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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가는 제2용산참사... 정부 뭐하나"

[현장] '전쟁터' 쌍용차 평택공장... 노조 "사측 철수는 공권력 투입 명분 쌓기용"

등록|2009.06.27 19:14 수정|2009.06.28 02:14

▲ 쌍용자동차 공장을 점거중인 노조원들과 대치하던 사측 임직원, 용역직원, 경찰이 27일 밤 봉쇄를 풀고 공장밖으로 철수한 가운데, 농성중인 한 노조원이 부인과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 권우성


[3신 : 28일 새벽 0시 30분]

노조 "사측 철수는 공권력 투입 명분 쌓기용"

노조는 사측의 공장 철수에 대해 "믿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27일 자정부터 도장 공장 내부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사측은 더 이상의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장을 떠난다고 했는데 믿을 수 없다"며 "26일에도 11시 최종안을 던지며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 오후 3시 공장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측의 철수는 경찰력 투입 명분 쌓기라고 강조했다. 한 지부장은 "사측과 경찰은 굶은 늑대가 포식을 하려는 것처럼, 총체적 연합 전술로 우리를 적으로 간주하고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했다"며 "앞으로 공권력이 들어온다고 해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오는 29일 4시간 부분파업, 7월 1일부터 전면 총파업을 하기로 한 선언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28일 오전 사측의 공장 철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기로 했다.

▲ 27일 밤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농성중인 노동자들과 가족, 사회단체 회원들이 공장안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2신 : 27일 밤 11시]

사측, 공장 철수... "회사의 생사, 노조에 맡기겠다"

사측이 공장에 진입한 지 33시간 만인 밤 10시 20분께 공장에서 모두 철수했다. 박영태·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 비해고자 1000여 명, 용역 직원 200명 등이 공장에서 모두 나왔다.

철수 직전 박영태․이유일 공동 관리인은 성명을 발표하고 "쌍용차 전 임직원은 더 이상 우리를 스스로만의 힘으로는 일터를 지켜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공장을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쌍용차 상황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하려는 외부 세력만은 반드시 차단해 주겠다는 경찰당국의 말과는 달리, 공장 내부는 이미 온갖 외부 세력이 집결, 더욱 극단적인 행위를 종용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비록 이 공장이 불법과 탈법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사태 해결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 명약관화하지만 전 임직원은 오늘의 울분을 참고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어 회사 살리기에 총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이대로 가면 파산"이라며 "노조의 선택에 따라 쌍용의 운명이 달렸다, 같이 망하든지 같이 살든지 노조가 판단하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더 이상 공장 진입은 없으며, 회사의 생사를 노조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전했다.

현재 경찰도 쌍용차 공장 인근에서 철수했다. 이후 파업 노조원 가족과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공장 내부로 들어갔다.

한편, 사측 관계자들과 비해고자들이 공장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밖에 있던 파업 노조원 가족과 민주노총 조합들 간에 충돌이 있었다. 이들은 서로 욕설을 하며 돌 등을 던졌다. 파업 노조원 가족들은 "쇠파이프 들 용기가 있으면 같이 싸우자"고 말했고, 비해고자들은 "너희 때문에 쌍용차는 파산했다"고 반박했다.

▲ 쇠파이프, 각목, 대나무, 소화기 등으로 무장한 회사측 용역들이 노조원들을 향해 몰려오고 있다. ⓒ 권우성


'돌' '소화기' 던지는 용역직원들회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농성중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향해 돌과 소화기를 집어 던지고 있다. ⓒ 노희준


▲ 쇠파이프, 각목, 죽봉 등으로 무장한 용역과 사측직원들이 바리케이드 해체를 위해 접근하자 노조원들이 화염병을 던지며 저지하고 있다. ⓒ 권우성


▲ 쇠파이프, 각목, 죽봉 등으로 무장한 용역과 사측직원들이 바리케이드 해체를 위해 접근하자 농성 노조원들이 새총으로 볼트를 쏘고 있다. ⓒ 권우성


[1신 : 27일 저녁 7시 14분]

충돌 격화, 부상자 속출... "이대로 가다가는 제2용산참사, 정부는 뭐하나"

"'산 자'인 동생이 관제데모에 참석하라는 사측 관리자에게 울면서 '도저히 못 나갑니다'라고 말했답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27일 오후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 앞에서 만난 최유선(가명)씨의 말이다. 그는 해고된 파업 노조원의 아내다. 그의 동생은 '산 자'(정리해고 비대상자), 그의 남편은 '죽은 자'(정리해고 대상자)다. 양쪽은 서로 쇠파이프를 겨누고 있다.

또한 최씨가 이날 오전 공장 내부로 몰래 들어갔을 때, 그를 발견한 비해고자들은 그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공장 밖으로 밀어냈다. 최씨는 "어떻게 가족끼리 싸우게 할 수 있느냐"며 "이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느냐"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를 더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남편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공장 내부에서는 여러 차례 산발적인 충돌이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비 용역업체 직원들과 비해고자들 1000여 명이 파업 노조원 1000여 명이 사수하고 있는 도장·조립 공장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서로 쇠파이프를 휘두르면서 부상자가 속출한 것이다.

▲ 농성 노조원들과 대치중인 쌍용자동차 회사측 용역직원들이 쇠파이프를 나눠 가지고 있다. ⓒ 권우성


▲ 쇠파이프, 각목, 죽봉 등으로 무장한 용역과 사측직원들이 바리케이드 해체를 위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 권우성


▲ 한 노동자가 쌍용차 도장공장 입구에 쌓여 있는 바리케이트 사이를 지나고 있다. ⓒ 권우성


이창근 노조 기획부장은 "용역 경비업체 직원들이 쇠파이프로 생산시설을 파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도장·조립 공장에는 물과 음식 등이 공급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파업 노조원 아내 하영란(38)씨는 남편에게 "혼자 전쟁터 사지에 둔 게 가슴이 아프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답문자는 없었다. 연락도 닿지 않았다. 그는 "많은 노조원들이 다쳤다고 들었다,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된다"며 "의료진이 들어갈 수도, 공장 밖으로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씨는 정부가 빨리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 용산참사처럼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정부는 사람이 죽어야 움직이느냐"고 외쳤다.

이날 공장 정문에서도 여러 차례 충돌이 벌어졌다. 파업 노조원 아내 50여 명이 이날 여러 차례 공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비 용역업체에 막혀 들어갈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던 민주노총 조합원 등도 함께 공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실패했다.

파업 노조원 가족·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비해고자들은 공장 정문에서 경찰을 사이에 두고 서로 물통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민주노총 조합원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헬리콥터를 낮게 띄우며 이들의 해산을 유도하기도 했다.

▲ 경찰헬기가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중인 쌍용차 도장공장 상공을 선회하고 있다. ⓒ 권우성


▲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조원들이 점거농성 중인 가운데 정문 앞에서 집회를 마친 가족과 민주노총 조합원, 사회단체 회원들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며 용역 및 사측 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충돌이 벌어지자 경찰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 권우성


▲ 쌍용차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농성 노조원 가족, 민주노총 조합원, 사회단체 회원들이 사측 용역직원, 사측 직원들과 물병을 집어 던지는 등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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