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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노무현이 머물러 인연 꽃피운 대곡사

6월 28일 의성 대곡사 극락왕생 추모제

등록|2009.06.29 17:55 수정|2009.06.29 17:55
6월 28일 오전 11시 경북 의성군 다인면 봉정리에 위치한 적막한 고찰 대곡사(大谷寺)에 때 아닌 불청객들이 모여 들었다. 산세가 봉황이 비상하는 것 같아 비봉산(飛鳳山)으로 불리는 이 산은 해발 671m이다.

▲ 비봉산 대곡사 일주문.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또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로 찾아 드는 사람이 적다” ⓒ 유경상


이 산 중턱에 위치한 고찰 대곡사에 포항지역을 포함해 영천과 성주, 안동, 영주, 울진 등 경북 전역에서 이른 아침부터 달려온 이들은 '경북시민광장' 회원들이다.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부터 누군가의 입에서부터 이곳 대곡사가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파되기 시작했다. 사연인 즉, 1975년 이전 주경야독을 하며 고시공부를 하던 때, 이곳 대곡사를 찾아와 약 20일 동안 공부를 하며 머물렀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전해숙(연꽃)님과 대곡사 주지 등목 스님이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유경상


"노 전 대통령이 검찰수사로 압박을 받고 있던 올해 봄, 봉하마을 사재로 찾아뵙을 때 지난 시절을 회고하면서 의성 대곡사와의 인연을 이야기 했습니다. '시간이 나면 한번 가 보고 싶은데... 지금은 가 볼 형편이 안되네' 하고 말씀을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전해숙(닉네임 연꽃)씨는 칠곡에서 의성 대곡사를 찾아 주지 스님을 만났고,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전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노 대통령이 서거를 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의성의 최대삼(닉네임 총대)씨가 영정사진을 대곡사로 가지고 갔고 위패와 함께 명부전에 모시게 되었다.

당시 대곡사 주지 등목스님은 "공부를 하기 위해 이 절에 잠시 거처를 했지만 그 인연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영정과 위패를 모셨다.

▲ 대곡사 명부전에 모셔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과 위패 ⓒ 유경상


곧 이어, 두 분 스님은 1시간 동안 고 노무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빌며 염불과 독경을 계속 이어 나갔다. 지역의 몇몇 여성신도와 경북시민광장 회원 모두는 영전에 두 번씩 절을 했다.

40여명의 회원들은 절에서 제공한 점심공양을 마친 후, 주지스님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어 비봉산 정상 바로 아래 위치한 적조암까지 가벼운 등산을 했다.

▲ 경북 전역에서 이른 아침부터 달려온 경북시민광장팀 ⓒ 유경상


한편, 이 곳 대곡사는 그리 유명한 사찰로 소문이 나지는 않은 곳이다. 그러나 의성지역에서 과거 법조인을 꿈꿨던 이들 사이에서는 사시합격을 보장해 주는 명당으로 입소문이 나
있었다고 전해진다.

오후 4시경. 원칙과 상식을 지키며 희망의 증거가 되고자 했던 고 노무현 제16대 대통령을 추모하며 서로의 삶터로 돌아가기 위해 헤어졌다.

▲ 인걸은 갔지만 희망의 증거로 남은 산천과 기억은 영원하다. ⓒ 유경상


비록 지금 인걸은 가고 지금은 없지만 대곡사에서 바라본 산천은 희망의 빛깔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경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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