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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해녀의 숨비소리

우도 천진항에서 만난 ‘우도 잠녀의 삶’

등록|2009.07.01 12:18 수정|2009.07.01 12:18

해녀고달픈 삶의 해녀 ⓒ 김강임




'휘호이-, 휘호이-'

제주바다를 돌다보면 푸른바다에서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를 듣게 된다. 언뜻 들으면 바람소리도 같고, 누군가 불어대는 휘바람 소리 같기도 한 소리는 다름이 아닌 해녀들의 숨소리이다. 이 소리를 숨비소리라 부른다. 무슨 숨소리가 이렇게도 크게 들릴까 생각하겠지만, 해녀들의 숨비소리는 숨소리가 아니라 영혼의 소리가 아닌가 싶다.

해녀들은 숨을 내쉰다는 표현보다 숨을 토해낸다고나 할까. 태왁을 물 위에 띄우고 바다 속 깊이 몸을 던지는 해녀들의 삶. 제주해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다를 누비기도 하지만, 한때 제주해녀는 역사적 아픔을 함께 하는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제주시 동쪽에 자리잡은 섬 우도, 우도의 관문은 천진항이다. 천진항에 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해녀항일투쟁기념비와 해녀상이다. 하지만 이 해녀상은 섬을 방문하는 사람들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해녀상우도 천진항에 세워진 해녀상 ⓒ 김강임




해녀의 노래우도 천진항에 세워진 해녀의 노래 시비 ⓒ 김강임




우도와 성산항을 연결하는 천진항 부두에서 해녀항일투쟁기념비를 만날 수 있었다. 사면이 바다인 섬 속의 섬에서 해녀는 항일투쟁 정신을 일깨워 준 역사적 산증인이기도 하다. 우도 해녀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이 마을 출신 강관순이 지었다는 '해녀의 노래'는  당시 해녀들의 삶을 반추하게 해 주었다.

우리는 제주도의 가엾은 해녀들
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안다.
추운 날 더운 날 비가 오는 날에도
저 바다에 물결위에 시달리던 몸

아침 일찍 집을 떠나 황혼되면 돌아와
어린아이 젖먹이며 저녁밥을 짓는다
하루 종일 해봤으나 버는 것은 기막혀
살자니 한숨으로 잠 못 이룬다

이른 봄 고향산천 부모형제 이별하고
온 가족 생명줄을 등에 다 지어
파도세고 무서운 저 바다를 건너서
기울산 대마도로 돈벌이 간다

배움 없는 우리 해녀 가는 곳마다
저놈들의 착취기관 설치해 놓고
우리들의 피와 땀을 착취 하도다
가엾은 우리 해녀 어디로 갈까!

- 강관순의 해녀의 노래 -

숨비소리해녀들이 숨을 쉬는 숨비소리 ⓒ 김강임




해녀의 집우도 해녀의 집에서 만난 태왁 ⓒ 김강임




우도해녀들의 항일투쟁은 1932년 1월 12일 세화 오일장날 집단 봉기를 일으켰다 한다. 우도 해녀들은 제주시 세화와 종달, 하도리 해녀들과 국내 최대 여성집단의 항일투쟁으로 역사적 의미가 크다.

' 착취기관 설치해 놓고 피와 땀을 착취 하도다'라는 해녀의 노래, 섬속의 섬 우도에 가거든  '잠녀'의 노래를 들어 봄이 어떨까. 그 노래말 속에서 아주 특별한 해녀의 숨비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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