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파괴 명분 쌓기, 남은 건 참극뿐?
[주장] 모든 잘못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치밀하게 명분 쌓아온 정부와 사측
▲ 16일 오전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노조원들이 점거농성중인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주변에 사측 직원들이 공장진입을 시도하기 위해 집결한 가운데 농성중인 노동자들의 가족이 현수막을 들고 공장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 권우성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어느 메이커나 겪고 있는 위기다. 도요타도 빅3도 현대차도 판매와 생산이 감소한다. 이는 한 자동차 회사의 위기를 경영진이나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각 자동차 생산국들은 현재의 위기를 자동차 산업 전반의 위기로 인식하고, 특정 업체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먼저 큰 틀의 자동차 산업의 위기원인을 분석하고 회생방안을 강구한다.
이런 분석틀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유효하다. 그래서 쌍용의 위기는 그것이 전적으로 어느 한 주체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우며, 따라서 쌍용위기의 원인은 경제위기로 인한 차량 소비 감소, 특히 SUV와 대형차 소비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 분석되곤 했다. 거기에 경영진의 투자회피로 인한 생산성 및 시장성 저하가 직접적 위기로 분석되곤 했다.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상황은 극적으로 급변했다. 이제 쌍용차 위기의 원인은 낮은 노동생산성과 강성노조가 되었다. 그래서 정리해고안이 발표되고 이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공권력 행사가 눈앞에 놓여있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한 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책임전가의 문제다. 사실 쌍용위기의 직접 원흉은 대주주이자 경영자로서 투자와 정상적 경영활동은 회피한 채 오히려 기술유출의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하이에 있다. 문제는 상하이가 중국계 기업으로 이들에게 책임을 추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이 기술유출 관련한 수사결과도 발표못하고 있는 형편이니 책임 추궁을 하려할 이유가 없다. 그럼 이런 상하이에 쌍용을 매각하도록 주도한 경제관료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하는데 당연히 이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이른바 노동자, 노조 책임론이다.
두번째는 사후처리 문제다. 사실 정부나 채권단은 위기의 원인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이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어떻게 하면 쌍용차의 부실규모를 줄여서 또다른 투기자본들에게 팔아먹을까 뿐이다. 그 방법도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전반적 지원이나 기업의 건강성을 높이는 방법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해 매각하는 장기적인 방식에는 관심이 없다.
보다 쉽고 빠른 방법, 즉 대규모 감원을 통해 단기적 이익을 높여 회사를 팔아먹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대규모 감원을 하려면 꼭 필요한 명분이 바로 노동자, 노조 책임론이다. 위기의 원인이 노동자니 이들을 해고해야 한다는 명분을 쌓고 싶은 것이다.
사실 이들이 주장하는 노동자 책임론의 가장 확실한 반증은 바로 옆에 있다. 쌍용보다 더 높은 임금과 쌍용보다 더 강성노조인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뿐 아니라 세계 메이커들 중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중이라는 것이 회사와 정부와 조중동이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을 헛소리로 바꿔놓는다.
가령 정부와 조중동이 이야기하듯이 자동차 생산 및 경쟁력에서 임금이나 노조가 중요하다면, 한국 자동차 시장은 임금이 높고 노조가 강력할수록 회사의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생산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그것도 생산성을 나타내는 수많은 지표들은 절대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1인당 생산대수라는 지표만 들이댄다. 1인당 생산대수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수라고 보기 어렵다. 한 명의 노동자가 자동차를 몇 대 생산하는가에는 회사의 설비투자(자동화 정도), 생산합리성(설계 및 디자인 수준), 부품체계(외주모듈부품의 도입)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작년 같은 불황에는 판매대수, 즉 주문대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의 무역흑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환율이나 경쟁시장의 상황 등 수백 가지 영향에 의한 결과이듯, 그래서 대통령 1인당 무역흑자액으로 비교해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보다 경제성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듯이, 1인당 생산대수는 특히나 작년 같은 경우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지수다.
1인당 생산액(쌍용은 차값이 비싼 차종이 주류기 때문에 생산대수에 비해 생산액이 많다), 1인당 부가가치를 따지는 것이 좀더 합리적이며, 이나마도 작년 같은 불황, 즉 라인이 정상적으로 안 도는 상황에서는 그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온통 1인당 생산대수만 떠들더니 '해답은 정리해고 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어지는 치밀한 공권력 투입의 명분쌓기
▲ 26일 오전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쌍용차노조 간부가 경찰에 강제 연행되고 있다. ⓒ 선대식
문제는 아무리 쌍용차 노조가 연성노조로 분류된다고 해도 이런 대규모 해고를 받아들일리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집행 명분쌓기에 돌입한다.
우선은 공장점거의 부당함을 위한 논리를 만들어낸다. 흔히 파업으로 인한 손해가 얼마다는 식이다. 쌍용사측은 2000억 정도 피해가 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쌍용차의 월 판매량은 1-2일 생산하면 충족시킬 정도의 양이다. 돌려 말하면 회사가 한 달의 28일을 놀아도 판매에는 아무런 장애도 없으며, 손해도 없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은 '안 그래도 회사가 어려운데 파업으로 더 어려워진다'는 거짓인식을 대중들에게 확신시킨다. 오래 써먹은 수법인 만큼 효과도 확실하다.
두번째는 이런 논리를 앞세워 이른바 '노-노' 갈등을 유발시킨다. 비정리해고 직원을 공장안으로 밀어넣어 충돌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이다. 사측 노동자가 상처라도 입으면 대성공이다. 이는 두 가지 효과를 나타내는데, 하나는 공장이 돌길 기대하는, 실제 돌아봤자 아무 이득도 없지만, 노동자도 있다는 희석효과와 함께, 충돌이 일어났으므로 경찰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시설물보호라는 강력한 '사유재산보호제도'가 있다. 경찰에 요청만 하면 대학캠퍼스부터 서울광장까지 차벽으로 막아주는데도 사측이 비해고 노동자를 먼저 밀어넣을 이유가 없다.
이렇게, 정부와 자본의 잘못은 지워 없에고, 모든 탓은 노동자에게 뒤집어 씌우며, 또한 노동자들을 폭력으로 내쫓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판에도 '사상자'를 기대하고 있는지 팔짱 끼고 있었던 덕에 부상자도 생겼고, 이 과정을 문제삼을 변호사들은 일찌감치 연행해 갔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공권력을 투입한다'는 립서비스와 함께 시작될 폭력만이 남아있다.
대한민국은 해고의 부당함을 주장하기에는 너무나 무시무시한 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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