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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사무총장 '대통령 엄호, 야당엔 맹공'

저격수 자청한 장광근 사무총장 '광폭 행보'... "충성경쟁 나섰나" 당내서도 비판

등록|2009.06.28 14:08 수정|2009.06.28 14:08

▲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대통령은 엄호, 야당엔 반격'


여당 사무총장이 '대야 저격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8일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중심·중도강화론'을 비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위기감 표출"이라고 반박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떡볶이집 방문'을 비난한 이석현 민주당 의원을 두고는 "상상할 수 없는 망언극이자 악담"이라고 맞받아쳤다.

사안마다 사무총장이 전면에 나서서 야당에 맹공을 퍼붓는 모습이다. 장 사무총장은 취임식에서도 "'노무현 조문정국'이라는 광풍 역시 정 많은 국민들이 또다시 겪는 사변"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의 직을 벗어난 '광폭 행보'에 야당은 물론 당내에서까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장광근 사무총장, 3주 연속 야당 맹공... "민주당, 망언극 벌여"

사무총장은 당의 돈과 조직, 인사를 총괄하는 자리다. 말하자면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살림꾼'이다. 그러나 지난 3일 취임한 장 사무총장은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 3주 연속 주말마다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야당을 맹공하고 있다.

장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석현 민주당 의원을 도마에 올렸다. 장 사무총장은 "떡볶이집 가지 마시라, 손님 떨어진다. 아이들 들어 올리지 마시라. 애들 경기한다"며 이 대통령의 민생탐방을 비꼰 이 의원을 향해 "상상할 수 없는 망언극이 벌어졌다"며 "대통령을 이런 비아냥,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건 비판을 넘어선 상식 이하의 망언이자 저주"라고 성토했다.

또한 장 사무총장은 "이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대통령이 들른 빵집, 과일행상, 뻥튀기 장사, 생선가게, 새마을금고, 버섯전골집은 다 망하게 생겼다"며 "민주당이 '서민, 서민' 하면서 실제는 '서민 죽이기'를 하는 정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 의원이 (지난 15대 국회 때) 아마 방북 당시 국회의원의 신분을 표시하는 명함에 '남조선 국회의원'이라고 새겨 큰 물의를 빚었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라며 과거 일을 슬쩍 언급하며 색깔 공세를 폈다.

그러나 '남조선 국회의원' 명함 사건은 97년 8월 대선 전에 터진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의 월북 사건에 맞춰 국가정보원이 기획 폭로한 사건이다. 당시 이 의원은 중국 등 중화권에 사는 해외교포 등을 만날 때 한자로 '南朝鮮(남조선)'이라고 표기한 명함을 일부 사용했을 뿐, 방북하지는 않았다.

"DJ '대통령 폄하'는 위기감 표출된 것"... "중도강화론, 'MB다움' 회복" 홍보 자청

장 사무총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6·15 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들과 나눈 오찬에서 "이 대통령의 서민·중도강화론은 민심이 악화되자 나온 궁여지책"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의 서민경제 살피기를 폄하했다"고 비판했다.

장 사무총장은 "일련의 언동들은 결국 서민중심의 생활정치를 펼치는 이 대통령의 행보에 (김 전 대통령과 민주당 측이) 위기감을 느껴 표출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장 사무총장은 '대한늬우스-4대강 살리기' 홍보 영상물의 내용도 감쌌다. 야당에선 여성에게 외모라는 잣대를 들이대 비하한 내용이 있다며 상영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장 사무총장은 "이런 패러디에 대해서는 좀 웃고 넘어가는 것이 '여백의 정치'"라며 "그저 물고 뜯고 폄하해서 정권을 끌어내리려 하는 민주당은 소아적 발상을 버려야 할 때"라고 되받아쳤다.

이날 장 사무총장은 이 대통령의 서민중심·중도강화론에 대해선 "(일부에서) 오해를 하는 것 같다"며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장 사무총장은 "대통령께서 중산층·서민층의 이탈을 막고 튼튼히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한다"며 "그런 의지를 '중도강화론'이라는 표현으로 강하게 피력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MB다움'을 회복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생각된다"며 "중도강화가 혼선을 준다면 '중도실용강화론'이 좀더 쉬운 개념 정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살림꾼이 '말꾼'이 돼... 대통령 향한 '무한 충성경쟁' 나선 듯" 당내서도 비판

이례적인 사무총장의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도 말이 많다. 한 의원은 "사무총장은 살림꾼이지 '말꾼'이 아닌데 나서도 너무 나선다. 걱정이 태산 같다"며 혀를 찼다.

그는 청와대나 정부를 대신해 대통령을 홍보하고 야당엔 반격을 자청한 사무총장의 언행에 대해서도 "요즘 일부 당직자나 의원들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무한 충성경쟁'에 돌입한 것 같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그는 "민심은 야당과 전 정권까지도 포용하라고 하는데 당직자들은 오히려 이들을 죽이는 데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며 "한심하고 기가 찰 뿐"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저격수'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 주요 어록
▲6월 3일 이·취임식을 겸한 사무처 월례 조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정국'에 몰입되다 보니 국민들을 굉장히 감성적 측면으로 흔드는 부분이 있다. 국민들이 감성에 휩쓸려서 (당에) '광풍'이 불어 닥쳤지만, 작년 (쇠고기 촛불정국의) 광풍 자체도 잊은 국민이 많을 것이다. '노무현 조문정국'이라는 광풍 역시 정 많은 국민들이 또다시 겪는 사변이다. 국민들이 서서히 이성의 자리로 돌아온다면 이런 부분들은 시간이 해결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물결'과 관련해)

▲6월 14일 기자간담회
"이번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말로 봤을 때 4월 재보선 결과와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 정국에 도취돼 6월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정권타도로 가라는 보이지 않는 교시를 내린게 아닌가 생각한다. 김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서거정국을 확대, 왜곡해 정권붕괴까지 이어지는 오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굉장히 정제되지 않은 말을 퍼부었다는 사실만으로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내용 하나하나가 의도성을 갖고 진행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침묵하는 양심을 독재자에 아부하는 부류로 매도하는 것은 모욕적인 말씀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증오와 분열을 통해 정권타도를 선동하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에 대해)

▲6월 19일 주요당직자회의
"사무총장직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필요하면 '저격수'라는 소리를 들어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겠다. '저격수' 소리, 때에 따라서 '상왕 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적극적인 '며느리'가 되겠다. 쓴소리 마다않는 현대적인 며느리, 시아버지 잘못하면 지적할 수 있는 현명한 며느리가 되겠다." (아당의 '저격수' 비판에 대해)

▲6월 21일 기자간담회
"100일 된 정권의 명줄을 끊어놓겠다는 PD수첩 작가의 이메일 내용 보호는 주장하면서, PD저널리즘으로부터 횡포를 당하고 기만당한 국민의 정신적 피해는 어떻게 평해야 하느냐. 국민의 피해는 중하지 않다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PD수첩' 제작팀은) 국민의 먹거리로 국민과 시대를 우롱한 반역사적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 (검찰의 <PD수첩>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10년 집권 경험까지 있는 민주당이 청와대 회동마저 거부하는 행위는 결국 소아정치의 표본이다. 대통령 사과를 포함해 (정부 여당이) 전혀 수용하기 어려운 정치적 조건을 걸고 국회 등원, 청와대 회동을 거부하는 행태는 스스로 공당임을 포기한 것이다. 재야단체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려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거리정치나 곁불쬐기 정치에 탐닉하다 보니 이젠 남이 상을 차리면 수저만 들고 다니는 곁다리 정당 모습이 체화됐다." (민주당의 등원 거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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