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선 아기 냄새가 나는데, 겨드랑이에선?
짓궂은 김양과 투닥거리며 즐겁게 지냈던 여고 시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겨드랑이의 땀냄새 때문에 여러 해 속을 끓인지라 생선의 앞 지느러미엔 젓가락조차 대지 않는다. 치부를 가리기 위해 생겨난 작은 결벽증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물며 누구는 가만 있어도 계절 가리지 않고 땀이 나는데 물속을 부유하기 위해 계속 파닥이는 물고기는 오죽할까 싶은 근거 없는 찜찜함 때문이다. 게다가 특유의 비린내하고 그 냄새하고 섞이기라도 한다면.
외모가 썩 예쁜 축에는 속하지 않지만, 키가 작고 골격도 아담하여 여고 시절엔 키 큰 친구들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꽤 들었다. 매점에서 사온 빵을 뜯어 먹고 있으면 아기 같다며 품에 넣고 놓아주지 않는 키 큰 여자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녀에 대한 애증 때문에 이름을 밝히고 싶지만, 은팔찌 찰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김양이라 칭하기로 한다. 내겐 콤플렉스였던 아담하다 못해 왜소한 체구를 부러워해 주는 친구라 고맙기도 했었는데, 땀 냄새에 대한 큰 상처를 준 녀석이기도 하다.
고3 여름 방학 자율학습 기간. 당시 학교에서는 전기료를 염려하여 낮에는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어 냉방을 하였고, 주광성의 벌레가 날아들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만 에어컨을 틀어주는 정책을 쓰곤 했다.
당연히 낮에는 더웠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상당히 더웠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났다. 선풍기를 틀어도 따뜻한 불바람만 나왔다. 더위를 참지 못하는 몇몇 친구들은 모르는 게 있다는 명분을 만들어 문제집을 들고 시원한 교무실에 갔다 오곤 했다.
수학 문제 풀며 잠깐 지우개 질만 해도 겨드랑이에 땀이 나던 흐린 여름날이었다. 언제나 내가 아기 같아 좋다 했던 김양이 내 자리 쪽으로 오더니 뜬금없이 머리 냄새를 맡으며 샴푸 냄새가 좋다고 얘기한다.
"샴푸 어떤 거 써? 아기 냄새 좋다."
다 컸다고 생각했던 고3 때 아기라고 하는 게 영 마뜩잖다고 생각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칭찬이니까. 킁킁대더니만 뜬금없이 단호한 어투로 말한다.
"근데 너 암내 나."
칭찬하다가 갑자기 암내가 난다니 황당했고, 그보다 창피했고 속에서 울음이 컥 올라왔다. 심지어 그 친구는 굉장히 악독하게도 "(반 아이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야, 얘 암내 나. 맡아봐. 머리에선 아기 냄새 나는데 조금만 내려가면 냄새가. 웩" 하며 무릎팍 도사못지 않은 강렬한 행동을 취한다.
잔뜩 과장된 몸짓으로 무슨 음식물 쓰레기 앞에 둔 듯. 본래 나는 외향적인 성격에다 그 상황에 웅크리고 있으면 더 이상해지는 상황이라, 눈물을 꾹꾹 참고, 다가오는 반 친구들을 향해 팔을 접어 일부러 날갯짓 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양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 다가오지 않는 게 좋을 거야(팔꿈치를 접어 날갯짓 하며)." 장난스럽게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창피했다.
'신이시여, 고3, 2학기에 전학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어디로 가오리까.'
겨드랑이에서 암내가 난다는 말에 충격을...
그날 집에 가자마자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암내라고 검색하니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많은 정보가 있고, 그런 정보가 모여있어 쉽게 접할 수 있는 땀 냄새 커뮤니티를 찾았다. 당장 가입했다. 커뮤니티에 가입하면 준회원부터 시작하는 게 보통인데 가입하자마자 정회원이었다. 속상한 우리끼리 가리지 말고 친해지자는 의미인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땀 냄새가 나는 이유를 생리학적 측면에서 설명한 글, 습관에서 까닭을 찾은 글, 자가진단 방법, 가장 중요한 땀 냄새를 억제하기 위한 많은 방법이 눈에 띄었다.
가장 기본적이고 돈이 들지 않는 방법부터 쓰기로 했다. 땀 냄새가 그리 심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주 씻어주고 젖어 있지 않게 파우더를 발라주면 억제 가능하다고 한다. 보통 여고에서는 '살이 탈까 봐'라는 핑계로 선생님 몰래 페이스 파우더를 바르곤 한다. 그런 여학생의 습성을 십분 활용하여 '살이 탈까 봐'라는 거짓 핑계를 들며 파우더를 가지고 화장실에 갔다. 물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유를 말하는 바보 개그는 하지 않았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항상 뽀송뽀송한 겨드랑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매 쉬는 시간마다 페이스 파우더를 겨드랑이에 부지런히 발라주었다. 얼굴에도 발라줘야 완벽한 범죄(?)가 되었겠지만, 그 역시 '걸릴까 봐 살짝 발랐어'라는 이유를 대면 반 친구들의 의혹을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가끔 내 파우더를 빌려 얼굴에 바르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난 너희가 빌려달래서 줬을 뿐이란다. 빌려주지 않을 수도 없고, 김양이 빌려달라면 더욱 흔쾌히 빌려주었다.
"괜찮아, 많이 발라도 돼. 우리 친구잖아."
이렇게 다중의 핑계를 쓰면서 시도했던 '파우더 방법'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도 자주 바르다보니 겨드랑이에 땀과 함께 뭉쳐 교복에 비쳐 보였던 것. 다음 단계는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겨드랑이 부위의 세균 번식을 억제하여 냄새를 방지한다는 항균 비누와 화학적으로 땀냄새를 없애준다는 데오드란트가 그것이다.
땀냄새 없애준다는 데오드란트 사러 가다
비누는 자주 써야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데오드란트를 사기로 하고 화장품 가게에 갔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것도 부끄러웠다. 데오드란트를 산다는 행동엔 암내가 난다는 전제가 깔렸으므로, 데오드란트를 달라고 말하는 것은 치부를 부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데오드란트를 바르지 않고 다니는 게 진짜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기에 용기를 냈다.
주인아주머니께 개미만 한 목소리로 "저기, 데오드란트 주세요" 말했다. 그러나 야속한 아주머니는 되물으셨다.
"데, 뭐? 그게 뭐야?"
신속하게 거래를 마치고 튀어나오려 했던 계획은 틀어졌다.
"그게, 냄새 안 나게 하는 거요."
"향수?"
혹시 나의 안티 김양의 어머니신가.
"아니요, 향수 말고 이렇게 겨드랑이에 뿌리는 거요. 암내 없애는 거."
쭈뼜쭈뼜 바디 랭귀지로 설명하자 그제야 "아 그거" 하시며 작은 스프레이 데오드란트를 하나 주셨다. 어떤 제품인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그냥 가방에 쑤셔 넣고 나와버렸다.
어찌 됐건 데오드란트 구매는 성공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데오드란트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김양에게는. 짓궂은 김양이라면 데오드란트를 가져가서 모기 잡는 퍼포먼스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좀 더 바람 든 척 연기했다. 작은 주머니에 화장품을 여러 가지 넣어 좀 더 화장에 관심 있는 척하면 의심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도 가지 않았다. 아주머니께서 주신 것은 매우 강렬한 레몬 향의 데오드란트였기 때문이다. 시험 삼아 집에서 뿌려봤을 때는 그럭저럭 괜찮은 향이었는데 학교에서 뿌리니 곱절은 강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겨드랑이의 땀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레몬 향에 가려서 그런 것인지, 데오드란트의 화학 작용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레몬 향의 근원을 찾아낼까 걱정됐다. 악동 개 코 김양이라면 찾아내고야 말 거야.
그 이후에도 김양은 가끔 땀 냄새를 놀렸고, 부끄럽지 않은 척 과장된 장난기를 보이곤 했다. 선선한 가을이 오고 수능 압박이 심해지면서 그녀의 짓궂은 행동도 저절로 잦아들었는데, 그 부재가 어쩐지 서글퍼서 차라리 놀림 받고 싶기도 했다.
요즘엔 강렬한 레몬 향 대신 은은한 향의 데오드란트를 쓰고 있고, 또 아무렇지 않게 데오드란트를 구매할 수 있게 바뀌어 김양에게 냄새 맡아보라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 쇼 프로그램에서 하듯 영상 편지라도 보내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고. 대신 김양이 이 글을 보고 있을지도 몰라서 덧붙인다.
이제 와 고백하건대, 너는 키가 계속 큰다며 175cm는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었고, 나는 여자들은 더 크지 않는다고 위로했었잖아. 그런데 사실, 난 네 키가 더 컸으리라 믿고 또 믿는다. 따지고 싶다면 예전 그 번호로 연락해주길 바란다. 우리 그때처럼 투닥거려보자.
하물며 누구는 가만 있어도 계절 가리지 않고 땀이 나는데 물속을 부유하기 위해 계속 파닥이는 물고기는 오죽할까 싶은 근거 없는 찜찜함 때문이다. 게다가 특유의 비린내하고 그 냄새하고 섞이기라도 한다면.
외모가 썩 예쁜 축에는 속하지 않지만, 키가 작고 골격도 아담하여 여고 시절엔 키 큰 친구들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꽤 들었다. 매점에서 사온 빵을 뜯어 먹고 있으면 아기 같다며 품에 넣고 놓아주지 않는 키 큰 여자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녀에 대한 애증 때문에 이름을 밝히고 싶지만, 은팔찌 찰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김양이라 칭하기로 한다. 내겐 콤플렉스였던 아담하다 못해 왜소한 체구를 부러워해 주는 친구라 고맙기도 했었는데, 땀 냄새에 대한 큰 상처를 준 녀석이기도 하다.
고3 여름 방학 자율학습 기간. 당시 학교에서는 전기료를 염려하여 낮에는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어 냉방을 하였고, 주광성의 벌레가 날아들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만 에어컨을 틀어주는 정책을 쓰곤 했다.
당연히 낮에는 더웠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상당히 더웠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났다. 선풍기를 틀어도 따뜻한 불바람만 나왔다. 더위를 참지 못하는 몇몇 친구들은 모르는 게 있다는 명분을 만들어 문제집을 들고 시원한 교무실에 갔다 오곤 했다.
수학 문제 풀며 잠깐 지우개 질만 해도 겨드랑이에 땀이 나던 흐린 여름날이었다. 언제나 내가 아기 같아 좋다 했던 김양이 내 자리 쪽으로 오더니 뜬금없이 머리 냄새를 맡으며 샴푸 냄새가 좋다고 얘기한다.
"샴푸 어떤 거 써? 아기 냄새 좋다."
다 컸다고 생각했던 고3 때 아기라고 하는 게 영 마뜩잖다고 생각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칭찬이니까. 킁킁대더니만 뜬금없이 단호한 어투로 말한다.
"근데 너 암내 나."
칭찬하다가 갑자기 암내가 난다니 황당했고, 그보다 창피했고 속에서 울음이 컥 올라왔다. 심지어 그 친구는 굉장히 악독하게도 "(반 아이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야, 얘 암내 나. 맡아봐. 머리에선 아기 냄새 나는데 조금만 내려가면 냄새가. 웩" 하며 무릎팍 도사못지 않은 강렬한 행동을 취한다.
잔뜩 과장된 몸짓으로 무슨 음식물 쓰레기 앞에 둔 듯. 본래 나는 외향적인 성격에다 그 상황에 웅크리고 있으면 더 이상해지는 상황이라, 눈물을 꾹꾹 참고, 다가오는 반 친구들을 향해 팔을 접어 일부러 날갯짓 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양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 다가오지 않는 게 좋을 거야(팔꿈치를 접어 날갯짓 하며)." 장난스럽게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창피했다.
'신이시여, 고3, 2학기에 전학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어디로 가오리까.'
겨드랑이에서 암내가 난다는 말에 충격을...
그날 집에 가자마자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암내라고 검색하니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많은 정보가 있고, 그런 정보가 모여있어 쉽게 접할 수 있는 땀 냄새 커뮤니티를 찾았다. 당장 가입했다. 커뮤니티에 가입하면 준회원부터 시작하는 게 보통인데 가입하자마자 정회원이었다. 속상한 우리끼리 가리지 말고 친해지자는 의미인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땀 냄새가 나는 이유를 생리학적 측면에서 설명한 글, 습관에서 까닭을 찾은 글, 자가진단 방법, 가장 중요한 땀 냄새를 억제하기 위한 많은 방법이 눈에 띄었다.
가장 기본적이고 돈이 들지 않는 방법부터 쓰기로 했다. 땀 냄새가 그리 심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주 씻어주고 젖어 있지 않게 파우더를 발라주면 억제 가능하다고 한다. 보통 여고에서는 '살이 탈까 봐'라는 핑계로 선생님 몰래 페이스 파우더를 바르곤 한다. 그런 여학생의 습성을 십분 활용하여 '살이 탈까 봐'라는 거짓 핑계를 들며 파우더를 가지고 화장실에 갔다. 물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유를 말하는 바보 개그는 하지 않았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항상 뽀송뽀송한 겨드랑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매 쉬는 시간마다 페이스 파우더를 겨드랑이에 부지런히 발라주었다. 얼굴에도 발라줘야 완벽한 범죄(?)가 되었겠지만, 그 역시 '걸릴까 봐 살짝 발랐어'라는 이유를 대면 반 친구들의 의혹을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가끔 내 파우더를 빌려 얼굴에 바르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난 너희가 빌려달래서 줬을 뿐이란다. 빌려주지 않을 수도 없고, 김양이 빌려달라면 더욱 흔쾌히 빌려주었다.
"괜찮아, 많이 발라도 돼. 우리 친구잖아."
이렇게 다중의 핑계를 쓰면서 시도했던 '파우더 방법'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도 자주 바르다보니 겨드랑이에 땀과 함께 뭉쳐 교복에 비쳐 보였던 것. 다음 단계는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겨드랑이 부위의 세균 번식을 억제하여 냄새를 방지한다는 항균 비누와 화학적으로 땀냄새를 없애준다는 데오드란트가 그것이다.
땀냄새 없애준다는 데오드란트 사러 가다
비누는 자주 써야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데오드란트를 사기로 하고 화장품 가게에 갔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것도 부끄러웠다. 데오드란트를 산다는 행동엔 암내가 난다는 전제가 깔렸으므로, 데오드란트를 달라고 말하는 것은 치부를 부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데오드란트를 바르지 않고 다니는 게 진짜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기에 용기를 냈다.
주인아주머니께 개미만 한 목소리로 "저기, 데오드란트 주세요" 말했다. 그러나 야속한 아주머니는 되물으셨다.
"데, 뭐? 그게 뭐야?"
신속하게 거래를 마치고 튀어나오려 했던 계획은 틀어졌다.
"그게, 냄새 안 나게 하는 거요."
"향수?"
혹시 나의 안티 김양의 어머니신가.
"아니요, 향수 말고 이렇게 겨드랑이에 뿌리는 거요. 암내 없애는 거."
쭈뼜쭈뼜 바디 랭귀지로 설명하자 그제야 "아 그거" 하시며 작은 스프레이 데오드란트를 하나 주셨다. 어떤 제품인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그냥 가방에 쑤셔 넣고 나와버렸다.
어찌 됐건 데오드란트 구매는 성공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데오드란트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김양에게는. 짓궂은 김양이라면 데오드란트를 가져가서 모기 잡는 퍼포먼스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좀 더 바람 든 척 연기했다. 작은 주머니에 화장품을 여러 가지 넣어 좀 더 화장에 관심 있는 척하면 의심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도 가지 않았다. 아주머니께서 주신 것은 매우 강렬한 레몬 향의 데오드란트였기 때문이다. 시험 삼아 집에서 뿌려봤을 때는 그럭저럭 괜찮은 향이었는데 학교에서 뿌리니 곱절은 강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겨드랑이의 땀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레몬 향에 가려서 그런 것인지, 데오드란트의 화학 작용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레몬 향의 근원을 찾아낼까 걱정됐다. 악동 개 코 김양이라면 찾아내고야 말 거야.
그 이후에도 김양은 가끔 땀 냄새를 놀렸고, 부끄럽지 않은 척 과장된 장난기를 보이곤 했다. 선선한 가을이 오고 수능 압박이 심해지면서 그녀의 짓궂은 행동도 저절로 잦아들었는데, 그 부재가 어쩐지 서글퍼서 차라리 놀림 받고 싶기도 했다.
요즘엔 강렬한 레몬 향 대신 은은한 향의 데오드란트를 쓰고 있고, 또 아무렇지 않게 데오드란트를 구매할 수 있게 바뀌어 김양에게 냄새 맡아보라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 쇼 프로그램에서 하듯 영상 편지라도 보내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고. 대신 김양이 이 글을 보고 있을지도 몰라서 덧붙인다.
이제 와 고백하건대, 너는 키가 계속 큰다며 175cm는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었고, 나는 여자들은 더 크지 않는다고 위로했었잖아. 그런데 사실, 난 네 키가 더 컸으리라 믿고 또 믿는다. 따지고 싶다면 예전 그 번호로 연락해주길 바란다. 우리 그때처럼 투닥거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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