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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와 초롱이, 그리고 비실이

[금화조와 놀기(3)]

등록|2009.06.27 21:54 수정|2009.06.27 21:54

비실이변종 금화조인 '비실이'가 화분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 김영명


구돌이와 같이 온 또 1쌍인 '비실이' 부부(이 수컷은 오는 날부터 힘없이 비실거림)는 제집이 새장 안이다. 비실이는 외양색도 다른 새와 조금 다르다. 다른 금화조는 배를 제외한 몸통이 연한 검은색 계통인데, 비실이는 회색 계통에 흰색 줄이 보인다. 우는 소리도 다른 새와 달리 '째짹 째짹' 하는 소리를 내지 않고, '찌이~익 찌이~익' 하는 긴소리로 운다. 새농장주가 이 새를 건네주면서 '금화조의 변종'이라고 말했다.

비실이 앞 모습새장 위에 앉아있는 모습.앞가슴에 검은 띠가 없다. ⓒ 김영명


아내가 강제로 아롱이 부부를 새장 안에 넣고, 비실이 부부를 바깥에 내놓았는데도, 한나절이 지나기 전에 아롱이는 밖으로 나가 있고, 비실이 부부가 새장을 차지하고 있다. 아롱이 처인 초롱이는 비실이 부부와 친하다. 그래서 아롱이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새장 안의 비실이 부부와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비실이의 비약비실이가 날아오르는 모습 ⓒ 김영명


아내는 외톨이가 된 아롱이가 가엾다. 비실이 부부와 붙어 지내는 초롱이가 얄미운 것이다. 드디어 아내가 뿔이 났다. 비실이 부부를 새장에서 쫒아내고, 강제로 아롱이, 초롱이를 합방시켰다. 쫓겨난 비실이 부부는 키 작은 펜드나무에 둥지를 튼다.

아롱이새장에서 쫓겨나서 혼자 고무나무 둥지에 들어감 ⓒ 김영명


"저거 봐요. 초롱이, 아롱이가 사이가 좋아졌어요."

출입구도 봉쇄한 새장에 갇힌 초롱이, 아롱이가 예전처럼 나란히 앉아 서로 주둥이를 비벼대는 것을 본 아내가 환호성을 지른다.

새의 삶을 자연스럽게 놓아두질 못하고 간섭하려드는 아내의 행동이 못마땅하다. 튀어나온 내 대답이 퉁명할 수밖에 없다.

"좁은 공간에 가둬두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데, 그게 잘 하는 일인지-"

아롱이,초롱이 부부한 때 좋았던 아롱이 부부의 모습. ⓒ 김영명


어떻게 생각이 바뀌었는지 몰라도, 아내는 그 이튿날 초롱이와 아롱이가 갇힌 새장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기가 바쁘게, 쫓겨났던 비실이 부부가 밀고 들어왔다. 아내의 기대를 저버리듯, 아롱이는 비참하게 비실이에게 쫓겨 달아났다.

인간의 잣대로 어찌 새의 세계를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겠는가.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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