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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강제급식, 교육감이 못 바꾸면 누가 바꾸나

[주장] 영양교사에 책임 미루지 말고 우유 강제급식 폐지해야

등록|2009.06.30 15:41 수정|2009.07.02 09:32
지난 1월 경남도 내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우유 강제 급식' 문제를 제 개인 블로그와 <오마이뉴스>를 통해 제기하였습니다. 두 매체를 합쳐서 30만 명 이상이 글을 읽었고 많은 누리꾼들이 댓글을 통해 '우유 강제 급식'의 부당함에 공감해주었습니다.

이후 강제 급식 관행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블로그에 쓴 글과 권정호 교육감께 드리는 공개편지가 경남도민일보에 실리기도 하면서 우유 강제급식 폐지 여론이 넓게 확산되었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새 학기 개학 무렵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우유 강제 급식 관행을 고치자고 하는 결의가 이루어졌고, 이후 '우유 급식 가부 조사'가 이루어져 원하는 아이들만 우유를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경남교육청 차원에서 도내 모든 학교에서 우유 강제 급식 관행이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은 일선학교에 공문 한 번 내려보내는 '노력'으로만 그치고 다른 후속 조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3일, 권정호 교육감 블로거 간담회에서 저는 마음먹고 이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제 아이 학교에서는 우유 강제급식 관행이 바뀌었는데, 도내 대부분 학교에서는 여전히 우유 강제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감께서 좀 더 의지를 가지고 나서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흰 우유를 잘 먹지 않으니 초코 우유, 딸기 우유를 요일마다 바꿔서 섞어서 주는 학교도 있다. 실제로 흰 우유가 몸에 좋고 나쁜 것과 상관없이 초코 우유, 딸기 우유는 화학첨가물이 들어가 발효도 안 되는 우유"라는 지적도 하였습니다.

▲ 권정호 교육감 블로거 간담회 ⓒ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우유 강제 급식은 잘못, 백색 우유가 원칙"은 확인

그랬더니, 권 교육감은 '우유 강제 급식'은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였지만, 좀 더 전향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대답은 끝내 하지 않더군요.

"지적한 이야기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우유급식은 기본적으로 백색우유가 원칙이다. 그런데 우유를 급식에서 빼는 부분에 복잡한 문제가 있다. 학교 영양교사들이 우유까지 포함해서 칼로리를 짠다. 그러다 보니 더 고쳐지기 어려운 것 같다. 교장의 책임 하에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도록 지도하고 있는데 잘 안 된다."

그래서, 제가 다른 지역 사례를 들면서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였습니다.

"제가 블로그와 오마이뉴스에 쓴 글을 30만 명 이상이 읽고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댓글을 읽어보면 서울시, 강원도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우유 급식은 원하는 사람만 하도록 정착되어 있다고는 내용이 많았다. 다른 지역에서도 교육청이 의지를 갖고 지도하니 다 된다고 하더라. 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강제 급식 관행을 개선해 주시라."

그랬더니, 권 교육감은 "교육청 지침은 강제급식 금지다. 하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피해 나갔습니다. 간담회 분위기를 썰렁(?)하게 할 수도 없고 시간에 쫓기기도 하여 더 이상 따져 묻지 못하였습니다만, 간담회를 주선한 경남도민일보에서는 '간담회가 토론장이 되었다'는 기사를 썼더군요.

간담회를 마치고나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순순히 물러선 것이 참 많이 아쉬워 기사를 통해 교육감께 간담회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좀 더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유 대신 다른 음식으로 칼로리 채워달라 요구 안 해

제 아이 학교 사례를 보면, "일선 학교 영양교사들이 반대하고 있어서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는 교육감 답변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제 아이 학교에서도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영양교사가 칼로리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학교 급식으로 우유를 안 먹겠다는 결정을 한 어떤 학부모도 우유 대신에 다른 음식으로 칼로리를 채워달라고 학교에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점심만으로 하루 칼로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기도 합니다.

제가 만난 다른 영양교사는 우유 안 먹는 아이들의 칼로리를 다른 식단을 짜서 반드시 채우라는 것이 아니고, "교장이나 교육청에서 분명한 지침을 주면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따라서 일선학교 영양교사들 때문에 강제 급식 관행을 고치지 못한다는 대답은 궁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교육감이 구시대적 관행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런 작은 문제 하나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이른바 '교육자치'는 아무 희망이 없는 일이 되고 말 것 입니다.

주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인사권을 비롯한 모든 권한을 가진 교육감도 못 바꾸는 관행을 도대체 학부모들이 바꾸는 것은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제가 보기에 우유 강제 급식 관행을 바꾸는 것은 교육감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학부모들 의견을 반영하라는 공문 한 번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선학교에서  '우유 급식 가부 조사'를 제대로 하였는지, 원하는 아이들만 급식을 하고 있는지, 이것만 제대로 챙겨도 대부분 학교에서 강제 급식 관행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강제급식은 안 된다'는 명분에 밀려서 공문은 내려 보냈는지 모르지만, 우유 강제 급식이 인권 문제인 동시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적극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관행을 바꾸는 노력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초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신 후, 공약 이행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 교육감이기 때문에 '우유 강제 급식' 관행을 고치는 일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기대를 버릴 수가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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