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그곳에 가면 '발견의 기쁨'이 있다

독일 공공도서관 벼룩시장을 다녀와서

등록|2009.07.02 10:48 수정|2009.07.02 10:49
시댁이 있는 Wesel에 있는 공공도서관에서는 기증받은 책이나 오래된 책들을 모아 일년에 네 번 벼룩시장을 연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모든 책들은 그 두께나 컬러의 비중에 상관 없이 1유로(약 1800원) 아니면 0.5유로다.

▲ 판매되는 모든 책들은 1 유로 아니면 0.5 유로. 맨 앞 중앙의 책꽂이에 '각각 0.5 유로 (je 0,50 €)' 라고 쓰여있다. ⓒ 김미수



'공공 도서관에서 여는 벼룩시장이라니….'

처음엔 참 낯설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즘엔 우연찮게 시댁을 방문하는 동안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이 겹치기라도 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설렌다. 그것은 단돈 '1유로 이내'라는 초특가에 책을 살 수 있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벼룩시장에 가면 절판되어 시중에선 구하기 어려울 법한 희귀한 책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이 갖는 절대적인 값어치는 별도로 하고 상대적인 가격만을 비교해 생각해 볼 때 요새 책값은 상당히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 싶은 책들을 한 번에 수십 권 넘게 사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벼룩시장을 이용하면 관심가는 분야의 여러 책들을 몇 십 권씩 사도 웬만해선 몇 십 유로 넘지 않는다. 또 살 책을 정해 놓고 서점에 가거나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는 것과 달리. 그곳에 가면 매번 생각지도 못한 책들을 만나게 되는 기쁨이 있다.

'이번엔 어떤 책들이 나와있을까.'

매번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내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을 '발견하러' 나는 그곳에 간다.  

▲ 꼭 필요한 책만을 사기 위해 의자에 앉아 한권 한권 꼼꼼히 살펴 본다. ⓒ 김미수


이번 도서관 벼룩시장도 때마침 시간이 맞아 남편과 함께 다녀 왔다.
늘 그랬듯이 문 여는 시간에 딱 맞춰 갔다. 나중에 책을 담아갈 커다란 빈 배낭을 내려놓고, 내 관심분야인 자연과 가든, 그리고 요리에 관한 책이 꽂혀있는 책꽂이를 먼저 쫙 훑는다. 그렇게 일단 대충 중요한 책들을 골라놓고 나서, 나머지 책꽂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둘러 본다. 혹시 흥미있는 다른 책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책을 다 고른 후에 책꽂이 옆에 놓인 작지만 안락한 의자에 앉아 한 권 한 권 꼼꼼히 살펴 본다. 정말 꼭 필요한 책만을 사기 위해서다. 고민에 고민을 더하지만, 보통 제외되는 책들은 처음에 고른 책의 10% 이상을 넘지 않는다. 그렇게 매번 자가 확인 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망설여지는 책들'을 놓고 한번 더 함께 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고르고 골라도 매번 몇 십 권을 사게 될 때가 많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유모차를 끈 아빠 손을 잡고 온 아이들부터 할아버지들까지.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저마다 설렘을 안고 찾아와 각자 발견한 책들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도 그렇게 책들을 이고 지고, 집으로 돌아 왔다.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항상 꽉 차있다. 둘이 나눠 담아도 각자의 배낭에 빽빽히 들어찬 책과 가슴 가득한 기쁨과 만족감으로 말이다.  

▲ 아이들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저마다 설레임을 안고 찾아온다. ⓒ 김미수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과 my-ecolife.net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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