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各(각자 각), 손님은 누구이며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

한자로 보는 세계(5)

등록|2009.07.01 18:07 수정|2009.07.01 18:08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이 세상에 대홍수를 일으키기에 앞서, 생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이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 나그네로 변신해 지상에 내려왔다. 사람들은 문을 꼭 닫아 잠그고 그들을 냉대했다. 어느 날 밤 그들은 프리기아의 어느 산허리에서 가난한 농민으로 살아 가고 있는 필레몬과 그 아내인 바우키스가 사는 오두막을 찾아갔다. 노부부는 나그네를 대접하기 위해 갖은 정성을 다했다. 식사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으나 거기에는 정성이 담겨 있었다.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포도주를 아무리 마셔도 그 병이 가득 차이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노부부가 나그네를 대접하기 위해 한 마리밖에 없는 거위를 잡으려 했을 때,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이를 만류하고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면서, 앞으로 지상에서 일어날 일을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노부부를 산으로 데려가 정상에 올랐을 때는 이미 그 지방 일대가 물에 잠기고 노부부의 오두막만이 남아 있었다. 두 신은 이 오두막을 화려한 신전으로 바꾸어 주었다. 그리고 제우스는 필레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아내와 같이 여생을 제우스 신전의 신관으로 지내고 싶다고 하고 또 어느 한쪽이 먼저 죽어 살아남은 사람에게 슬픔을 주지 않도록 부부가 함께 죽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제우스는 그 소원을 받아들여 그들이 죽었을 때 떡갈나무와 시나에나무로 변하게 만들었다. 이곳을 지나는 나그네들은 노부부가 천상의 손님을 경건히 대접한 것을 기념하여 그 가지에 꽃다발을 걸어주었다. - M. 그랜트 외 <그리스 로마 신화 사전> 중

▲ 各(각자 각)의 古字 ⓒ 새사연


신이 내려오는 모습을 그린 한자는 各이다. 各은 夂(치)와 ㅂ(축문 그릇이나 신줏단지)의 조합으로 신을 모신 신줏단지 위로 신이 내려오는 모습이다. 夂는 발 모습인 止 가 거꾸로 향한 모습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이다. 이렇게 신이 홀로 내려오는 것을 各 이라 한다. 各自(각자)

신이 여럿 내려오는 모습은 皆(모두 개)이다. 比가 두 신의 모습, 白은 신줏단지 안에 축문이 들어있는 모습이다. 皆勤(개근)

신이 사당(宀. 집 면)에 내려오는 모습이 客(손님 객)이다. 앞서 펠리몬과 바우키스의 집으로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방문한 모습과 유사하다. 상나라를 멸망시킨 주나라 왕족이, 비록 자기 조상신은 아니지만 상나라의 선왕들을 제사지냈다고 한다. 異族神(이족신)은 客神(객신)이지만 제사를 지내며 위로했다.

格(바로 잡을 격)은 신이 내려오는 나무를 잘 바로 잡는다는 의미이다. 矯角殺牛(교각살우)라는 고사가 있는데, 이 때 뿔을 바로잡으려 했던 이유가 신에게 바칠 희생인 소는 뿔이나 전체 모습이 단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신이 내려오는 神木(신목)은 가지가 가지런하고 줄기가 곧아야했다. 格式(격식)

閣(누각 각)은 신이 내려오는 커다란 신전을 이야기한다. 그리스의 신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殿閣(전각)

賂(뇌물 뢰)는 신이 내려오길 기원하며 바치는 재물인데 나중에 높은 사람에게 바치는 부적절한 돈이라는 의미에서 뇌물로 쓰인다. 受賂(수뢰)

路(길 로)는 신이 밟고 내려 오는 길을 말한다. 道路(도로)

여기에 雨(우)를 덧붙인 露(로)는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드러내다는 의미로도 쓴다. 甘露水(감로수), 露骨(노골)

絡(이을 락)은 실(糸)로 이곳과 저곳을 잇는다는 뜻이다. 各(각)에는 신이 강림한다는 뜻 말고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뜻도 있다. 인디언 말 가운데 '미타쿠에 오야신'이라고 있다.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번역할 수 있는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신과 인간과 자연이 모두 연결되어 서로가 형제라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종교와 현대 물리학에서도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한데 絡은 신 안에 모두가 한 형제라는 메시지로도 다가온다. 連絡(연락)

洛(락)은 황하의 지류인 강 이름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낙동강이나 駕洛國(가락국)도 이 자를 쓴다. 洛陽(낙양)

落(떨어질 락)은 풀잎이 강물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落葉(낙엽)

頁(혈 - 예관을 쓰고 예배하는 사제의 모습)을 붙인 額(액)은 신이 강림을 예배하는 모습인 데 머리에 쓴 예관 부분을 강조하여 이마를 뜻한다. 건물의 가장 잘 보이는, 이마 부분에 거는 현판을 뜻하기도 하고 또 額數(액수. 머릿수)에서 뜻이 확장되어 金額(금액)의 의미로도 쓴다. 額子(액자)

略(간략할 략)은 신이 내려오는 지역을 청소하고 정리한다는 의미이다. 또 掠(노략질할 략)과 통하여 노략질하다는 뜻도 가지며 꾀를 뜻하기도 한다. 省略(생략), 侵略(침략), 戰略(전략)

各(각)과 관련된 글자는 대체로 신이 강림하는 내용, 또는 이동과 관련된 자이다. 물론 여기서 各(각)은 다른 글자의 소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뜻과 소리 역할을 모두 하는 글자를 亦聲(역성) 문자라 한다.

어려운 살림살이였지만 펠리몬과 바우키스 노부부는 집에 오는 손님을 잘 접대하여 재앙을 피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었다. 내 집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은 神일 수도 있다. 비록 그가 걸인이라 할지라도 변신한 신일수도 있다. 모든 손님을 신과 같이 섬긴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결 따뜻해지리라.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점식 기자는 새사연 운영위원입니다. 한자 해석은 일본의 독보적 한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문자학에 의지한 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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