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좋아해요?" 이런 거 묻지 말아 주세요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 5가지
한국을 몇 차례 오가다가 몇 년 전부터는 아예 한국으로 이사와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외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일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한국인들에게 항상 듣는 몇가지 질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중 몇가지만 내 의견을 덧붙여 적어보려 한다.
# 항상 듣는 질문1 "한국에는 왜 왔어요?"
이 질문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듣게 된다. 꽤 개인적인 질문임에도 망설임이 없다. 종종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두번째 혹은 세 번째에는 이 질문을 받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나에게 그걸 물어보는 방식인데, 궁금함이 가득한 표정에, 믿지 못하겠다는 듣한 목소리다. 진짜 묻고 싶은 것은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체 왜 일부러 한국에 올까"라는 듯하다.
나에게 이런 질문을 대답하기 어렵다. 개인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긴 얘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촌 맥도날드 앞에 서서 방금 전 소개받은 사람과 악수를 하며 대답할 만한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 보통 내가 하는 대답은 "음식이 좋아서요"다. (그러면 보통 사람들은 농담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마도 같은 상황에 처해본 일이 없어서인 듯하다.)
# 항상 듣는 질문2 "미국... 아니, 러시아인인가요?"
제일 처음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국적문제다. 한국인들에게는 이게 아주 중요한 일인 것 같다. 10년 전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백인인 나를 미국인이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요새는 사람들도 점점 창조적이 되고 있다. 요즘 나는 사람들로부터 러시아, 프랑스, 심지어 벨기에 사람이냐는 말까지 들어봤다.
한국인들은 이젠 '모든 외국인=미국인'이라는 생각은 진부하다는 걸 깨닫고 뭔가 다른 걸 집어내서 자신의 오픈 마인드를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 항상 듣는 질문3 "김치 먹을 수 있어요?"
사람들은 한국 음식의 맛이 좀 "독특하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지난 15년여간 유럽과 미국에도 한국 음식이 많이 보급되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김치도 서양의 수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는데, 외국인은 김치가 뭔지 모를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 같다. (많은 외국인들은 김치가 건강에 좋다는 얘기도 알고 있다.)
나도 오랫동안 한국에 살았음에도 사람들은 아직도 김치 먹냐?고 물어본다. 내가 음식점에서 오징어덮밥을 먹고 있는데 사업차 만난 사람이 "그거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이미 먹고 있는 거 보였을 텐데)
김치 먹냐는 물음에 대한 내 대답은 이거다.
"여기 오래 살면서 김치 못 먹는 게 더 힘들어요!"
# 항상 듣는 질문4 "한국 여자들 좋아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알게 된 모든 남자들에게서 이 질문을 듣는다. 일단 잘 모르는 사람이 물어보기엔 좀 개인적인 질문이다. 그리고 대답하기가 좀 난처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자,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뇨, 한국 여자들 다 싫어요!"라고 한다면 어떤 대화도 그걸로 끝나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당근이죠, 한국여자들 너무 좋아요!"라고 하면 그것도 아주 이상하고 어색하다.
그래서 나는 보통 "그럼요, 다른 나라 여자들보다 더 좋아요..."등으로 대답하곤 한다. 나도 모호하다는 건 알지만 뭐라 달리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흥미롭게도 그 뒤에 "그럼 여자친구 있어요?" 등의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건 좀 덜 흥미로운가 보다. 한국남자들이 어떤 자부심을 갖고 "한국 여자들 진짜 예쁘지, 사실 최고야, 맞지?"란 말을 하고 싶어 그렇게 묻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항상 듣는 질문5 "고향 음식 그립지 않아요?"
한국인들은 한국음식을 정말 사랑한다. 한국음식의 맛과 거기서 느끼는 향수 등을 사랑하는 듯하다. 음식에 자부심과 감성을 담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면 한국음식을 더 그리워하는 것 같다.
15년쯤 전, 한국인들이 유럽에 올 땐 김치와 컵라면을 꼭 짐에 넣어서 왔다. 그게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이었다. (첫째, 그 사람들 중 대개는 2주 미만의 일정으로 온 것이었고, 둘째, 어딘가에 가서 외국음식을 먹는 것은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또한 그 당시에도 유럽 슈퍼마켓에서 한국음식을 살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외국인을 볼 때면 한국인들은 그 사람도 그런 기분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보통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차갑게 들리지만) 별로 그리운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인들의 김치와 달리 유럽인들은 매 끼니마다 먹는 특별한 음식이 없어서이거나, 서양음식은 서로 영향을 받아 많이 섞였기 때문에 미국음식이 무엇인지 독일 등 중앙유럽의 음식이 무엇인지 확실히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기 쓰지 않은 "정형화된 질문"들이 몇 가지 더 있지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다섯 가지만 추려보았다. 같은 질문을 계속 듣다보면 조금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처음 만난 사람이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하려 한다. 다만, 가끔씩 너무 개인적인 질문을 하기 전에는 입장을 바꿔서 다시 한 번 생각해줬으면 한다. 그 질문들은 사실 대답하는 사람보다 질문하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외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일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한국인들에게 항상 듣는 몇가지 질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중 몇가지만 내 의견을 덧붙여 적어보려 한다.
이 질문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듣게 된다. 꽤 개인적인 질문임에도 망설임이 없다. 종종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두번째 혹은 세 번째에는 이 질문을 받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나에게 그걸 물어보는 방식인데, 궁금함이 가득한 표정에, 믿지 못하겠다는 듣한 목소리다. 진짜 묻고 싶은 것은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체 왜 일부러 한국에 올까"라는 듯하다.
나에게 이런 질문을 대답하기 어렵다. 개인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긴 얘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촌 맥도날드 앞에 서서 방금 전 소개받은 사람과 악수를 하며 대답할 만한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 보통 내가 하는 대답은 "음식이 좋아서요"다. (그러면 보통 사람들은 농담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마도 같은 상황에 처해본 일이 없어서인 듯하다.)
# 항상 듣는 질문2 "미국... 아니, 러시아인인가요?"
제일 처음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국적문제다. 한국인들에게는 이게 아주 중요한 일인 것 같다. 10년 전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백인인 나를 미국인이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요새는 사람들도 점점 창조적이 되고 있다. 요즘 나는 사람들로부터 러시아, 프랑스, 심지어 벨기에 사람이냐는 말까지 들어봤다.
한국인들은 이젠 '모든 외국인=미국인'이라는 생각은 진부하다는 걸 깨닫고 뭔가 다른 걸 집어내서 자신의 오픈 마인드를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 항상 듣는 질문3 "김치 먹을 수 있어요?"
▲ 생김치. ⓒ 임현철
사람들은 한국 음식의 맛이 좀 "독특하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지난 15년여간 유럽과 미국에도 한국 음식이 많이 보급되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김치도 서양의 수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는데, 외국인은 김치가 뭔지 모를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 같다. (많은 외국인들은 김치가 건강에 좋다는 얘기도 알고 있다.)
나도 오랫동안 한국에 살았음에도 사람들은 아직도 김치 먹냐?고 물어본다. 내가 음식점에서 오징어덮밥을 먹고 있는데 사업차 만난 사람이 "그거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이미 먹고 있는 거 보였을 텐데)
김치 먹냐는 물음에 대한 내 대답은 이거다.
"여기 오래 살면서 김치 못 먹는 게 더 힘들어요!"
# 항상 듣는 질문4 "한국 여자들 좋아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알게 된 모든 남자들에게서 이 질문을 듣는다. 일단 잘 모르는 사람이 물어보기엔 좀 개인적인 질문이다. 그리고 대답하기가 좀 난처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자,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뇨, 한국 여자들 다 싫어요!"라고 한다면 어떤 대화도 그걸로 끝나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당근이죠, 한국여자들 너무 좋아요!"라고 하면 그것도 아주 이상하고 어색하다.
그래서 나는 보통 "그럼요, 다른 나라 여자들보다 더 좋아요..."등으로 대답하곤 한다. 나도 모호하다는 건 알지만 뭐라 달리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흥미롭게도 그 뒤에 "그럼 여자친구 있어요?" 등의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건 좀 덜 흥미로운가 보다. 한국남자들이 어떤 자부심을 갖고 "한국 여자들 진짜 예쁘지, 사실 최고야, 맞지?"란 말을 하고 싶어 그렇게 묻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항상 듣는 질문5 "고향 음식 그립지 않아요?"
한국인들은 한국음식을 정말 사랑한다. 한국음식의 맛과 거기서 느끼는 향수 등을 사랑하는 듯하다. 음식에 자부심과 감성을 담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면 한국음식을 더 그리워하는 것 같다.
15년쯤 전, 한국인들이 유럽에 올 땐 김치와 컵라면을 꼭 짐에 넣어서 왔다. 그게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이었다. (첫째, 그 사람들 중 대개는 2주 미만의 일정으로 온 것이었고, 둘째, 어딘가에 가서 외국음식을 먹는 것은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또한 그 당시에도 유럽 슈퍼마켓에서 한국음식을 살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외국인을 볼 때면 한국인들은 그 사람도 그런 기분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보통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차갑게 들리지만) 별로 그리운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인들의 김치와 달리 유럽인들은 매 끼니마다 먹는 특별한 음식이 없어서이거나, 서양음식은 서로 영향을 받아 많이 섞였기 때문에 미국음식이 무엇인지 독일 등 중앙유럽의 음식이 무엇인지 확실히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기 쓰지 않은 "정형화된 질문"들이 몇 가지 더 있지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다섯 가지만 추려보았다. 같은 질문을 계속 듣다보면 조금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처음 만난 사람이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하려 한다. 다만, 가끔씩 너무 개인적인 질문을 하기 전에는 입장을 바꿔서 다시 한 번 생각해줬으면 한다. 그 질문들은 사실 대답하는 사람보다 질문하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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