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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기업들 "2일 회담서 폐쇄든 지속이든 결론 나야"

개성공단기업협회, 고사 위기 호소... 대북지원단체들도 "인도적 지원 허용" 요구

등록|2009.06.25 18:36 수정|2009.06.25 18:36

▲ 김학권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회생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황방열


"2일 (개성공단 남북당국자간 3차실무) 회담 결과가 좋지 않으면 올해까지 부도날 기업이 몇 개나 되나?"
- 기자

"지금 상태라면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곳은 얼마 안 된다. 7월 안으로 적지 않은 기업들이 무너질 것이다." - 김학권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남북관계 악화 속에서 고사위기에 처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이하 협회)는 25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연 '개성공단 기업 살리기 대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모임에는 105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에서 30개 가까운 업체 대표가 참석했다.

협회는 '촉구문'에서 "정부는 큰 틀에서 전향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개성공단에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임계선상 기업들의 생명회복을 위해 기요청된 긴급운영자금을 신속하게 집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통일부에 611억 원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했었다.

협회는 이어 "그게 어렵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공단을 폐쇄하고 입수기업을 철수시키고, 기업들의 피해를 전적으로 보상할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자진 철수시에도 투자전액을 100% 보장하는 내용으로 경협보험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통행과 체류제한을 즉시 해제하고 주재원의 신변안전을 보장해 달라"면서 "기업이 수용불가능한 일방적 요구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남북한 양쪽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항의가 쏟아졌다. 한 참석자는 "개성공단은 핵문제와 연계하지 않기로 했는데, 현 정부는 핵문제와 연결시키면서 근로자 합숙소 등 약속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군부대까지 이전시킨 북한으로서는 빵이 20개는 생길 줄 알았는데 겨우 한두 개뿐이니까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정권 바뀌었다고 이렇게 나 몰라라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에 대해서도 한 참석자는 "투자자인 내가 투자공장을 가는데 출입을 통제당하는 것이 가장 울화통이 터진다"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북측이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인데 기업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2007년에 분양받아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한 참석자는 "2005년 시범단지 때부터 사업을 시작한 업체는 20대 젊은 인력이 공급됐지만 지금은 고령자가 58세이고 전체인력이 30대 중반이라 작업 집중도도 낮고 통제도 안 된다"면서 "최소 관리인원 6명이 필요한데 1명만 체류증을 주고 나머지는 출입증을 줘 오전 10시에 들어가서 오후 5시에 나와야 하는데 일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남북한 정부 성토 빗발... 자금지원 요구에 통일부는 "검토중"

이 같은 비판과 함께 2일 회담에서는 개성공단이 폐쇄되든 지속되는  결론이 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초대협회장이었던 김문기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최근 상황을 보면 개성공단이 기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 안타까움이 든다"면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거나 아니면 다른 대책이 나오든 결론이 나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학권 협회회장은 "어제(24일)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5개 기업 중 89개의 누적적자가 397억 원이고, 주문 격감과 작업난으로 대량휴가와 휴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서 "2일 회담에서 북측은 확실하게 통행제한조치 해제와 주재원들에 대한 신변안전을 약속하고 남측은 합숙소, 탁아소, 도로보수 실행조치를 약속하면 돌아선 바이어들이 다시 돌아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휴업 실시 현황에 대해서는 그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 업체의 절반 정도가 휴업 상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현안에 대한 남북 당국 간 논의가 장기화되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정리하고 개성에 '올인'했다는 한 업체 대표는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꿈을 꾸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협회의 긴급운용자금 지원 요청에 대해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면서 "남북협력기금 재원의 한계와 평양 등 다른 지역 경협기업과의 형평성 문제, 기업의 책임경영 문제 등을 같이 고려해서 검토가 돼야 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물자 반출 선별승인과 민간단체 방북 불허 철회" 요구

한편 대북지원 민간단체들도 정부에 대해 인도적 지원사업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제기아대책기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5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 정정섭)는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인도주의에 관한 대원칙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면서 "인도적 대북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북한 정부에 대한 압력'이며 '북한 길들이기를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정부 당국 간의 정책에 따른 대규모 쌀, 비료 지원 등은 보류될 수도 있으나 민간단체들이 국민들의 정성어린 성금으로 마련한 사업까지 정부가 가로막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인도적 지원물자 반출 선별 승인과 민간단체 모니터링 방북 불허조치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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