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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는 어째 매일 샤워하냐"

[서민이 봉? ②] 죄없는 애만 잡는 나는야 새가슴 애비

등록|2009.07.06 08:17 수정|2009.07.10 11:21
"야! 너는 어째 매일 샤워하냐. 한여름이 다가오는데 뜨신 물까지 펑펑 틀어 놓고."
"아빠는 여자가 매일 씻는 게 뭐가 이상하다고 아침마다 잔소리예요."
"지난 달에 가스비가 얼마 나온 줄 알기나 해. 하루 걸러 샤워 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1주일 에 한번 목욕탕에 가서 빡빡 문대고 오든지. 전기세하고 가스값 또 올랐단 말야."

고3짜리 여식애와 아침마다 눈알 부라리고 싸운다. 수능 앞두고 한창 독기(?)가 올라 있는 애를 앞에 두고 애비로서 참으로 쪽팔리고 거시기하다. 하지만 말일마다 수북하게 쌓인 고지서를 보면 허파가 뒤집어진다.

▲ 이 놈의 세상이 어케 됐었는지, 내려가는 건 힘없이 처진 어깨죽지와 뱃살 빠져 줄줄 내려가는 바지뿐 나머지는 다 올라 간다. ⓒ 최은경


쫀쫀하고 좀생이 같은 애비라 욕을 해도 내 머리에 스팀이 올라 오는 걸 저놈의 기지배는 모를 거다. 내 머리 위에 냄비를 얹어 놓으면 10분 이내 네 목욕물 정도는 끓일 수 있을 거라는 걸 말이다. 이 놈의 세상이 어케 됐었는지, 내려가는 건 힘없이 처진 어깨죽지와 뱃살 빠져 줄줄 내려가는 바지뿐, 나머지는 다 올라간다.

가스요금도 올랐는데 넌 왜 만날 샤워를 하냐?

6월 27일부터 시행된 전기세와 가스비 인상 소식을 엿보자.

"도시가스 요금이 평균 7.9% 인상되고, 전기요금은 3.9% 오릅니다. 먼저, 도시가스 요금의 경우 가정용은 5.1%, 산업용은 9.8%, 식당과 목욕탕 등 일반용도 9.1% 인상됩니다. 4인 가구의 경우 월 평균 2200원, 산업체는 전국 평균으로 250만 원 가량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또 식당 등 상가에서 영업중인 영세자영업자들의 부담도 커지게 됐습니다. 전기요금은 산업용의 경우 6.5% 교육용은 6.9%, 상가와 공공기관 등 일반용은 2.3% 오릅니다."

정부는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법인세 등 소수 부유층과 재벌들에게만 유리한 부자 감세정책을 강행했다. 그런데 심각한 재정불균형이 예상되자 서민 증세를 통해 이를 복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없는 집에 제사 돌아온다'고 경기불황에 물가인상, 거기다 각종 공공요금, 세금인상 등 도대체 서민들은 어떻게 살라는 말인지 답이 안 나온다. 쇠야 담금질로 단단해진다지만 나는 요즘 뼈가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부자들 감세정책에 쌍코피 터지는 건 나 같은 쫌생이들이며 정직하게 밥벌이하는 월급쟁이들이다.

부자 희생 요구한 오바마, 이명박은 거꾸로 차별화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 whitehouse

버락 오바마는 그의 이름에 걸맞게도 지난 2월 연간 25만불 이상 소득을 올리는 부자들의 세율 부담율을 33%에서 35%, 36%, 39.6%로 늘릴 것을 밝히면서 사회적인 평등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의료보조> 강화에 부자들의 희생을 요구했다.

"나이스~" 이 얼마나 멋진 '버락'같은 정책인가. 우리나라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거꾸로 가는 기차가 아닌가.

창피한 이야기지만 난 작년 하반기 부가세 납부를 못했다. 납세의 의무를 겁도 없이 어긴 것이다. 세무서에서 재산압류 등의 안내장이 날라와도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씩씩하게 버텼다.

왜? 낼 돈이 없었으니까. 무용담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다. 운좋게 어느 달 매출이 생겨 통장에 부가세 납부할 돈이 입금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놈의 돈이 부가세 신고날까지 쥐 죽은 듯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4대 의무 중에서 교육과 국방의 의무는 마쳤으니 더는 할 일이 없다. 다만 죽을 때까지 근로와 납세의 의무는 멍에처럼 짊어지고 가야하는데 왜, 무엇 때문에 정부는 없는 서민들 주머니만 털어내려 하는냐 이거다. 거지 콧구멍의 코딱지까지 뜯어 먹겠다는 건 무슨 심보인가.

거지 콧구멍의 코딱지까지 뜯어 먹겠다는 심보

"야, 이놈의 기집애야. 샤워를 했으면 불은 끄고 나와야 할 거 아냐. 불 켜진 거 보면 내가 전기고문 당하는 기분이다. 얼른 불 꺼!!!"

죄없는 애만 잡는 나는야 새가슴 애비. 부가세주민세·자동차세·취득세·등록세·소득세·재산세·갑근세·교육세·면허세·종합토지세 등등등에다가 세금은 아니더라도 전기세·수도세 등 "세'자가 붙은 건만 봐도 빈혈이 돈다. 물론 국가의 재정적 기반에 세금이 없어서는 안 되겠지만 서민들을 '새'되게 하는 세금정책만큼은 안 될 일이다.

세금없는 우리나라, 좋은나라 우리나라.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요즘이 어디 되는 말만 하고 사는 세상인가. 잘하면 말 많이 하는 사람에게도 세금 붙일라. 이름하여 '말세'. 그리되면 세상 참으로 말세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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