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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공적자금 투입하고 상하이차 지분 소각하라

[주장] 세계화·유연화·신자유주의 담론에서 벗어나야

등록|2009.06.30 16:04 수정|2009.06.30 16:07

▲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조원들이 점거농성중인 가운데 정문앞에서 집회를 마친 가족과 민주노총 조합원, 사회단체 회원들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며 용역 및사측 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충돌이 벌어지자 경찰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 권우성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던 쌍용차 노사 갈등이 법정관리인들의 공장 철수로 일시적인 공백 상태를 맞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법정관리인들이 2700여 명에 대한 인력감축을 내놓으면서 170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970여 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하였지만 퇴직금과 위로금도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퇴직금도 주지 않고 회사를 나가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희망퇴직은 사실상 원인무효라고 할 수 있다.

인력감축은 원인무효, 쌍용차 회생에 대한 논의 필요

그런데 쌍용차에서 인력감축은 회사의 회생 여부를 결정할 핵심 사안이 아니다. 최소한 쌍용차에서는 그렇다. 일부에서는 최근 경제위기를 맞아 판매가 급감한 통계를 놓고 쌍용차 인력이 많다고들 하는데 완성차 제조의 기본을 안다면 그런 이야기를 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3개의 라인에서 5개의 차종을 혼류생산하고 있지만 모듈화나 조립자동화는 거의 하지 않은 쌍용차 완성차 라인에 4천 명은 그리 많은 인원이 아니다. 연구인력이나 사무관리직 인원도 동종사에 비하면 적은 비중이다.

쌍용차의 현실을 정확히 본다면 쌍용차는 과도한 비용구조 문제 때문에 위기에 직면한 것이 아니다. 신차 개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체계와 부품조달체계까지 무너진 결과이다. 게다가 렉스턴 이후 개발, 제조된 차들은 쌍용차가 지니고 있었던 오프로드 4WD의 특색을 전혀 살리지 못해 전통적인 구매층들의 수요도 자극하지 못하였다. 자기 특색이 사라진 채 타사의 유사차종들과 벌인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상하이기차로 매각된 이후 제대로 된 연구개발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해외시장 개척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위기가 직격탄이었다. 판매가 감소하면서 대주주인 상하이기차는 중국 내 생산과 투자 기반을 확충하는 전략으로 선회하였고, 결국 대주주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배제하고 법정관리 상태의 쌍용차를 어떻게 처리할지부터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기업 하나를 처리할 때 보통 기업의 재무상태를 바탕으로 회생 여부를 결정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채권은행들의 판단을 우선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아마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의 수익성과 효율화의 잣대로 본다면 쌍용차는 굳이 살려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다른 완성차 처지에서 보면 쌍용차가 청산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런데 쌍용차의 경우, 재무상태만을 가지고 기업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 완성차 제조업체로서 갖는 전후방효과와 쌍용차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 대규모 실직에 따른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한다면 기업 청산은 선택하기 힘들다. 법원과 삼일회계법인에서 영업적자 상태에 대주주마저도 경영에서 손을 떼고 단기 운영자금조차 부족한 쌍용차를 살려야 한다고 결정한 데에는 이런 판단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봐야 한다.

세계화, 유연화, 신자유주의 담론에서 벗어난 기업처리 방식을 고민할 때

▲ 26일 오후 쌍용차 평택 공장 내에서 파업 노조원과 사측이 고용한 용역 직원이 대치하고 있다. ⓒ 선대식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쌍용차의 회생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꼭 살려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볼 때에는 살리는 것이 맞지만 자동차 산업의 현황과 향후 전망으로 볼 때에는 쌍용차의 규모나 생산능력 등으로 지속가능한 상태를 만들기 어렵다는 냉정한 판단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자동차산업계와 한국사회는 사실 이에 대해서 명확한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 그런데 이른바 자동차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지난 십수 년간 자동차산업을 지배해왔던 담론에 근거해서 쌍용차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한다는 점에서 결정적 한계를 갖는다. 우리는 지난 십수 년 동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폐해도 보았고, 글로벌 생산체제에 편입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점도 깨달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글로벌 생산체제에 편입한 결과 한국 자동차산업은 더 큰 위기를 맞고 있으며, 신자유주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그러므로 향후 쌍용차를 비롯하여 자동차 기업과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유연화 담론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그동안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학계와 산업현장의 논의를 제대로 종합하여 새로운 산업구조와 기업체제를 모색하고 시도해야 한다. 결국 자동차 산업과 기업 재구성의 철학과 방향이 문제가 된다.

쌍용차를 자동차산업 네트워크화의 첨병으로

▲ 지난 5월 20일 오후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생산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어떤 사람들은 일정 수준의 생산규모가 되어야 자동차 회사는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요즘 같은 상황이 닥치면 열심히 기업 인수에 나서서 생산규모를 키우고 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중국의 여러 기업들이 그런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는 정보사회, 지식기반사회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산업구조는 네트워크형으로 바뀔 것이라는 진단들이 우세하다.

자동차산업도 마찬가지다. 생산과 조달, 판매, 연구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네트워크 구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완성차'를 중심으로 해왔던 산업 체제의 재편을 의미한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중심이 아니라 부품과 조달을 책임지는 여러 협력업체들과의 협력과 네트워크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이 말은 더 이상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핵심 과제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완성차를 생산하는 업체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생산망을 갖는 거대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인식에서 본다면 쌍용차는 생존할 가치가 없다. 다른 기업군에 편입시키거나 빨리 청산하자는 주장은 규모론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네트워크론에서 본다면 쌍용차는 미래를 위한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쌍용차만으로는 결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완성차 중심의 자동차 기업체제를 꿈꾸던 방식에서 벗어나 완성차와 부품사, 연구개발과 판매, A/S, 내수와 수출의 모든 것들을 작지만 강한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면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도요타의 뒤만 좇는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산업체제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하고 상하이기차 지분 소각해야

쌍용차 사태를 계기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재구성을 시도하고자 한다면, 일단 쌍용차에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구조조정 기금을 활용하여 직접 자금을 투입하든지, 산업은행 등을 통해 신규대출을 하든지 양단간에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법원에서 회생을 결정했는데도 정부가 눈치를 보면서 공적자금 투입을 늦춘다면 쌍용차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상하이기차 문제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대주주로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상하이기차는 여전히 쌍용차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상식적인 이치에 맞지 않다. 스스로 경영을 포기한 대주주가 회생하는 기업의 지분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게다가 쌍용차에 어떤 투자도 하지 않고 기술만 빼나간 해외자본에 쌍용차 지분을 유지시켜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상하이기차의 지분을 전량 소각하고 대대적인 감자를 거쳐서 사회적 방식으로 자본금을 확충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 이종탁은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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