 환과고독(鰥寡孤獨)과 함께 나라가 구제해야 할 대상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 2대 정종은 '혼인은 때가 중요하다며 가난 때문에 혼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적당히 헤아려 비용을 도와주게 하라'고 지시했다.

또 9대 성종 때는 예조에서 가난 때문에 처녀 나이 25세 이상에도 결혼하지 못한 경우 쌀, 콩 10석을 혼수로 지원하는 방안을 임금에게 아뢰어 윤허를 받아내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결혼을 위해 금전적 지원을 이미 오래전 행했던 것이다.

일본이 각종 소자화 대책을 펼치고도 인구감소 추세를 막지 못한 것은 저예산정책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저출산 대책이 요구된다. 결혼하지 않는 사회에서 출산을 기대하긴 무리다. 아직 작은 목소리지만 저출산 극복을 위해 결혼장려금, 기업의 미혼직원 배려 등의 지원책을 모색할 때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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